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만들기

토론마당 게시판 리스트
다시 한 해의 길목에 서서<268>
작 성 자 문화관광과 등록일 2018-12-27 조   회 112

 다시 한 해가 저문다. 늘 그렇듯 연말이 되면 흔적 없이 사라진 시간의 궤적이 아쉽고 안타까워진다. 해낸 일도 별로 없는데 시간은 왜 이리 금방 흘러가버린 것일까. 지난해 이맘 때 나는 뭘 하고 있었을까. 생각나지 않는다. 의식하지 못하는 새 시간이 죽은 곤충의 껍데기 같은 잔해를 남기고 저만치 달아난 걸 느낄 때 나는 속절없어진다. 내년엔 우리 나이로 쳐서 나이 앞자리에 6자가 붙게 되기 때문이어서 더 애틋한 마음이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며칠 전, 40년 가까이 사귀어온 묵은 친구 두엇과 망년회랍시고 만났다. 소주잔을 부딪치면서 올 한 해 살아온 감회를 나누고 새해에도 건강하게, 열심히 살아보자고 서로를 격려했다. 청춘시절 말갛고 고운 얼굴이었던 친구들의 하얗게 세어가는 머리카락과 하나 둘 늘어나는 주름살을 바라보며 나는 마음이 짠해졌더랬다. 그래도 함께 늙어가며 속내를 펼쳐 보일 벗이 있으니 또 얼마나 위안이 되는 것인지. 
 지나가 버린 한 해를 꼽아보면 이룬 것이 없어 아쉬운 마음이 됐다가도 그래도 크게 아픈 곳 없이 버텼고 큰 탈 없이 가족을 건사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면 감사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게다가 내 개인적으로는 소설가랍시고 지난 가을엔 책도 한 권 냈으니 그만하면 되지 않았나, 너무 욕심 낼 건 없다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니 이것도 나이가 가르쳐 준 지혜일까. 글쎄, 그런 평범한 아쉬움과 만족감이 우리네 장삼이사가 한 해를 보내고 맞을 때 느끼는 감회가 아닐까.
 소소한 개인사를 넘어 나라 전체로 보면, 이런저런 일이 많은 한 해였다. 연초부터 북쪽에서 불어온 훈풍은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하는 국민들에게 큰 기대를 불어넣지 않았나. 우리 대통령과 북쪽의 젊은 지도자가 세 번이나 만나고 북미정상회담도 열려 완전한 평화가 금방이라도 다가올 것 같았다. 하지만 세상일이란 또 그만한 시간과 인내가 필요한 법이라 지금은 숨고르기에 들어간 형국이다. 내년엔 더 큰 진전이 이뤄질 것이라 기원하는 마음이 된다.
 무엇보다도 경제가 풀리지 않아 국민들의 마음에 휑하니 찬바람이 불어친 것, 특히 젊은이들이 취업난으로 어깨를 움츠릴 수밖에 없었던 건 기성세대의 한사람으로서 미안하고 가슴 아픈 일이었다. 아무쪼록 새해엔 내 아이들을 포함해 젊은이들이 좋은 일자리를 얻어 기를 펴고 사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
 어쨌든, 2018년은 또 그만한 크기로 인류사에 한 흔적을 남겨놓고는 시간의 망각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흘러가는 그 시간은 지상에 머물러 사는 모든 개인들이 흘린 땀과 눈물과 환호와 비탄까지 짊어지고 있을 것이다. 시간 속에 새겨진 개인사의 이력은 참으로 미소한 것이지만, 그 미세한 실금들이 모여서 세상의 지도를 만들고 역사의 벽화를 그린다는 점에서 소중한 것. 그래서 올 한 해 우리가 그은 작은 실금을 들여다보고 새로운 한 해를 맞는 성찰의 시간이 필요할 터이다. 내년엔 부디 우리 모두에게 소확행, 작지만 확실하고 행복한 시간이 마련되기를 기원해 보는 한 해의 끝자락이다.


강 동 수
소설가·경성대 교수

첨부파일
목록
OPEN 공공누리 - 공공저작물 :출처표시, 비영리목적으로 2차저작물 변경하여 자유이용허락    공공누리 출처표시 후 저작물 변경없이 비영리목적으로만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담당부서 정보

  • 담당부서 총무국  문화관광과   
  • 담당자황순규
  • 문의전화051-550-4074

콘텐츠 만족도 조사

이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대하여 어느 정도 만족하셨습니까?

만족도 조사

방문자 통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