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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길산 시인이 쓰는 문학과 동래이야기 ⑦ 금강공원 최계락 시비
작 성 자 문화관광과 등록일 2019-07-25 조   회 62

동길산 시인이 쓰는 문학과 동래이야기 ⑦ 금강공원 최계락 시비
동길산 시인이 쓰는 문학과 동래이야기 ⑦ 금강공원 최계락 시비
동길산 시인이 쓰는 문학과 동래이야기 ⑦ 금강공원 최계락 시비



파아란 잎, 빠알간 꽃 품은 꽃씨

1970년 7월 4일. 동시 꽃씨의 시인 최계락이 세상을 뜬 날이다. 주말이던 그날 밤 임종을 지키던 부인에게 "미안하다" 한마디 남기고 영면에 들었다. 1930년 9월 3일생이니 만으로 마흔이 안 된 나이였다. 간암으로 인한 요절이었다. 부인과 1남 5녀 어린 자녀를 둔 가장으로서 눈인들 제대로 감았을까. 벌써 50년 저쪽의 일이지만 안타까운 마음으로 동래 금강공원 최계락 시비를 찾았다.

최계락 시인 타계 10주기에 즈음해 동시와 시 등을 실어 1981년 펴낸 추모시집 <외갓길> 표지와 생전 모습. 최 시인은 평생 신문기자로 지냈다. 국제신문 정치부장·사회부장·편집부국장이 마지막 직책이었다

시비를 찾아가는 길. 한여름 7월인데도 서늘하다, 요 며칠 장마라서 그러리라. 물기를 머금은 촉촉한 물바람이 살갑다. 정감이 넘친다. 생전 대면한 적은 없지만 살가운 정이 넘쳤다던 최계락 시인을 보는 듯하다. 배고픈 시인이나 선후배가 찾아오면 같이 밥 먹었고 밥 먹을 시간이 없으면 응분의 정의를 나누었다.    
최계락 시인은 평생 신문기자로 지냈다. 경남일보 문화부장을 거쳐 국제신문 정치부장 겸 사회부장 겸 편집부국장을 지냈다. 시인이 기자로 지내던 1950년대와 60년대는 다들 박봉이었다. 직장이 있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하던 시절이었다. 기자 역시 박봉이었다. 배고픈 시인이나 선후배를 넉넉해서 챙긴 게 아니라 워낙에 성품이 그랬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낙화의 시인 이형기는 최계락과 단짝이었다. 세 살 아래였지만 고교 시절인 1949년 만난 이래 최계락 하면 이형기, 이형기 하면 최계락일 만큼 수어지교였다. 1951년 <2인>이란 동인지를 내었고 같은 직장에서 밥을 먹었다. 최계락은 국제신문 부산 본사에서, 이형기는 서울 지사에서 근무하며 업무용 무전으로 전화보다 더 쉽게 말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   

꽃씨 속에는
파아란 잎이 하늘거린다

꽃씨 속에는
빠알가니 꽃도 피면서 있고

꽃씨 속에는
노오란 나비떼가 숨어 있다


동인지 <2인>에 처음 발표한 꽃씨다. 시인 중에 문청 시절 이 시를 외워보지 않은 이가 있을까. 문학소녀 시절 이 시에 마음이 물들어 보지 않은 이가 있을까. 꽃씨를 처음 접하고서 꽃씨가 품은 세상이 얼마나 너르고 고운지 알았다. 사춘기가 되고 첫사랑에 빠지면서 꽃씨보다 조그마한 당신이 품은 세상이 얼마나 너르고 고운지 알았다. 그러면서 나도 시인이 되어 갔다. 꽃씨를 읽고서 시인이 된 이는 또 얼마나 많을 텐가.
<꽃씨>, <철둑길의 들꽃>. 최계락 시인이 생전에 낸 두 권의 동시집이다. 그리고 타계 10주기를 추모해 1981년 동시 시선집 <외갓길>이 나왔다. 생전 가까이 지내던 친구, 후배, 유일한 동생 최종락 등이 추모사업회를 꾸려 두 권의 동시집에 실린 시와 미발표작을 엮어서 펴낸 추모 기념문집이다. 국제신문과 공동으로 해마다 최계락문학상을 시상하며 2018년 제18회 시상식을 했다. 기업가인 최종락이 현재 최계락문학상 재단 이사장이다.
그가 남긴 시집은 2권에 불과하지만 거기 담긴 주옥들은 한국 서정시의 한 영토를 차지하는 데 손색이 없을 것이다. 추모문집 <외갓길>에 김규태(1934~2016) 시인이 쓴 회고록 한 대목이다. 동래고와 서울대 불문학과를 나온 김규태 시인 역시 국제신문에서 최계락 시인과 한솥밥을 먹었다. 김 시인 표현대로 꽃씨 꼬까신 외갓길을 비롯한 최계락 동시는 한국 서정시의 진수랄지 진면목 그 자체다.
내년 7월이면 타계 50주기. 금강공원 최계락 시비의 역사도 그쯤 된다. 타계 한 해 뒤인 1971년 7월 3일 부산문인협회와 국제신보사가 공동으로 세웠다. 국제신문 명칭이 그때는 그랬다. 꽃씨를 새긴 시비는 검정 돌. 네모반듯하다. 멋 부리지 않아 정감은 더 간다. 꽃씨에서 나온 파아란 잎이 하늘거리는 동래 금강공원. 꽃씨를 품은 땅 아래서도, 시인이 시를 쓰고 있을 하늘에서도 파아란 잎은 하늘거릴 것이다.   
 dgs111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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