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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할머니 〈253〉
작 성 자 문화공보과 등록일 2017-09-29 조   회 318

지난달 말 아내와 함께 일본 여행을 잠시 다녀왔다. 버스와 전철을 타고 오사카, 나라, 교토, 고베 등지를 34일 동안 하루에 한 도시씩 주파했다. 그리고 저녁 늦게 항공편으로 오사카에서 후쿠오카로 옮겼다. 일본인 친구가 초대했기 때문.


올해 예순아홉 살인 그이는 내게는 큰누나 같은 할머니다. 몇 년 전 페이스북에서 그이가 친구 신청을 해왔기에 무심코 확인을 누른 게 만남의 시작이었다.


한국을 마흔 번 넘게 방문한 친한파인 그이는 부산에 지인도 많아서 일 년에 서너 차례는 꼭 찾아온다. 그때마다 나는 식사를 대접했던 터다. 지난봄엔 롯데자이언츠 야구를 보고 싶대서 사직운동장에 모시고 간 적도 있다.


연전엔 글 쓰는 후배 둘까지 데리고 후쿠오카에서 차로 두어 시간 쯤 떨어진 그이의 댁에서 이박삼일이나 폐를 끼친 적도 있다. 생선회와 커다란 도미구이를 주 요리로 한 저녁상이 떡 벌어졌었다. 일본술과 맥주, 와인을 섞어 거하게(?) 마시고 떠들고 놀다가 밤 열두 시가 넘어 그이가 깔아놓은 푹신한 침구에서 편안하게 잠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다음 날 아침 일찍 그이가 렌트한 자동차로 세 시간 가까이 걸리는 유후인이란 온천마을을 다녀왔다. 그때의 일은 지금도 유쾌한 기억으로 남아 있거니와 물론 나도 답례로 그이를 우리 집에 하룻밤 유숙케 하고 내 차로 공주와 부여 관광을 시켜드렸던 터다.


이번엔 빡빡한 일정 탓에 그이의 댁에서 묵지는 못했지만, 아침 일찍 우리가 머문 호텔로 찾아온 그이와 함께 한나절 후쿠오카 시내 관광을 했다. 보슬비가 내리는 오호리 공원의 카페에서 빗방울 떨어지는 호수를 바라보며 커피를 마셨다. 스시전문점에서 맛난 점심도 대접받았다. 나도 간단한 선물을 준비해 갔지만, 일본 술과 과자를 한 아름 선물 받았다. 집에 와서 꾸러미를 풀어보니 유카타와 일본 나막신이 들어 있어서 아내와 마주보며 웃었다. 글쎄, 그걸 입고 거리를 활보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그 성의는 고맙지 않을 수 없었다.


아차차, 놀러갔다 온 자랑이 너무 늘어졌다. 정작 하려는 말은 이렇게 따뜻한 만남이 우리 삶의 갈피마다 끼어 있을 거란 거다. 페이스북으로 우연히 시작된 일본 친구와의 인연은 생각할수록 묘하지 않은가.


따지고 보면 한일관계가 늘 좋은 건 아니다. 잊을 만하면 그쪽 정치인들이 일본 식민지배 시절을 미화하는 망언을 내놓아 우리의 속을 긁어 놓기도 한다. 위안부 할머니에 대한 정부 차원의 사과를 아직도 외면하고 있기도 하다.


부산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스친 상념 한 토막. 개인으로서의 일본인은 그 할머니처럼 친절하고 정이 넘치는 사람이 많은데 일본 정부는 왜 군국주의를 버리지 못해 안달일까. 극일을 넘어 진정한 교린(交隣)에 이르려면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양심과 양식을 갖춘 일본의 민간 인사들과의 연대가 한일 관계의 토대가 돼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어쨌거나, 이번에 신세를 졌으니 그이가 부산에 오면 부산항 일주 유람선을 태워드릴 생각이다.

강동수 소설가·경성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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