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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아빠되기
작 성 자 문화관광과 등록일 2019-07-25 조   회 11


"아빠, 이거 해줘"
주말 아침, 소파에 누워 TV와 씨름하고 있는 내 얼굴에 초등학교 4학년 아이가 불쑥 내민 노트. 거기에는 자녀에게 편지쓰기와 자녀를 사랑하는 이유 20가지를 써야 하는 숙제가 담겨져 있었다.
TV를 보면서 쉬려고 했던 내겐 꽤나 난이도 높은 귀찮은(?) 과제였다. 그러나 어쩌랴. 자식의 부탁이자 아빠의 숙제인 것을. 아이에게 "정직해라, 건강해라, 공부 열심히 해라" 등등 이런저런 당부의 말로 낑낑대며 1시간 넘게 편지를 써내려갔다. 그러면서 육필로 쓰는 편지의 마력도 느껴 보았다.
그런데 아이를 사랑하는 이유 20가지를 만들어 내는 일은 머리에 쥐가 나도록 쥐어짜도 생각보다 쉬운 게 아니었고, 10가지를 넘기기 어려웠다.
방에 들어가 결국 컴퓨터를 켜고 다른 아빠들이 아이를 어떻게 사랑하는지 커닝(?)하기로 했다. 컴퓨터 스위치를 넣으면서 책상에 앉아 잠시 생각을 떠올려 봤다.
그동안 나는 나만큼 자녀에게 잘하는 아버지가 어디 있는가라며 자부해 왔다. 그런데 곰곰 생각해보니 남들에게 내세울 만큼 좋은 아버지는 아니었다.
그러던 내가, 대화보다는 명령 하달식의 아버지상(象)만 기억나는 내가 아이의 학교에서 내준 숙제를 하면서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조금만 더 아이들의 말에 귀 기울여주고, 세심한 관심을 갖고 아이들과 함께 대화를 했었더라면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자녀를 사랑하는 20가지 이유를 손쉽게 쓸 수 없다는 자괴감 보다는 그동안 아이들에게 좋은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것 자체가 미안했다.
반나절이 걸려서야 아이의 숙제를 마치고 나니 "남성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좋은 아버지가 되는 것이다"라고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포스트지에 기고한 글이 떠오른다.
 김상욱(수민동 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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