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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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1 ㅣ 2019.10.28



최 원 열   
언론인(前 국제신문 논설위원)

화려하기 그지없는 단풍이 우리 곁을 찾아왔다. 주위를 온통 수놓는 울긋불긋 꽃대궐을 보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다가올 겨울에 앞서 마지막 절정을 불태우는 자연의 안간힘에 다름 아닌 것을. 단풍은 그렇게 속절없이 시들어버리고 동토의 계절로 넘어가겠지.
우리네 삶이라고 무에 다르겠나. 어느덧 환갑에 접어들었기에 건강에 무척 신경 쓰인다. 그래서 작심하고 택한 게 산책이다. 혈기왕성했던 시절 가쁜 숨을 몰아쉬며 일초라도 빨리 정상에 오르려 했던 등산과는 거리를 두기로 했다. 쫓기듯 바빴던 예전의 일상에서 벗어나니, 느림을 추구하려는 본능이 작용한 탓도 있을 테다. 충실한 삶이라면 속도가 아니라 방향을 중시해야 마땅하다고 본다. 그게 성숙된 늙음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라고 여기기에.
평소 도서관을 즐겨 찾는 필자는 인근 영락공원을 한 바퀴 도는 산책을 무척 좋아한다. 독서로 달궈진 머리를 식히는데 이만한 곳이 없다. 묵언수행은 덤이다. 사람들은 삶과 죽음을 구분하기에 사자(死者)의 영역에 들어서는 걸 꺼린다. 하지만 죽음도 삶의 일부분이라고 여기는 필자에게 묘지공원은 최고의 산책로다. 이곳을 걷는 사람은 흔치 않다. 그러니 혼자만의 고즈넉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거다.
먼저 수많은 영령들께 마음속으로 인사를 올린 뒤, 침묵의 걷기를 시작한다. 눈 앞에 펼쳐지는 금정산 전경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이다. 어디 그뿐이랴. 화려한 자태를 자랑하며 숲속을 뛰어다니는 장끼와 갑작스런 만남에 눈이 휘둥그레진 고라니라니. 도심 어디에서 이런 풍경을 접할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가장 눈여겨보는 건 삶의 의미를 깨우쳐주는 나무들이다. 나무는 사람에게 아낌없이 사랑을 베풀어준다. 우리가 내뱉는 혼탁한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여 신선한 산소로 되돌려주는 생명의 은인이 아닌가. 나이테는 연륜을 더할수록 간격이 넓어진다. 그러다 어느 순간을 넘어서면 나이테를 하나씩 지워간다고 한다. 여유로움과 비움의 미학을 몸소 실천하는 존재가 나무인 게다. 서로 헐뜯고, 돈과 권력에 취해 거리낌 없이 배신하는 인간들에게 나무는 고귀한 가르침을 전해준다. 아무 말 없이. 걸으며 그걸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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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5 ㅣ 2019.10.02

최 원 열   
언론인(前 국제신문 논설위원)

축제!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그중에서도 드세게 몰아쳤던 폭염의 시간과 태풍을 견뎌내며 숙성된 결실의 가을 축제야말로 그 맛이 진하디 진하다.
축제! 너의 깊은 향기를 마음껏 들이마시고, 쿵쿵 뛰노는 심장의 고동을 느껴보라. 축제의 피는 끓는다. 끓는 피에 뛰노는 심장은 거선(巨船)의 엔진과 같이 힘 있다. 바로 이것이다. 인류의 역사를 떠받쳐온 동력은 바로 이것이다. 축제의 끓는 피가 아니라면, 인간이 얼마나 쓸쓸하랴? 나이 지긋한 중년이라면 학창시절 접했던 저 유명한 에세이 청춘 예찬을 축제 예찬으로 패러디해봤다.
 누군가 말했다. 역사축제는 역사라는 거울을 통해 어리석음을 발견하는 것, 그리하여 다시는 어리석음을 반복하지 않는 것이라고. 시대를 넘고, 세대를 잇는 멋진 역사축제가 신명나게 펼쳐진다. 오는 11일부터 13일까지 이어지는 동래읍성 역사축제가 그것이다. 1592년 조선, 동래를 만나다란 슬로건을 보면 단박에 알 수 있듯이 임진왜란 당시 나라를 위해 초개같이 목숨을 던진 동래부사 송상현과 읍성민들의 눈물겨운 항전을 주제로 한다. 단언컨대 부산에 이러한 역사축제는 없다. 빼어난 자연풍광과 먹을거리를 내세운 축제는 많지만 역사를 주제로 한 축제는 전국적으로도 흔치 않다.
축제란 죽은 자의 이름을 빌려 산 자들이 맛있게 먹고 즐기는 우리의 제사와 다를 바 없다. 고로 동래읍성에서 흥겨운 제사를 지내는 것이 역사축제가 아닐까 한다. 단 한 가지 덧붙일 것은 즐기는 가운데서 느끼는 바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시기적으로도 딱 맞아 떨어진다. 최근 일본과 갈등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단순히 반일(反日)이 아니라 경쟁을 통해 이겨내는 극일(克日)의 정신을 다질 절호의 기회가 바로 동래읍성 역사축제라 하겠다.
거듭 말하거니와 축제는 빌면서 제사 지냄이라는 뜻을 지녔다. 그러니 동래읍성 역사축제는 임진왜란 때 당한 원혼들을 위로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새 출발을 흥겹게 다짐하는 자리가 되어야 마땅하다.
축제란 소비를 통해 욕망이 충족되고, 그러한 현상이 확대 재생산되어야 한다. 그러니까 소비자가 생산자가 되는 쌍방향 문화현상이 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게 될테다. 오이소, 즐기소, 그리고 느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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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15 ㅣ 2019.08.27

행복만들기


최 원 열   
언론인(前 국제신문 논설위원)


인간은 반드시 태어나서 죽는다. 이는 태양이 내일도 떠오르듯이 언제나 진리다. 생로병사라는 삶의 과정에서 탄생과 죽음은 시작과 끝을 장식한다. 그래서 죽음은 가장 중요한 최후의 통과의례라 하겠다. 요즘 웰다잉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가히 존엄한 죽음의 대명사라 할 바보 김수환 추기경, 그는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을 보이며 세상을 떠나지 않았던가.
존엄한 죽음이 인정된다면 삶에도 적용되어야 마땅할 것이다. 그런데 존엄하게 살 권리는 현실적으로 그리 대접을 받지 못하는 듯하다. 특히 인생 후반부에서 그러하다. 인간의 평균 수명은 의학의 눈부신 발전에 힘입어 크게 늘고 있다. 이제 노후가 인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가 됐다. 그 기간은 늘었으되 노인들은 대부분 국외자로 떼밀려 초라하고 쓸쓸한 삶을 사는 게 우리 사회의 일상이 돼버렸다. 당당하고 아름다운 노년은 그야말로 말뿐인 각박한 세상.
얼마 전 부산에서 눈물겨운 살인사건이 벌어졌다. 여든을 앞둔 노인이 동갑내기 부인을 목 졸라 살해했던 것이다. 그토록 금슬 좋았던 부부였다는데 도대체 왜 황혼살인을 저질렀단 말인가. 그가 울먹이며 말했다. "간호가 너무 힘들고 자식들한테 미안해서 그랬다"고.
숨진 부인은 간암과 담도암 말기 판정을 받고 치료를 받고 있었다. 회복은 불가능했기에 연명하는데 급급하지 않았나 싶다. 문제는 부인이 20년 전부터 심장 질환을 앓아왔고 남편이 지극 정성으로 보살펴왔다는 점이다. 인생 황혼기에 오붓하게 살기는커녕 수십 년을 오로지 병간호에 매달려야 하다니.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말기 암 판정까지 받았으니 더 말해 뭣하랴. 그뿐인가. 치료비까지 자식들에게 기대야 하니 도무지 면목이 서지 않는다. 혼자서 얼마나 절망하고 상심했을까.
그에게는 비록 살인자의 낙인이 찍혔지만 그렇다고 돌팔매질을 받아야 마땅할까. 우리 사회는 책임이 없나. 노인을 짐으로 여기는 세태 말이다. 나 살기도 바쁜데 노인들에게 신경 쓸 여유가 어디 있겠나고 변명하지 말자. 오늘의 젊은이도 내일에는 늙은이가 되고야 말지니.
노년에 대한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 노화를 죽음에 이르는 과정이라기 보다 자연스러운 환경적응 과정으로 이해하자. 젊음과 늙음이 다르지 않고, 젊은이와 늙은이가 분리되어 있지 않다는 생명의 미학에 눈뜨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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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25 ㅣ 2019.07.25

행복만들기


최 원 열   
언론인(前 국제신문 논설위원)

16년 전 8월 섭씨 44도를 넘는 끔찍한 폭염이 프랑스를 덮치면서 곡소리가 온 나라를 뒤흔들었다. 특히 파리의 참상은 아수라지옥을 방불케 했다. 75세 이상 파리 노인만 1만 명 이상 숨졌다. 병원 안치소가 모자라 시신 썩는 냄새가 진동했다.
그것은 결코 가정의 비극이 아니었다. 나라의 참극이었다. 원인은 많았다. 평소 고온다습하지 않고 무더위도 드물어 에어컨 보급률이 낮았던 데다, 파리 특유의 집구조도 폭염에 매우 취약했다. 이른바 하녀방이라는 건데 과거 하녀들이 살던 건물 꼭대기의 작은 다락방을 말한다. 지붕은 대부분 양철로 씌워져 있어 그야말로 사우나나 다름없었다. 홀로 남겨진 노인들이 그런 곳에 살다 떼죽음을 당한 거다.
 하지만 재앙을 불러일으킨 가장 큰 원인은 관심과 배려의 부재였다. 젊은이들이 연로한 부모를 내팽개쳐둔 채 그들만의 바캉스를 떠났기 때문이었다. 당시 유력지 르 피가로는 프랑스의 야만이라고 절규했다. 휴가지상주의에 젖어 있던 파리지앵들은 현실을 목도하고서야 참회의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우리는 아버지와 어머니,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잊었다"고 말이다.
올 여름 지구촌 폭염도 심상치 않다. 지난달 말 프랑스 남부지역의 낮 최고기온이 섭씨 45.9도까지 치솟았고, 인도에서는 열사병으로 100명 이상이 숨졌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가 아니다. 지난 6일 서울 낮 최고 기온은 무려 36.1도. 7월 초 기온으로는 80년 만에 최고 수준이었다. 매년 기록을 갈아치우는 살인 폭염은 초미세먼지와 마찬가지로 어느덧 우리에게 익숙한 일상이 되어버렸다.
기상 전문가들은 올해 여름이 역대 최장기간일 것으로 예상한다. 무려 31.5일 동안 폭염이 지속됐던 지난해 여름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4511명. 이 중 48명이 사망했다.
대부분 뇌가 익어버리는 일사병으로 희생됐다. 올해는 작년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는 않을 듯하다.
그러니 노인과 어린이, 장애인 등 취약층에 대한 살가운 관심과 배려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폭염으로 신음하는 그들을 보살피자. 더울 때는 밖에 나오지 말라는 한가한 소리를 할 때가 아니다. 필자가 왜 파리의 비극을 언급했는지 생각해보라.
사람이 먼저다란 말이 진정 뜻하는 바가 이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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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28 ㅣ 2019.06.25

행복만들기

 주는 게 행복이다

〈273>

최 원 열   
언론인(前 국제신문 논설위원)

최근 외신 토픽 중 그야말로 억 소리나는 두 사건이 있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과 아마존 소유주이자 세계 최고의 갑부인 제프 베조스와 이혼 소송 중인 아내 메켄지가 그 주인공들이다.
버핏은 점심 식사 경매로 유명한 인물. 그와 스테이크 식사자리를 갖기 위해 치러야 할 대가는 엄청나다. 지난해 역대 최고기록이었던 낙찰가 39억 원을 올해 사뿐히 즈려밟았다. 무려 54억 원을 넘는다.
두 번째 뉴스. 베조스와 이혼 절차를 밟고 있는 아내 매켄지가 받을 위자료가 물경 44조1700억 원에 달할 거란다. 돈을 떠올리자 눈이 핑핑 돌고 정신이 혼미해진다. 맙소사, 우째 이런 일이!
하지만 오늘의 주제는 돈 자랑이 아니다. 너를 나처럼 생각하고 돕겠다는 그들의 갸륵한 마음이자 정성이다.
돈 버는 건 기술이고 돈 쓰는 건 예술이라고 했던가. 버핏은 "돈 버는 과정을 즐기고, 의미 있게 돈을 쓰는 것이 행복"이라고 갈파한 바 있다. 돈을 얼마나 버느냐 보다 어떻게 벌고, 무엇을 위해 쓸 것이냐가 더욱 중요하다는 말씀.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명언이 아닌가. 버핏은 헛말을 하지 않았다. 점심 경매는 20년 째 쉼 없이 해오고 있다. 물론 수익금은 전액 빈민들을 위해 내놓는다. 뿐만 아니라 9년 전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와 함께 세계 억만장자들의 모임(더 기빙 플레지)을 만들어 갑부들을 끌어 모으는데 심혈을 쏟고 있다. 여기에 가입하면 재산 절반 이상을 자선 사업에 내놓겠다고 서약해야 한다.
매켄지도 기부에 관한 한 버핏에 질 생각이 없는 듯하다. 그녀는 어쩌다 보니 원치 않는 거액의 돈을 갖게 됐다며 이렇게 말했다. "금고가 텅 빌 때까지 자선 활동에 힘을 쏟겠다." 단 한 문장으로 이토록 강렬하게 기부 열정을 표현하다니. 그리곤 약속을 지키기 위해 더 기빙 플레지에 가입한 그녀다. 아름다움이란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닐까.
행동으로 존재하라!는 돈키호테의 말을 거침없이 실천에 옮긴 버핏과 매켄지. 이 시대의 진정한 리더들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여기 권하고 싶은 문구 하나를 소개한다. 삶은 갖기 위한 것(for getting)이 아니라 주기 위한 것(for giving)이니 그렇게 하려면 관용을 베풀어야(forgiving)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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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43 ㅣ 2019.05.29

행복만들기


〈272〉

최 원 열
언론인(前 국제신문 논설위원)


자연은 질박하면서도 정직하다. 시간이 흐르면 어김없이 사계의 아름다움과 그윽한 풍취를 우리에게 전해준다. 어느새 깊이를 알 수 없는 푸르름이 그 절정을 향해 짙어져 갈 즈음 엄청난 낭보가 날아들었다.
이달 초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2019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 톱 그룹 상과 톱 소셜 아티스트 상을 수상하면서 2관왕을 달성했다는 뉴스였다. 삶에 짓눌린 국민들의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려버리는 소식이었다. 글로벌 음악시장을 주도하는 미국에서, 그것도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시상식에서 2관왕이라니! 현지에서 비틀스의 부활이라며 경악할 만하다. 더구나 톱 그룹상을 영어가 아닌 외국어로 음악을 하는 외국 팀이 수상한 게 빌보드 사상 최초여서 미국 전역을 넘어 온 세계를 뒤흔들기에 충분했다. 물론 BTS가 빌보드 200 1위를 차지한 최초이자 유일한 대한민국의 가수(음악 그룹)가 된 것은 말할 나위가 없을 터이다.
BTS는 이제 전설이 되었다. 그럴 자격이 충분하다. 음악성뿐만 아니라 흙수저 출신으로 실패의 가시밭길을 이겨내고 정상에 올라 선 불굴의 정신! 그 어떤 찬사를 보내도 모자랄 지경이다.
 필자는 BTS가 보여주는 심오한 철학에 주목하고자 한다. 영어로 Bangtan Boys 혹은 Bulletproof Boys Scouts인 방탄소년단의 새로운 의미를 아시는지. 바로 Beyond The Scene이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해 난관을 뛰어넘는다는 뜻을 담고 있다. 쉽게 말해 젊은 세대가 살면서 겪는 고난과 사회적 편견, 억압을 방탄(튕겨냄)하겠다는 거다.
전 세계의 젊은 팬들은 말한다. BTS의 음악을 통해 내가 사랑해야 할 사람은 바로 나 자신임을 깨달았다고. 이제 더 이상 외롭지 않다고. 그래서 행복해졌다고. BTS는 참 솔직했다. 그들의 좌절과 고통, 불안 그리고 극복을 향한 긍정의 의지를 가감 없이 노래했다. 음악에 담긴 BTS의 성장통은 그렇게 글로벌 힐링으로 퍼져 나갔고, 가사는 삶의 철학이 되었다.
노래 러브 마이셀프에 이런 가사가 있다. 네 삶 속의 굵은 나이테 그 또한 너의 일부, 너이기에 이제는 나 자신을 용서하자. 참으로 대단하다. 이토록 깊은 철학을 품고 있다니. 나는 항상 자기 자신을 극복해야 하는 존재라는 니체의 명언과 맥을 같이 하지 않나. 우리가 어려움 속에서도 항상 긍정의 의지를 다져야 할 이유를 BTS는 노래로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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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58 ㅣ 2019.04.25

부자 나라, 가난한 국민


〈271〉

최 원 열
언론인(前 국제신문 논설위원)



좋은 뉴스와 나쁜 뉴스가 있었다. 나라는 부유한데, 그 주인공인 국민은 가난하다? 도대체 진실이 뭔가. 헷갈리기 그지없는 이 현실의 괴리감이 가슴을 후벼 파고든다.
먼저, 굿 뉴스를 보자.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소득이 처음으로 3만 달러를 돌파했단다. 보통 3만 달러를 넘어서면 선진국 관문을 통과한 것으로 평가한다. 더구나 인구 5천만 명 이상 국가 중 국민소득 3만 달러가 넘는 나라를 30-50 클럽이라 칭하는데 우리나라가 세계 7번째로 여기에 가입했으니 쌍수를 들고 환영해야 할 경사가 아닐쏘냐.
그런데 말이다. 국민소득이 3만 달러면 한 해 평균 4인 기준 가구소득이 1억 원을 넘는데, 실제 국민들의 삶이 그만큼 풍요로워진 걸까.
다음, 배드 뉴스는 우리나라 가계의 소득 격차가 확대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바닥권을 맴돈다는 소식이다. 처분가능소득 기준 가계 소득 상위 10% 경곗값을 하위 10% 경곗값으로 나눈 10분위 수 배율이 OECD 36개 회원국 중 32위 수준이라는 거다. 이는 소득 최상위 가계와 최하위 가계 간 소득 격차가 매우 벌여졌다는, 다시 말해 소득불평등도가 엄청 심하다는 뜻이다.
 쉽게 이야기해보자. 한국 국부를 100이라 할 때, 소득 상위 10%가 90을 갖고, 중하위 90%가 겨우 10을 가진 나라꼴이라고 보면 이해가 될 게다. 그만큼 부가 쏠려있다. 그런데 소득 3만 달러를 넘어섰다고? 이야말로 통계의 함정이 아니고 뭔가.
 며칠 전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18년 연금저축 현황 분석 결과는 가난한 국민의 전형적인 사례였다. 노후대비용 연금저축의 1인당 월 평균 수령액이 겨우 26만 원에 불과했다. 여기에 국민연금을 합쳐도 61만 원 정도에 그친다. 1인 기준 최소 노후 생활비(월 104만원)의 절반을 겨우 넘는다. 참으로 처량하고 우울한 현실이 우리를 쥐어짜고 있다.
 빈곤이 멸시와 고독을 낳는 절망 인생의 대량 양산이 시작된 건 아닌지 심히 걱정된다. 국민들은 굶어죽지 않을 만큼 도와주는 결과의 평등을 원하는 게 아니다. 열심히 일하면 품위 있는 삶을 살 수 있는 기회의 평등을 바라는데 그게 그렇게 힘든가. 부자나라에서 사는 가난한 국민들의 삶이 이렇다. 뼈 빠지게 일해도 성공하기 힘든 현실. 아린 슬픔이 가슴에 번져온다. 만나면 한숨이고 모이면 홧술이다란 푸념이 뇌리를 스친다. 환경영향평가는 있는데 왜 국민들의 안녕을 살피는 행복영향평가는 없는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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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67 ㅣ 2019.03.25



〈270〉

최 원 열
언론인(前 국제신문 논설위원)


약동의 계절인 3월이 왜 이 모양인가. 신록으로 푸릇푸릇해야 할 풍경이 온통 잿빛으로 물들었으니 하는 말이다. 요즘 날씨를 보라. 먼 산이 뿌연 안개를 머금은 듯하고,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여기저기서 재채기를 해대고, 마스크로 코와 입을 가리기에 바쁘다. 그 고약한 미세먼지가 눈과 귀, 피부로 스며들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는데 말이다.
 미세먼지와 극도로 불편한 동거를 해야 하는 불편한 진실에 숨이 턱 막힌다. 그것은 어느새 우리의 삶을 전방위적으로 조여오고 있다. 미세먼지가 나쁨 단계에 들어서는 순간 생활이 완전히 달라진다. 이른바 선택의 자유를 빼앗기게 되는 것이다. 밖으로 외출을 하지 못한 채, 창문을 꽁꽁 닫고 지내야 한다.
 미세먼지가 당장 생명과 직결된 큰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으나 야금야금 삶을 갉아먹는 침묵의 살인자임을 우리는 알아야만 한다. 초미세 먼지에 하루 동안 노출되면 담배 5개비를 피운 것과 같다고 한다. 이 계산에 따르면 3월 들어 미세먼지가 가장 심했던 5일간 갓난아기를 포함한 전 국민이 담배 1갑 정도씩 피운 셈이다. 초미세 먼지 농도가 매우 나쁨일 때 1시간 야외 활동을 하면 담배 연기를 1시간 20분, 디젤차 매연을 3시간 40분 마신 것과 같다는 연구도 있다.
 지난 5일 도시별 대기질 지수를 보면 서울과 인천이 세계 1, 2위로 공기가 최악의 상태를 보였다. 부산도 당당하게(?) 10위권에 들었다. 상황이 이러니 국민들은 생활 전반에 깊숙이 침투한 미세먼지로 인한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오죽했으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 중 하나가 이민이었을까. 드디어 우리나라에 미세먼지 난민이 등장하는 징조가 아닌지 심히 걱정된다. 어디 그 뿐인가. 미세먼지는 경제도 멍들게 하는 골칫덩어리다. 밖에 나가지를 않으니 소비, 특히 쇼핑수요가 확 줄어들 밖에.
 정부는 지금 당장 나서야 마땅하다. 국민이 세금을 내는 이유가 뭔가.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기 때문이다. 생명에 비하면 재산은 아무 것도 아니다. 우리는 며칠간 물 없이 버틸 수 있어도, 공기가 없다면 단 몇 분도 견딜 수 없다. 그만큼 대기질이 중요하다. "미세 먼지가 너무 심해 숨쉬기도 힘든데, 정부가 하는 거라곤 안전 문자 보내는 것 말고 뭐가 있느냐"는 불만을 새겨들어야 한다. 신선한 공기를 마음껏 숨 쉴 수 있는 자유가 행복의 전제조건임을 명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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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89 ㅣ 2019.02.26

최 원 열
언론인(前 국제신문 논설위원)


황금돼지해라고 떠들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해빙의 계절이 성큼 다가왔다. 매섭게 몰아붙이던 차디찬 바람은 따스한 봄의 기운에 이미 전의를 상실했다. 무릇 계절이란 과거를 밀어내고 앞날을 오게 하는 존재가 아니던가.
올해 화두로 대통령은 어려운 경제를 꼽았다. 하지만 건강을 잃으면 그깟 돈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데 머리만 싸매고 방콕할 바에야 밖으로 나가 쏘다니자. 혹시 아나. 기상천외한 아이디어가 불쑥 떠오를지. 마치 베토벤이 산책하다 교향곡 6번 전원의 악상을 떠올렸듯이 말이다.
필자는 기를 쓰고 살빼기 하는 다이어트를 싫어한다. 나중에 몸을 망치기 십상이기에. 대신 기를 쓰고 걷기를 강추한다. 왜냐고? 거기엔 아주 매력적이지만 심오한 철학이 배어있기 때문이다.
도대체 걷기에 어떤 매력이 있기에. 무엇보다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손쉽게 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평상복 차림으로 얼마든지 걸을 수 있기에 돈 들 일이 없다. 건강 면에서도 최고의 유산소 운동이다. 길만 있으면 된다. 그리고 땅의 기운을 마음껏 들이켜면서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면 건강을 보너스로 챙길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절대 간과해선 안 된다. 걷기에는 느림의 철학이 묻어있고 도(道)가 숨 쉬고 있음을. 느리고 단순한 삶, 즉 슬로 라이프(slow life)의 중요한 축이 바로 걷는 행위다. 느림의 철학자로 유명한 피에르 쌍소는 "현대사회는 느림이라는 처방이 필요한 환자다. 느림은 삶의 매 순간을 구석구석 느끼기 위해 속도를 늦추는 적극적인 선택이며 오래된 포도주처럼 향기로운 삶"이라고 갈파했다. 걷기 예찬의 저자 다비드 르 브르통은 세계를 느끼는 관능에의 초대라는 촌철살인의 표현으로 걷기를 정의했고. 그는 우리가 걸음으로써 비로소 시간의 노예에서 시간의 주인으로 원상회복된다고 강조한다.
그렇다. 걷기는 일상 속에서 도 닦기를 실천하는 일이다. 몸과 정신을 아우르는 이 성스러운 운동을 결코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되겠다. 걷기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면서 마음의 문을 활짝 열자.
걸으면서 충만한 삶의 내음을 만끽하자. 걷고 또 걸으면 몸은 건강해지고, 마음은 도를 닦게 되니 지복이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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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77 ㅣ 2019.02.26


매달 절찬리에 연재해 오던 행복 만들기 칼럼 필자가 제272호 발행을 계기로 변경된다.
행복 만들기 칼럼은 창간호부터 제200호까지 부산 출신 평론가인 김종욱 한국자원봉사연합회 이사가 맡아 왔다. 201호부터 268호까지는 강동수 소설가(경성대 교수·前 국제신문 논설위원)가 칼럼을 이어오다 지난해 12월 부산문화재단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그만두게 됐다.
이에 따라 2019년 2월호 통권 272호 행복 만들기 칼럼은 최원열 前 국제신문 논설위원이 바통을 이어받아 독자들에게 다양한 세상살이 이야기를 들려줄 전망이다.
최 위원은 영남대와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학업을 마치고 국제신문 복간 멤버로 1988년 입사한 이래 사회부·문화부·경제부 등에서 일선 기자생활을 두루 거쳤다.
2005년부터 3년간 편집국 부국장을, 2008년부터 2014년까지는 논설위원과 문화사업국장(2011년)으로 재직했으며, 1997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주관하는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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