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만들기

토론마당 게시판 리스트
달항아리 〈229〉
작 성 자 등록일 2015-10-01 조   회 278

한가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만월이다. 밤마다 떠오르는 달이지만 한가윗날 밤 월광의 풍취는 자별하다. 옛 도공은 달의 이미지를 커다란 항아리로 잡아냈다.

 

이름하여 달항아리(白磁大壺). 희고 둥근 달항아리를 들여다보면 눈이 시원해져 온다. 처자의 부푼 엉덩이 같기도 하고 뽀얗게 젖살 오른 아기의 둥근 턱 같기도 하다. 그래서 미술사학자 최순우는 달항아리를 일러 "넉넉한 맏며느리 같다"고 했을 터.

 

달항아리의 비밀은 이음매에 있다. 예전엔 이렇게 큰 항아리를 물레로 뽑아 올릴 기술이 없었다. 젖은 태토가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해 주저앉아 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발 두 개를 따로 빚어 맞대 포갠 후 이어 붙였다. 그래서 달항아리의 포인트는 완벽한 대칭의 조형미라기보다는 약간 기우뚱하고 뒤틀린, 그래서 어리숙한 자연미에 있다. 기교보다는 소박함을 앞세웠던 옛사람의 심성을 닮은 것이다.

 

달항아리를 즐겨 소재로 쓴 화가는 김환기다. 화가 스스로 "내 예술의 모든 것은 조선백자 항아리에서 나왔다"고 했을 정도였다.

 

몇 년 전 한 경매에서 15억 원에 낙찰된 그의 그림 '달항아리와 매화'를 두고 프랑스 일간지 <르 몽드>'논리적이면서도 장식적으로 펼쳐진 매화들, 나는 새, 달빛은 간결하면서도 사랑스러운 구성을 이루고 있다'고 평한 적도 있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설치미술가 강익중 역시 달항아리의 미학을 서구인에게 널리 알리고 있다.

 

달항아리의 또 다른 이미지는 원융(圓融)과 무애(無碍)이다. 원효선사가 "중생의 심성은 원융무애하여 태연하기 허공과 같다"고 했거니와 그윽한 달항아리를 지켜보고 있으면 보름달처럼 원만하며 거칠 것 없는 순백의 기쁨이 차오른다. 그러니 달항아리는 마음을 담는 그릇이랄 밖에.

 

올해도 어김없이 한가위가 지나갔다. 모처럼 가족친지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둥근 달을 지켜보며 탄성을 쏟아내기도 했으리라. 어디 하늘에만 달이 있겠는가. 마음속에 환한 만월을 띄워도 좋을 것이다. 달을 닮은 달항아리 하나 마음의 창고에 들여다 놓고 가족과 이웃에 대한 고마움을 가득 채워도 좋으리라. '불 속에 구워내도 얼음같이 하얀 살결'(김상옥 '백자부')을 닮은 가을이 왔다.

첨부파일
목록
OPEN 공공누리 - 공공저작물 :출처표시, 비영리목적으로 2차저작물 변경하여 자유이용허락    공공누리 출처표시 후 저작물 변경없이 비영리목적으로만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담당부서 정보

  • 담당부서 총무국  문화관광과   
  • 담당자황순규
  • 문의전화051-550-4074

콘텐츠 만족도 조사

이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대하여 어느 정도 만족하셨습니까?

만족도 조사

방문자 통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