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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얼굴을 마주보는 밤〈244〉
작 성 자 등록일 2016-12-28 조   회 279

퇴근 무렵 빈 연구실의 유리창 너머로 내려다보는 세모의 거리는 아름답습니다. 마악 어둠이 낮게 깔리기 시작하는 상점엔 하나 둘 네온사인 등불이 천천히 밝혀지고 어스름을 질주하는 자동차들의 전조등이 환합니다. 한낮엔 살아가는 일의 아우성으로 소연했을 건너편 산동네 마을들도 지금은 어둠에 잠겨 꿈꾸듯 조용합니다. 집집마다 식탁 위에선 하루치의 시간을 소곤소곤 나누는 가족들의 정겨운 대화가 따뜻한 된장찌개에서 흘러나오는 냄새처럼 나지막이 피어오르고 있을 테지요.


하루의 저녁처럼 한 해의 저녁을 맞는 마음도 애틋하고 아쉽습니다. 총알처럼 흐르는 것이 세월이라 부푼 마음으로 새해를 맞은 게 엊그제 같은데 다시 한 해의 종착역에 서 있군요. 저물녘 텅 빈 플랫폼에 내린 나그네의 쓸쓸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 세모의 풍정이 아닐까 합니다.

생각해 보면,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올 한 해도 우리네 삶은 바쁘고 고단했습니다. 봄에는 아우성 속에 선거가 치러졌고, 한 여름 무더위에 지친 마음에 겨우 소슬한 한 줄기 가을바람을 맞는가 했더니 느닷없이 터진 전대미문의 스캔들을 목도해야 했습니다.

신문과 TV에선 차마 믿고 싶지 않은, 그래서 듣고 싶지 않는 뉴스가 홍수처럼 쏟아지고 그 결과로 거리에는 수백만 개의 촛불이 흘러넘쳤지요. 그리고 그 '웃픈' 이야기는 결말이 나지 않은 상태로 한 해를 넘기게 됐으니 내남없이 마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을 터입니다.


내년에도 또 숱한 일이 일어나겠지요. 나라를 다스리는 이들이 쏟아놓은 오물을 치우느라 우리는 한동안 애를 써야 하겠지요. 경제도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니 서민들은 또 얼마나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겠습니까.
그래도 우리는 올 한 해 열심히 살아왔습니다. 일터에서, 가정에서, 그리고 거리에서…. 이마의 주름살이 조금씩 깊어진 만큼, 우리의 땀과 눈물이 방울진만큼, 우리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조금이나마 바꿔왔습니다.

지난 한 해 부지런히 일하며, 때로는 기뻐하고, 때로는 노여워도 하며 열심히 살아온, 낯모르는 이웃들에게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장삼이사의 한 사람으로서 따뜻한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들 열심히 살아오셨습니다. 아마 내년에는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세상이 우리를 찾아오겠지요.


세모의 마지막 밤, 가장들은 조금 일찍 귀가해서 소박한 저녁상을 앞에 하고 가족들과 둘러 앉으십시오. 치킨에 캔 맥주 한 잔을 나눠도 좋겠지요. 올 한 해를 살아내느라 함께 수고한 가족들의 아름다운 얼굴을, 빛나는 눈망울을 마주 보십시다. 한  해 동안 열심히, 그리고 무탈하게 살아온 삶을 자축하십시다.


그리하여 제야의 종소리가 울릴 때 아름다운 새해에의 소망을 어두운 하늘에 띄워 보십시다. 삶이 비록 우리를 속일지라도 그래도 우리는 끝내 희망의 등불을 고이 간직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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