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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길산 시인이 쓰는 문학과 동래이야기 20 노자영 '온천장 순례기'
작 성 자 문화관광과 등록일 2020-08-26 조   회 15

동길산 시인이 쓰는 문학과 동래이야기 20 노자영 '온천장 순례기'
동길산 시인이 쓰는 문학과 동래이야기 20 노자영 '온천장 순례기'


하얀 증기 어리는 온천, 비둘기 날개 동래읍

노자영(盧子泳)은 대단하다. 한글 파일에 이름을 입력하고 검색하면 한자 이름 석 자가 저절로 뜬다. 그 유명한 시인 서정주도 그렇게 안 되고 그 유명한 수필가 피천득도 그렇게 안 된다. 서정주도, 피천득도 한자 이름을 입력하려면 한 글자 한 글자 검색해야 한다. 지금은 생소하지만 살아생전에는 이름을 펄펄 날렸던 시인이자 수필가가 노자영이었다.

노자영은 황해도 사람이었다. 1898년 태어나 평양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향 인근에서 교사를 지냈다. 이후 서울로 옮겼고 <백조> 동인으로 활동했다. <백조>는 <창조> <폐허>와 함께 3·1운동 이후 3대 동인지로 불릴 만큼 쟁쟁한 문예지였다. 홍사용, 박종화, 나도향, 박영희, 이상화, 현진건, 이광수 등이 동인이었다.  동아일보  출판부에  입사해 <조광>지 편집을 맡기도 했다.
노자영의 생애는 짧았다. 1940년 타계했으니 마흔 초반 이른 나이에 생을 접었다. 문단에선 온탕과 냉탕을 오갔다. 낭만 시집과 서간문으로 이름을 날렸으나 감상적인 글과 연애지상주의는 문단에서 배척을 받았다. 급기야는 그가 썼던 장편소설이 표절 시비에 휘말리면서 <백조> 동인에서 제명을 당했다. 몇 해 폐결핵을 앓았으며 뇌막염으로 추정되는 병으로 갑작스럽게 타계했다.
동래온천이라면 금정산을 연상하고 금정산이라면 은꼬리 같은 그 반월을 연상한다. 금정산에 비치는 반달이 구부러져 그 그림자가 은수(銀繡)같이 흔들리는 곳에 동래온천은 작은 아가씨같이 잠들었다. 이야말로 한 절의 고운 서사시오,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이 아니냐? 동래온천이라면 거리가 깨끗하고 집들이 좋고 설비가 완전하다는 점에서 손을 꼽지만은 풍경이 좋고 아담하다는 점에서도 또한 손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조광> 1939년 12월호에 실린 기행문이다. 부산대 한국민족문화연구소가 발굴해서 펴낸 로컬리티 자료총서 2집에 나온다. 제목은 온천장 순례기고 꿈을 안은 동래온천이란 부제를 달았다. 인용 대목을 비롯해 처음부터 끝까지 노자영의 문체적 특성인 감상적 미문이 잘 드러나는 글이다.
  노자영이 이 기행문을 썼을 때는 1930년대. 당시 온천에서 묵고 가는 외지인이나 관광객은 하루를 어떻게 보냈을까. 글에선 새벽부터 야밤까지 이어지는 온천의 하루가 상세하게 나온다. 온천의 하루는 새벽 온천에서 시작해 단잠, 아침 식사, 금정산 산책, 온천장 순회, 온천, 점심, 그리고 자유시간 내지는 여흥으로 이어진다.
1930년대 동래 풍경을 접하는 즐거움도 크다. 온천장 뒤쪽으로 빠져나가면 곡선의 산길. 거기서 온천장과 동래를 바라보는 장면이다. 온천 일대에는 하얀 증기가 어리고 멀리 동쪽으로는 한 줄의 전차 궤도를 통하여 동래읍이 비둘기 날개같이 바라보인다라고 썼다. 물안개 같은 증기에 감싸인 온천장 일대며 전차 궤도가 가로지르면서 날개를 편 형상이 된 동래며 지금은 상상하기 힘든 풍경이다. 
다른 풍경은 어땠을까. 온천장에 있었던 호수가 매립되기 이전의 풍경과 주변이 고층으로 둘러싸이기 이전의 온천장 정경이다. 온천 북쪽에 있는 조그마한 호변(湖邊)에는 남녀가 의자를 타고 문학담, 미술담 등 고상한 취미를 이야기하는 이도 있고 또는 금정산록에서 채필을 두르며 금정산의 그 묘한 봉우리를 그리려는 미술학도도 가끔 보인다.
어느 그리운 이를 찾아오는 고운 발자욱이기에. 노자영 대표시 설야 첫 구절이다. 노자영 이름 석 자는 잘 몰라도 이 구절을 들으면 대개는 아, 그 시! 그런다. 언젠가 어디선가 한 번은 들어본 듯싶은 시다. 그만큼 노자영은 유명했다. 그러니까 한글 파일에 이름을 입력하고 검색하면 한자 이름 석 자가 저절로 뜬다. 짧고 곡절 많은 생애였지만 낭만을 구가했던 노자영. 애무하는 듯 머리에 송이송이 쌓이는 흰 눈을 상상하며 그가 거닐었을 동래온천 거리를 걷는다.
 dgs111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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