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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모를 것이다〈255〉
작 성 자 문화관광과 등록일 2017-11-30 조   회 238

동료 소설가가 책을 보내왔다. 책 제목은 당신은 모를 것이다. 얼마 전 서울에 다니러 갔다가 그의 집을 찾았을 때 책이 나온다는 소리를 들었던 터라 반갑게 펼쳐들었다.
 그는 중증 루게릭 환자다. 몸을 전혀 움직일 수 없다. 목을 절개해 산소호흡기의 도움을 받고 있고, 위에 호스를 달아 유동식을 부어넣어야 한다. 목도 돌리지 못해 내가 갔을 때 그의 부인은 "여보, 강 선생 왔어요"하고 고개를 돌려줬던 터였다. 그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은 머리 위에 부착된 컴퓨터를 안구 마우스로 작동하는 것 밖에 없다.
 컴퓨터에 뜨는 자판을 눈꺼풀을 움직여 찍으면 컴퓨터에 장착된 카메라가 안구의 움직임을 포착해 한자 한자 글자를 만든다. 그러면 음성인식 장치가 남자 아나운서 목소리 같은 합성음을 들려주는 거다. 그날도 한참이나 지난 후에야 "어서 오이라"하는 중후한(?) 남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의 책은 발병한 후부터 병이 조금씩 깊어져 가는 경과를 꼼꼼히 담은 일종의 투병기에 단편소설 세 편을 묶은 것이었다. 그는 원래 부산의 고등학교 국어교사였는데 어느 날 아침 와이셔츠 단추를 채우려는데 손가락이 말을 듣지 않더라는 거다. 여러 병원을 찾아다니면서 디스크 진단을 받고는 수술까지 했는데도 호전이 안 돼 다시 진단을 받은 결과 1년 여 만에야 루게릭이라는 걸 알았다.


 다들 알다시피 스티븐 호킹 박사가 앓았던 루게릭은 치료법이 아직 개발되지 않은 병이다. 온 몸의 근육이 하루에 한 움큼씩 소실돼 언어 기능을 잃고 나중엔 온 몸을 쓸 수 없게 된다. 이번에 그의 책을 읽고 나도 처음 안 것인데 온 몸을 저미는 듯한 차가운 통증이 몸을 스쳐간다고 한다.


글쎄, 은화처럼 명징한 정신으로 자신의 몸이 하루하루 굳어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느꼈을 두려움을 나로선 상상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그는 책 속에서 담담하게 자신에게 닥쳤던 불행의 그림자를 고백하고 있었다.


 그는 이렇게 쓰고 있다. "루게릭이 잔인한 것은 정확히 자신이 어떻게 죽어갈 지를 안다는 점. 수영장 바닥에 가라앉듯 서서히 자신의 죽음을 관망해야 한다는 점."


서울로 치료를 받으러 간 길에 아내가 지하철의 휠체어 서비스를 신청하러 간 사이 스티커처럼 벽에 등을 붙이고 서서 기다리며 그는 이렇게도 생각한다. "자기 몸을 자기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저 행인들은 감히 생각해본 적이 없을 것이다."


 이렇게도 쓰고 있다.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카페 구석에 앉아 시시껄렁한 잡담을 나누는 일, 아이들이 무심코 던진 공을 주워 다시 던져주는 일, 거실 천장에 전구를 가는 일, 자전거 페달을 신나게 밟는 일, 그토록 사소하고 대수롭지 않은 일들을 사무치게 그리워하는 삶도 있다는 것을."


 그는 그 책에서 나와의 추억도 잠깐 언급했는데, 그 대목을 읽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다. 그의 고통을 조금은 안다고 생각했는데, 그의 책을 읽으면서 그의 마음을 너무나 모르고 있었던 것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 미안하고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는 지금도 한자 한자 눈으로 글을 쓰며 글을 쓰고 페이스북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그래서 삶은 아득하고 깊은 그 무엇이 아니겠는가.

강동수 소설가·경성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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