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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추(晩秋)의 노래 〈230〉
작 성 자 등록일 2015-10-26 조   회 274

무어니 무어니 해도 늦가을의 정취는 단풍이 으뜸일 터이다. 단풍은 최저기온이 5도 이하로 떨어지면 나뭇잎의 엽록소가 분해돼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 과정에서 안토시안이 생성되는 수종은 붉은색이 들고, 생성되지 않은 종은 엽록소의 녹색에 가려있던 잎 자체의 노란색이 드러나 노란 단풍이 든다고 한다. 서정주의 시 구절대로 '저기 저 가을 꽃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드는' 셈이다.

 

티 한 점 없는 푸른 하늘과 어울린 먼 산의 단풍은 목석같은 사람들에게도 한 줄의 시정을 안길 법하다. 만당(晩唐)의 시인 두목(杜牧)'산행(山行)' 한 구절이 문득 떠오른다.

 

'멀리 추운 산에 오르려니, 돌길은 비스듬한데(遠上寒山石徑斜)/ 흰구름 이는 곳에 인가가 있네(白雲生處有人家)./ 수레 멈추고 가만히 늦은 단풍을 즐기니(停車坐愛楓林晩)/ 서리 맞은 잎이 꽃보다 붉구나 (霜葉紅於二月花).' 단풍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소리가 그럴싸하다.

 

소설가 정비석의 '산정무한'은 금강산의 단풍을 실감 나게 묘사한다. '나무의 종족은 하늘의 별보다도 많다고 한 어느 시의 구절을 연상하며 고개를 드니, 보이는 것이라고는 그저 단풍뿐, 단풍의 산이요, 단풍의 바다다정말 우리도 한 떨기 단풍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다리는 줄기요, 팔은 가지인 채, 피부는 단풍으로 물들어 버린 것 같다. 옷을 훨훨 벗어 꽉 쥐어짜면, 물에 헹궈낸 빨래처럼 진주홍 물이 주르르 흘러내릴 것만 같다.‘

 

얼마 전 설악산의 단풍이 절정이라는 신문 보도가 나오더니 잇따라 그 절정이 남부 지역의 산으로 내려오고 있다.

 

집 베란다에서 보는 뒷산의 수목들도 노랗게 물이 들어가고 있다. "-, 단풍 들것네."/ 장광에 골 붉은 감잎 날아오아/ 누이는 놀란 듯 치어다보며/ "-, 단풍 들것네". 영랑의 시 속, 누이의 목소리가 귓전을 울리는 듯하다.

 

한 여름 억센 푸른빛을 자랑하던 나무들이 그 육질의 기억을 털어내고 물이 드는 것을 보면 인생사와 흡사하다는 생각을 절로 하게 된다. 청년기와 장년기를 보내고 노년에 접어들어 모든 것을 내려놓는 우리네 삶처럼 저 나무들은 단풍잎을 떨어뜨리고 나면 앙상한 나목이 되어 바람 부는 비탈에 고즈넉이 서 있게 될 것이다.

 

지난 10월은 떠들썩한 축제의 계절이었다. 잠시 일상적인 생활에서 일탈해 해방되고 자유로운 시간을 갖는 것이 축제라면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남은 한 해를 차근차근 마무리해야 할 때인 것이다.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 같은 꽃이여'라고 서정주 시인이 '국화'에서 노래한 대로 거울 앞에 서서 우리 자신의 얼굴을 찬찬히 살피는 시간, 만추(晩秋)가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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