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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길산 시인이 쓰는 문학과 동래이야기<4> 금강공원 이영도 시비
작 성 자 문화관광과 등록일 2019-04-25 조   회 142

동길산 시인이 쓰는 문학과 동래이야기<4> 금강공원 이영도 시비
동길산 시인이 쓰는 문학과 동래이야기<4> 금강공원 이영도 시비
동길산 시인이 쓰는 문학과 동래이야기<4> 금강공원 이영도 시비



여미어 도사릴수록 그리움 아득하고 …


봄이다. 꽃은 꽃대로 피고 잎은 잎대로 핀다. 봄바람 들어 사람 마음도 꽃은 꽃대로 피고 잎은 잎대로 핀다. 어디로 갈까. 어디로 가서 봄바람 든 마음을 달랠까. 강도 좋겠고 바다도 좋겠지만 봄물 오른 공원도 좋겠다. 금강공원은 동래구를 대표하는 공원. 지금 오륙십 대가 어릴 때는 부산을 대표하는 공원이었다. 봄이면 상춘객이 넘쳤다.
연간 백만 명! 1970년대는 백만 명 넘는 관광객이 금강공원을 방문했다고 공원 입구 안내판은 밝힌다. 그때는 입장료가 있었다. 차례차례 줄을 서야 했고 공휴일이면 끝이 보이지 않았다. 긴 줄을 서도 누구 하나 투덜대지 않았다. 금강공원 원래 명칭은 금강원. 남한의 금강산이었으니 줄 서는 정도의 수고는 누구나 감내했다.
금강공원은 지금도 명품이다. 여기저기 공원이 생기면서 부산에서 유일한 공원이란 지위는 잃어서도 기품은 여전하다. 기운이 여전하고 품격이 여전하다. 백만 명이나 드나들던 절정기엔 누리지 못했던 호젓함은 도리어 공원을 더 공원답게 한다. 호젓한 숲길을 걷다 보면 누구나 시에 젖어 든다. 누구나 시인이 된다.
금강공원 시비 역시 시심을 건드린다. 여기 시비는 여럿. 꽃은 꽃대로 피고 잎은 잎대로 피는 호젓한 숲길에 살짝살짝 보인다. 시조 시인 이영도(1916~1976) 시비도 살짝 숨어서 일부러 찾지 않으면 지나치기 예사다. 시비라면 모름지기 그런 맛도 있어야 한다. 나 여기 있소! 대명천지 떠벌리는 시비는 왠지 없어 보이고 안돼 보인다.
이영도 시조 시비는 시도 좋지만 서각도 좋고 조각도 좋다. 공원을 빼닮아 기품이 도도하다. 시인 또한 도도했다. 그 유명한 청마 유치환 시인이 쩔쩔맸다. 20년 동안 5천 통이나 되는 연서를 보냈어도 이영도는 마음을 좀체 내보이지 않았다. 5천 통 연서는 간추리고 간추려서 청마 타계 한 달 후 책으로 나왔다. 서간집 <사랑했으므로 행복하였네라>다.
마음은 좀체 내보이진 않았지만 상심은 컸다. 이영도는 청마가 허망하게 세상을 뜨자 시조 한 편 세상에 내보인다. 가고 없는 청마에 내보인 마음이기도 했다. 너는 저만치 가고/나는 여기 섰는데/손 한 번 흔들지 못하고/돌아선 하늘과 땅/애모는 사리로 맺혀/푸른 돌로 굳어라. 제목은 탑. 시인은 모름지기 그래야 한다. 그립다고 말하는 대신 푸른 돌로 굳어라 그래야 한다.      
이영도는 경북 청도 사람이다. 교사를 지냈다. 스물아홉이던 1945년 대구에서 초등학교 선생을 했다. 그해 8월 남편과 사별하고 10월 통영여중으로 옮겼다. 거기서 청마를 알게 됐다. 동료 교사였다. 1953년 5월부터 1년 반 부산 남성여고에 있다가 폐병 치료차 마산 성지여고로 옮겼다. 1956년 가을 부산여자대학으로 옮겼고 동래구 장전동에 애일당(愛日堂)이라 불린 집을 마련했다. 당시는 장전동도 동래구였다. 1967년 2월 13일 청마가 세상을 뜨자 그해 서울로 이사했다.
청마가 교통사고를 당하던 날 이야기 한 토막. 문인과 술자리를 가졌던 청마는 술이 좀 되자 애일당으로 찾아가겠노라 전화했고 이영도는 말렸다. 귀갓길에 청마는 변을 당했다. 이영도 상심은 오죽했을까. 오라고 할 것을…. 이영도는 두고두고 가슴 쳤다고 한다. 서울로 옮겨 딸과 살던 이영도는 1976년 3월 6일 외출에서 돌아와 버선을 벗던 중 "머리가 아파!" 한마디 남기고 가슴 치던 삶을 마감했다. 뇌내출혈이었다.
이영도 시비에 새겨진 시조 모란이다. 그리움은 아득하고 봄바람, 마음을 건드린다. 꽃은 꽃대로 말하고 잎은 잎대로 말하는 이즈음. 당신은 심중에 묻어둔 말이 없는가. 차마 말하지 못하고 꼭꼭 여민 마음은 없는가. 봄바람 핑계 대고 슬쩍 말해 버리자. 그리웠노라고. 사랑하노라고. 시비를 보다가 하늘을 본다. 겹겹이 먼 하늘이다.      
 dgs1116@hanmail.net



금강공원 이영도 시비. 꽃은 꽃대로 피고 잎은 잎대로 피는 공원 숲길에 살짝 숨어 있어 그냥 지나치기 일쑤다. 시비는 그래야 한다.


이영도 시인 사진과 서간집 <사랑했으므로 행복하였네라> 표지. 서간집은 청마 유치환 시인이 이영도 시인에게 보낸 5천 통 연서를 추려서 청마 사후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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