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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길산 시인이 쓰는 문학과 동래이야기 ② 차상찬과 동래시장
작 성 자 문화관광과 등록일 2019-02-26 조   회 218

동길산 시인이 쓰는 문학과 동래이야기 ② 차상찬과 동래시장
동길산 시인이 쓰는 문학과 동래이야기 ② 차상찬과 동래시장


100년 전 동래시장 "이랬답니다"


동래는 반골(反骨)의 도시다. 불의와 비정상엔 결단코 맞선다. 임진년 동래읍성 전투가 그랬고 일제강점기 삼일 만세운동과 항일학생의거가 그랬다. 올해는 만세운동이 일어난 지 딱 100년. 대한독립을 외치며 조선팔도가 들고일어났고 반골의 도시답게 동래 역시 똘똘 뭉쳐 들고일어났다. 동래고보 학생이 망미루 누각에서 대한독립 만세!를 선창하자 동래사람은 남녀가 하나 되어, 노소가 하나 되어 온누리 들고일어났다. 그날 그 뜨거운 열기는 100년이 지난 오늘까지 이어진다.


동래시장은 역사의 현장이다. 1919년 대한독립을 외치는 만세운동 활화산 하나가 여기다. 그래서 언제 가 봐도 후끈댄다. 양은솥 내건 국밥집에서 내뿜는 허연 김은 알고 보면 100년을 똘똘 뭉친 열기다. 지금도 그럴진대 100년 전 동래시장 풍경은 어땠을까. 누가 무엇을 어떻게 팔았을까. 그때 풍경을 사진으로 더러 접해도 사진은 거기까진 알려주지 않는다. 과연 누가 무엇을 어떻게 팔았을까?

차상찬(1887~1946)은 일제강점기를 뜨겁게 살았던 행동파 지식인. 시인, 수필가, 언론인으로 한 시대를 드날렸다. 항일의병으로 나섰으며 1920년 민족계 잡지 <개벽>을 창간한 주역이다. <별건곤>은 개벽이 총독부 탄압으로 1926년 강제 폐간되자 그에 맞서 펴낸 민족계 잡지다. 별천지, 신천지란 뜻이다. 일제 압박에서 벗어난 새 세상 염원이 담겼다. 강원도 춘천사람이지만 반골 정신만큼은 영판 동래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동래를 찾았다. 반골이 반골의 본향을 어찌 안 찾았을 텐가. <별건곤> 1929년 8월호 기행문은 그가 다닌 동래 곳곳의 풍경을 정감 넘치게 묘사한다. 이런 글이 또 어디 있을까 싶을 정도다. 시장 풍경도 정감 넘친다. 1929년이면 만세운동 10년 후. 만세운동 일어난 해의 동래시장 풍경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잘 바뀌지 않는 우직한 데가 시장이지 않던가. 기행문 한 대목이다.

동래시장은 함흥보다 장소가 좀 좁고 장꾼이 적을 따름이지 피차에 비슷하다. 장꾼이 전부 여자인 것도 함흥과 같고 생선 많기도 함흥과 같고 에누리 잘하기도 함흥과 같고 여자의 목소리가 억센 것도 함흥과 같다. 함흥은 가자미가 많은 대신에 이곳은 멸치가 많고 함흥은 도야지 새끼를 함지에 이고 다니며 파는 대신에 이곳은 개를 함지에 이고 다니며 함흥 여자는 함박수건 또는 어린아이의 저고리를 쓰고 다니는 대신에 이곳 여자는 경상도의 특색인 삿갓 혹은 짧은 치마를 쓰고 다니며 고래의 산지인 울산이 접근한 까닭에 고래고기를 많이 파는 것이 특색이고 경상도에서 개고기를 많이 먹느니 만치 개고기 파는 것이 또한 특색이다. 미인향(美人鄕)이니 만치 함흥보다는 장꾼 중에도 비교적 미인이 많고 온천장이 가까운 만치 얼굴이 모두 조출하여 보인다. 또 가향(歌鄕)이니 만치 엿장사, 과자장사 무슨 장사 할 것 없이 물건을 사라고 외우는 소리가 모두 노래화하여 육자배기 조가 아니면 춘향가 조와 같다. - <별건곤> 제22호, 1929년 8월호 


인용이 길어졌다. 그렇긴 해도 더 길게 인용 못 해 아쉽다. 언제 어디서 이 글을 다시 내보일까 해서다. 그런 마음으로 끝 대목을 옮긴다. 차상찬이 시장을 기웃대면서 끼적였을 장돌뱅이 장타령이다. 에∼ 골라잡으시오, 골라잡어. 마음대로 골라잡으시오. 이 수건, 이 비누 가지시면 온천장에도 그저 가오. 비누 한 장에도 단 오 전, 수건 하나에도 단 십 전, 얼굴이 보고 싶으면 이 석경을 사시고 미인이 되고 싶으면 이 분을 사시오. 분 한 갑에도 오 전, 석경 하나에도 십 전이오. 알록달록 오색댕기 가시내 선물이 제격이오. 달큼살큼 왜사탕은 아기의 선물이라 에∼어서 사오, 어서 사오. 일락서산에 해 떨어지네….
삿갓 혹은 짧은 치마를 쓴 장꾼이며 육자배기 조가 아니면 춘향가 조 장타령이 걸쭉했을 장터. 어느 기록에서도 찾기 어려운 100년 전 그때 그 풍광이 기행문 형식으로 우리 앞에 부활한다.
그게 문자의 힘이고 문학의 힘이다. 엿장수, 과자 장사 등등 글에 나오는 그들 모두 동래사람과 더불어 동래장터 만세운동에 나섰으리라. 똘똘 뭉쳐 장터 여기에서 저기까지, 저기에서 여기까지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고 또 외쳤으리라. 곧 삼일절. 동래시장은 또 얼마나 후끈댈 것이며 동래사람은 또 얼마나 똘똘 뭉칠 것인가. 국밥집 양은솥은 연신 허연 김을 내뿜는다. dgs111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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