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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덕고개와 빼빼영감

옛날 장꾼들의 통로는 주로 고개였다. 오를 땐 숨이 가쁘기는 해도 등에 진 물건과 새로운 물건을 바꿔오거나 몇 푼의 돈이라도 생기면 고된 줄도 몰랐다.
그러나 이렇게 장꾼이 붐비는 만큼 고개 주변엔 도적 떼도 들끓었다. 특히 동래 사람이 구포장을 보러갈 때 넘는 만덕(萬德) 고개는 옛날부터 동래부 관하에서는 최대의 도적 소굴로 소문난 험한 산길로 지금 양정동의 마비현(馬飛峴 모너머 고개) 화적 떼도 이 고개의 무리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때문에 이 만덕고개를 만등(萬等) 고개라고도 불렀는데, 만 사람이 무리 지어 올라가야 도적을 피할 수 있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라 한다.
어느 날 이 고개를 동래 남문 밖에 사는 삿자리장수 영감이 구포장에 들렀다가 다른 장꾼들과 함께 넘게 되었다. 항상 말이 없는 이 영감에 대해 사람들은 그가 홀아비라는 것 외엔 이름도, 성도 몰랐던 까닭에 그저 빼빼영감이라 불렀다. 너무 여위고 피골이 상접하여 붙여진 별명이었다.
이들은 지친 다리를 좀 쉬어보려고 만덕 고개에 있는 주막에 걸음을 멈추었다. 그 순간 갑자기 십수명의 도적무리가 달려들면서「꼼짝마라. 움직이면 죽인다.」고 고함쳤다. 서슬이 퍼런 도적들의 기세에 질려 꼼짝도 못하고 있는 장꾼들을 한사람씩 묶은 뒤 괴수로 보이는 자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물건을 판 돈과 가진 것을 모조리 내놓으라고 위협했다. 이 때 빼빼영감이 용감히 앞으로 나서며 도적들을 향하여「여기 있는 장꾼들은 이 험한 고개를 나들면서 겨우 끼니나 이어가는 불쌍한 사람들이옵니다. 아무리 도적질을 하고 산다지만 사람을 보고 물건을 털어야 할 게 아닙니까?」
묶인 장꾼들은 평소와는 다른 빼빼영감의 태도에 깜짝 놀라면서도 당할 일이 너무나 뻔해 눈을 찔끔 감아버렸다. 도적들은 이 빼빼영감에게 달려들면서「이놈! 묶인 녀석이 무슨 잔소리냐?」하며 뭇매를 때리고 발길로 차는 등 영감을 쓰러뜨렸다. 영감은 주저하듯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고 있더니 벌떡 일어섰다. 「이 놈들아! 이 끈을 풀어주지 못하겠느냐?」고 외치는 그의 눈에는 살기가 등등했다. 도적들의 시선이 빼빼영감에게 모일 땐 이미 영감의 몸뚱이에 묶인 밧줄은 모두 끊어진 뒤였다.
이 놈 저 놈을 공격하는 솜씨는 날쌘 비호와 같았다. 이 비상한 완력을 당해내지 못하자 도적들은 모두 도망쳐 달아났다. 영감은 묶인 장꾼들을 전부 풀어주었다.
이 때 힘을 얻은 장꾼들은 감탄하면서 다쳐서 달아나지 못한 도적들을 끌고 동래로 가자고 했다. 그러나 영감은「우리들에게 소득이 없는 일이라면 그만두는 게 좋겠소. 그자들은 이제 도적질을 하지 않을 것이오. 자, 술이나 한 잔 합시다」라고 하면서 술과 안주를 있는 대로 가져오라고 주모(酒母)에게 청했다. 그리고는「여러분, 이 술은 제가 모두 사겠으니 마음껏 잡수시오. 대신 마을에 내려가거든 오늘 일어난 이야기만은 절대로 하지 말아 주시오.」 라고 거듭 당부했다.
술대접까지 잘 받은 장꾼들은 흐뭇한 마음으로 고개를 내려와 각기 제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사흘 후 장꾼 중 한사람이 빼빼영감의 집을 찾았더니 그 집은 텅텅 빈집이 되어 있었다. 이 소문이 밖으로 새어 나오자 나라에서는 빼빼영감이 비상한 힘을 가진 장사인 것을 알고 찾았으나, 그 행적을 알 길이 없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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