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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길산 시인이 쓰는 문학과 동래이야기 ⑬ 정포 '동래잡시'
작 성 자 문화관광과 등록일 2020-01-29 조   회 13

동길산 시인이 쓰는 문학과 동래이야기 ⑬ 정포 '동래잡시'
동길산 시인이 쓰는 문학과 동래이야기 ⑬ 정포 '동래잡시'


동래 곳곳 처음 알린 연작시 

동래구의 꽃, 구화는 매화다. 왜 매화일까. 질문을 받으면 열에 아홉은 얼버무리기 예사다. 그 해답은 옛날 시에 나온다. 정포(1309~1345)는 고려 문인. 그가 쓴 동래잡시(東萊雜詩)는 동래가 나오는 한국 최초의 연작시다. 거기에 매화가 등장한다. 그러므로 동래구 구화는 그냥 정해진 게 아니라 천년의 역사와 문학적 향내가 담긴 그윽한 선정이다.

정포는 선이 굵었다. 그러면서 섬세했다.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강직한 공직자이면서 그가 쓴 시는 한 올 한 올 보드라운 순면이었다. 고려 도읍지 개성에서 근무하던 공직자가 동래 시를 쓸 수 있었던 건 유배 때문이었다. 입바른 상소로 파면된 터에 모함까지 받아 유배형을 받았다. 유배지가 동래 인근 울산이었다. 굵고 섬세한 성정은 유배지 고통을 풍류로 달래었고 동래잡시가 세상에 나왔다.
동래잡시는 문학사적 의미가 대단하다. 문학작품 가운데 동래를 소재로 한 최초의 연작시다. 동래가 받들고 모셔야 할 시다. 묘사가 섬세해 고려 후기 동래의 풍광을 상상하는 즐거움이 크다. 동래 관아, 동래 온천, 소하정, 적취헌을 비롯해 해운대, 화도(花島)의 풍경이 그림처럼 이어진다. 서른일곱에 생을 마감한 비운의 공직자였지만 동래잡시는 매향 휘날리며 천년 세월을 이어 간다.

관아는 매화 언덕에 의지해 있고/민가는 물가에 연하여 있네 / 순풍이 아직도 훨훨 넘치고 / 산 것은 모두 빛나고 또 빛나네 / 손님을 보려고 술 들고 오는데 / 선비라곤 모두 시를 즐기네 / 이 풍경을 내사 사랑하노니 / 사람에게 쉽사리 세인에게 알리지 마소.
 - 번역과 출처 : 부산역사문화대전
동래는 동쪽의 봉래산(蓬萊山). 신선이 사는 선경이었다. 시인 묵객이 즐겨 찾았다. 뜨거운 약수 펄펄 솟는 온천은 동래가 가진 또 다른 매력이었다. 정포 역시 동래잡시에서 2년 동안 토질로 고생하다가 반나절 목욕으로 속진을 다 씻었다고 노래한다. 마흔 되기 전에 세상을 버린 정포. 그리 건강 체질은 아니었을 그에게 누군가 온천을 권했을 테고 오며 가며 동래의 풍광은 그에게 붓을 들게 했으리라.
 인용한 시는 동래읍성 풍광을 노래한다. 압권은 첫 행에 나오는 매화 언덕(梅塢, 매오)이다. 오(塢)는 언덕, 둑, 성채, 마을 등을 뜻한다. 매화가 흐드러지게 핀 읍성이나 읍내 마을을 연상하면 된다. 하천 범람을 막으려고 쌓은 둑일 수도 있겠다. 둑이라면 고려시대 이미 온천천에 홍수 방지시설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되니 참 대단한 시다. 매화는 맑고 올곧은 선비의 기상을 상징. 관아의 중심지 동래가 선비의 기상이 넘치는 향긋한 고장이었음을 이 한 구절로 알 수 있다.
2행은 하천 풍광을 노래한다. 온천천과 수영강 주변 풍광이겠다. 물가에 옹기종기 이어지는 초가삼간은 상상만으로도 진경산수화다. 밥 지으면서 나는 연기가 봄바람 훈풍에 아스라이 날리는 초저녁을 상상해도 되겠다. 저 멀리 금정산 능선 너머로 해는 지고 보이는 것은 죄다 노을에 물들어 불그스레 빛나는 저녁나절. 펄쩍펄쩍 뛰는 잉어인들 빛나지 않을까.
마지막 구절은 역설이다. 소문이 나면 사람이 몰려올 테고 그러면 환경이 훼손될 수도 있으니 소문내지 말란 얘기는 역으로 동래의 빛나는 풍광을 제발 좀 많이 알아달란 당부다. 빛나는 것은 원래 그렇다. 혼자 알고 싶으면서도 널리 알리고 싶은 것! 동래는 정포가 시를 쓸 무렵인 700년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혼자 알고 싶으면서도 널리 알리고 싶은 고장, 거기가 동래다.
동래잡시가 실린 문헌은 <동문선>이다. 조선 후기인 1713년 편찬한 책으로 삼국시대 이후부터 당대까지 시와 산문을 실었다. 동래잡시 다른 시에 나오는 화도(花島)는 말만 들어도 울긋불긋해진다. 나비가 떼를 지어 날고, 작은 못에는 물고기가 뛰어논다는 구절은 거기가 어딘지 궁금증을 더한다. 동래 곳곳을 다니며 부산을 처음으로 알린 동래잡시는 동래를 대표하고 부산을 대표하는 연작시. 700년 푸른 이끼를 머금고 빛난다.
 dgs111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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