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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237〉 - '동래고을' 창간 20주년에 부쳐
작 성 자 등록일 2016-05-31 조   회 281

'열심히 무슨 일을 하든, 아무 일도 하지 않든 스무 살은 곧 지나간다. 스무 살이 지나가고 나면, 스물한 살이 오는 것이 아니라 스무 살 이후가 온다.‘

 

소설가 김연수의 아름다운 단편소설 '스무 살'의 한 구절이다. '스무 살이 지나가고 나면 스물한 살이 아니라 스무 살 이후가 온다'고 작가가 말한 것은 스무 살이 그만큼 인생에서 특별한 시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 이후의 나이는 뭉뚱그려 세어도 될 만큼. 성년이 되는 나이이지만 아직 세상을 속속들이 알기엔 어린 나이, 모든 것이 결핍으로 가득 차 있지만 새로운 삶을 갈망하는 나이…….

 

현실을 초극하고 싶지만 하늘을 날기엔 날개가 아직은 약한 청춘의 나이이기도 하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지나간 스무 살은 너무나 짧아서 애틋한 나이인 것이다.

 

생각해 보면 내 스무 살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기억이 아슴아슴하다. 1980년 대학 신입생 시절, 벽지에 곰팡이가 꺼멓게 슨 반지하 자취방에 살던 가난하고 헐벗었던 청춘이었다.

 

세상은 아직은 너무나 추상적이고 멀어보이던 나이이기도 했다. 처음 해보는 객지살이는 낯설었고 때로는 힘겨웠다.

 

미팅이란 걸 나가도 새침한 서울내기 여대생들에게 딱지나 맞던 촌놈이었다. 집에서 부쳐져 온 용돈을 술 마시느라 탕진하고선 라면을 줄창 끓여 먹었고, 라면마저 떨어지면 또 굶기를 예사로 했다.

 

하지만, 그 나이는 부모님의 슬하를 떠나 독립된 개체로서 주체적 삶을 시작했던 나이이기도 했다. 이런저런 내 삶을 둘러싼 결정을 스스로 내리고 또 그 결정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지기 시작한 나이였다.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법을 배운 때가 아니었던가. 인식에 눈뜨기 시작하던 나이이기도 했다. 세상의 모든 이치가 책 속에 담겨 있기라도 한 듯 책읽기에 탐닉했고, 학교 앞 막걸리 집에서 친구들과 온갖 추상적 담론을 놓고 열띤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요컨대, 스무 살은 내게도, 당신에게도, 그리고 그 누구에게도 치기와 고뇌가 뒤섞였던 나이였다는 거다. 그러나 지나와서 되돌아보면, 가장 애틋하고 아름다웠던 인생의 황금기였던 거다. 헤르만 헤세의 소설 제목처럼 "청춘은 아름다워라!"하고 외치고 싶을 만큼.

 

동양에선 예로부터 스무 살이 되는 남자를 약관(弱冠)이라 불렀다. 그 나이의 여성은 방년(芳年)이라고 했다. 의젓하게 관을 써도 되는, 다시 말해 어른 대접을 해주는 나이이며 꽃처럼 화사하게 피어나는 나이인 것이다.

 

느닷없이 '스무 살' 타령을 하는 것은, '동래고을'이 창간 20주년을 맞았기 때문이다. 다르게 말하자면 매체로서의 '동래고을'도 이제 관을 쓰는 어른이 된 셈이다. 혹은, 아름다운 향기를 뿜어낼 만큼 숙성한 연륜을 쌓았다는 뜻이기도 하겠다.

 

19965월 첫 울음을 터뜨리며 세상에 나온 '동래고을'은 창간호 발행부수 3만부에서 지금은 세 배 가까운 85천부로 늘어났다고 한다. 비약적인 발전이 아닐 수 없다.

 

외형적인 확대뿐만이 아니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민선시대에 걸맞게 구정과 구민과의 가교 역할에도 충실했다고 하겠다. 주민들이 알아야 할 구정 시책과 유용한 각종 생활정보를 전달하는 데 힘썼고 구민들의 여론을 전하는 신문고 노릇에도 소홀하지 않았다.

 

다른 구보들과 차별화되는 '동래고을'의 여러 장점 중의 하나는 문화 유적이 많은 동래구의 특성을 살린 갖가지 기획 시리즈물일 것이다.

 

이를테면 '되돌아 본 격동의 동래 100', '동래골 재조명', '옛 사진·사료에서 본 근대 동래 이야기' 같은 향토사 시리즈는 동래의 역사를 재발굴해 주민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준 좋은 기획물이었다. 나아가 지역 근현대사를 연구하는 학자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도 들었다.

 

지난 스무 해 '동래고을'이 밟아온 세월은 동래구의 역사와 궤도를 같이 한다. 동래구민들은 '동래구보'를 보며 애향심과 자부심을 키워오지 않았던가. 스무 살은 아름다운 나이이다. 청춘과 활력의 연대이기도 하다. '동래고을'의 스무 돌을 축하한다. 사람으로 치면 이제 어른이 된 셈이고, 새로운 미래를 향해 꿈을 펼칠 나이가 아닌가.

 

부디 초심을 잃지 말고, 구민들의 진정한 동반자, 다정한 이웃, 그리고 풍요로운 삶의 안내자가 되어 주기를. 주민들의 여론을 오롯이 담아 구정에 충실히 담는 메신저의 역할을 다 하기를. 역사와 충절의 고장 동래의 얼을 후세에게 되살려 주기를.

 

올해 스무 살을 맞는 '동래고을', 그대는 영원한 청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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