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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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11 ㅣ 2019.07.25

행복만들기


최 원 열   
언론인(前 국제신문 논설위원)

16년 전 8월 섭씨 44도를 넘는 끔찍한 폭염이 프랑스를 덮치면서 곡소리가 온 나라를 뒤흔들었다. 특히 파리의 참상은 아수라지옥을 방불케 했다. 75세 이상 파리 노인만 1만 명 이상 숨졌다. 병원 안치소가 모자라 시신 썩는 냄새가 진동했다.
그것은 결코 가정의 비극이 아니었다. 나라의 참극이었다. 원인은 많았다. 평소 고온다습하지 않고 무더위도 드물어 에어컨 보급률이 낮았던 데다, 파리 특유의 집구조도 폭염에 매우 취약했다. 이른바 하녀방이라는 건데 과거 하녀들이 살던 건물 꼭대기의 작은 다락방을 말한다. 지붕은 대부분 양철로 씌워져 있어 그야말로 사우나나 다름없었다. 홀로 남겨진 노인들이 그런 곳에 살다 떼죽음을 당한 거다.
 하지만 재앙을 불러일으킨 가장 큰 원인은 관심과 배려의 부재였다. 젊은이들이 연로한 부모를 내팽개쳐둔 채 그들만의 바캉스를 떠났기 때문이었다. 당시 유력지 르 피가로는 프랑스의 야만이라고 절규했다. 휴가지상주의에 젖어 있던 파리지앵들은 현실을 목도하고서야 참회의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우리는 아버지와 어머니,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잊었다"고 말이다.
올 여름 지구촌 폭염도 심상치 않다. 지난달 말 프랑스 남부지역의 낮 최고기온이 섭씨 45.9도까지 치솟았고, 인도에서는 열사병으로 100명 이상이 숨졌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가 아니다. 지난 6일 서울 낮 최고 기온은 무려 36.1도. 7월 초 기온으로는 80년 만에 최고 수준이었다. 매년 기록을 갈아치우는 살인 폭염은 초미세먼지와 마찬가지로 어느덧 우리에게 익숙한 일상이 되어버렸다.
기상 전문가들은 올해 여름이 역대 최장기간일 것으로 예상한다. 무려 31.5일 동안 폭염이 지속됐던 지난해 여름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4511명. 이 중 48명이 사망했다.
대부분 뇌가 익어버리는 일사병으로 희생됐다. 올해는 작년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는 않을 듯하다.
그러니 노인과 어린이, 장애인 등 취약층에 대한 살가운 관심과 배려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폭염으로 신음하는 그들을 보살피자. 더울 때는 밖에 나오지 말라는 한가한 소리를 할 때가 아니다. 필자가 왜 파리의 비극을 언급했는지 생각해보라.
사람이 먼저다란 말이 진정 뜻하는 바가 이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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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16 ㅣ 2019.06.25

행복만들기

 주는 게 행복이다

〈273>

최 원 열   
언론인(前 국제신문 논설위원)

최근 외신 토픽 중 그야말로 억 소리나는 두 사건이 있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과 아마존 소유주이자 세계 최고의 갑부인 제프 베조스와 이혼 소송 중인 아내 메켄지가 그 주인공들이다.
버핏은 점심 식사 경매로 유명한 인물. 그와 스테이크 식사자리를 갖기 위해 치러야 할 대가는 엄청나다. 지난해 역대 최고기록이었던 낙찰가 39억 원을 올해 사뿐히 즈려밟았다. 무려 54억 원을 넘는다.
두 번째 뉴스. 베조스와 이혼 절차를 밟고 있는 아내 매켄지가 받을 위자료가 물경 44조1700억 원에 달할 거란다. 돈을 떠올리자 눈이 핑핑 돌고 정신이 혼미해진다. 맙소사, 우째 이런 일이!
하지만 오늘의 주제는 돈 자랑이 아니다. 너를 나처럼 생각하고 돕겠다는 그들의 갸륵한 마음이자 정성이다.
돈 버는 건 기술이고 돈 쓰는 건 예술이라고 했던가. 버핏은 "돈 버는 과정을 즐기고, 의미 있게 돈을 쓰는 것이 행복"이라고 갈파한 바 있다. 돈을 얼마나 버느냐 보다 어떻게 벌고, 무엇을 위해 쓸 것이냐가 더욱 중요하다는 말씀.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명언이 아닌가. 버핏은 헛말을 하지 않았다. 점심 경매는 20년 째 쉼 없이 해오고 있다. 물론 수익금은 전액 빈민들을 위해 내놓는다. 뿐만 아니라 9년 전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와 함께 세계 억만장자들의 모임(더 기빙 플레지)을 만들어 갑부들을 끌어 모으는데 심혈을 쏟고 있다. 여기에 가입하면 재산 절반 이상을 자선 사업에 내놓겠다고 서약해야 한다.
매켄지도 기부에 관한 한 버핏에 질 생각이 없는 듯하다. 그녀는 어쩌다 보니 원치 않는 거액의 돈을 갖게 됐다며 이렇게 말했다. "금고가 텅 빌 때까지 자선 활동에 힘을 쏟겠다." 단 한 문장으로 이토록 강렬하게 기부 열정을 표현하다니. 그리곤 약속을 지키기 위해 더 기빙 플레지에 가입한 그녀다. 아름다움이란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닐까.
행동으로 존재하라!는 돈키호테의 말을 거침없이 실천에 옮긴 버핏과 매켄지. 이 시대의 진정한 리더들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여기 권하고 싶은 문구 하나를 소개한다. 삶은 갖기 위한 것(for getting)이 아니라 주기 위한 것(for giving)이니 그렇게 하려면 관용을 베풀어야(forgiving)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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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30 ㅣ 2019.05.29

행복만들기


〈272〉

최 원 열
언론인(前 국제신문 논설위원)


자연은 질박하면서도 정직하다. 시간이 흐르면 어김없이 사계의 아름다움과 그윽한 풍취를 우리에게 전해준다. 어느새 깊이를 알 수 없는 푸르름이 그 절정을 향해 짙어져 갈 즈음 엄청난 낭보가 날아들었다.
이달 초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2019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 톱 그룹 상과 톱 소셜 아티스트 상을 수상하면서 2관왕을 달성했다는 뉴스였다. 삶에 짓눌린 국민들의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려버리는 소식이었다. 글로벌 음악시장을 주도하는 미국에서, 그것도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시상식에서 2관왕이라니! 현지에서 비틀스의 부활이라며 경악할 만하다. 더구나 톱 그룹상을 영어가 아닌 외국어로 음악을 하는 외국 팀이 수상한 게 빌보드 사상 최초여서 미국 전역을 넘어 온 세계를 뒤흔들기에 충분했다. 물론 BTS가 빌보드 200 1위를 차지한 최초이자 유일한 대한민국의 가수(음악 그룹)가 된 것은 말할 나위가 없을 터이다.
BTS는 이제 전설이 되었다. 그럴 자격이 충분하다. 음악성뿐만 아니라 흙수저 출신으로 실패의 가시밭길을 이겨내고 정상에 올라 선 불굴의 정신! 그 어떤 찬사를 보내도 모자랄 지경이다.
 필자는 BTS가 보여주는 심오한 철학에 주목하고자 한다. 영어로 Bangtan Boys 혹은 Bulletproof Boys Scouts인 방탄소년단의 새로운 의미를 아시는지. 바로 Beyond The Scene이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해 난관을 뛰어넘는다는 뜻을 담고 있다. 쉽게 말해 젊은 세대가 살면서 겪는 고난과 사회적 편견, 억압을 방탄(튕겨냄)하겠다는 거다.
전 세계의 젊은 팬들은 말한다. BTS의 음악을 통해 내가 사랑해야 할 사람은 바로 나 자신임을 깨달았다고. 이제 더 이상 외롭지 않다고. 그래서 행복해졌다고. BTS는 참 솔직했다. 그들의 좌절과 고통, 불안 그리고 극복을 향한 긍정의 의지를 가감 없이 노래했다. 음악에 담긴 BTS의 성장통은 그렇게 글로벌 힐링으로 퍼져 나갔고, 가사는 삶의 철학이 되었다.
노래 러브 마이셀프에 이런 가사가 있다. 네 삶 속의 굵은 나이테 그 또한 너의 일부, 너이기에 이제는 나 자신을 용서하자. 참으로 대단하다. 이토록 깊은 철학을 품고 있다니. 나는 항상 자기 자신을 극복해야 하는 존재라는 니체의 명언과 맥을 같이 하지 않나. 우리가 어려움 속에서도 항상 긍정의 의지를 다져야 할 이유를 BTS는 노래로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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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46 ㅣ 2019.04.25

부자 나라, 가난한 국민


〈271〉

최 원 열
언론인(前 국제신문 논설위원)



좋은 뉴스와 나쁜 뉴스가 있었다. 나라는 부유한데, 그 주인공인 국민은 가난하다? 도대체 진실이 뭔가. 헷갈리기 그지없는 이 현실의 괴리감이 가슴을 후벼 파고든다.
먼저, 굿 뉴스를 보자.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소득이 처음으로 3만 달러를 돌파했단다. 보통 3만 달러를 넘어서면 선진국 관문을 통과한 것으로 평가한다. 더구나 인구 5천만 명 이상 국가 중 국민소득 3만 달러가 넘는 나라를 30-50 클럽이라 칭하는데 우리나라가 세계 7번째로 여기에 가입했으니 쌍수를 들고 환영해야 할 경사가 아닐쏘냐.
그런데 말이다. 국민소득이 3만 달러면 한 해 평균 4인 기준 가구소득이 1억 원을 넘는데, 실제 국민들의 삶이 그만큼 풍요로워진 걸까.
다음, 배드 뉴스는 우리나라 가계의 소득 격차가 확대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바닥권을 맴돈다는 소식이다. 처분가능소득 기준 가계 소득 상위 10% 경곗값을 하위 10% 경곗값으로 나눈 10분위 수 배율이 OECD 36개 회원국 중 32위 수준이라는 거다. 이는 소득 최상위 가계와 최하위 가계 간 소득 격차가 매우 벌여졌다는, 다시 말해 소득불평등도가 엄청 심하다는 뜻이다.
 쉽게 이야기해보자. 한국 국부를 100이라 할 때, 소득 상위 10%가 90을 갖고, 중하위 90%가 겨우 10을 가진 나라꼴이라고 보면 이해가 될 게다. 그만큼 부가 쏠려있다. 그런데 소득 3만 달러를 넘어섰다고? 이야말로 통계의 함정이 아니고 뭔가.
 며칠 전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18년 연금저축 현황 분석 결과는 가난한 국민의 전형적인 사례였다. 노후대비용 연금저축의 1인당 월 평균 수령액이 겨우 26만 원에 불과했다. 여기에 국민연금을 합쳐도 61만 원 정도에 그친다. 1인 기준 최소 노후 생활비(월 104만원)의 절반을 겨우 넘는다. 참으로 처량하고 우울한 현실이 우리를 쥐어짜고 있다.
 빈곤이 멸시와 고독을 낳는 절망 인생의 대량 양산이 시작된 건 아닌지 심히 걱정된다. 국민들은 굶어죽지 않을 만큼 도와주는 결과의 평등을 원하는 게 아니다. 열심히 일하면 품위 있는 삶을 살 수 있는 기회의 평등을 바라는데 그게 그렇게 힘든가. 부자나라에서 사는 가난한 국민들의 삶이 이렇다. 뼈 빠지게 일해도 성공하기 힘든 현실. 아린 슬픔이 가슴에 번져온다. 만나면 한숨이고 모이면 홧술이다란 푸념이 뇌리를 스친다. 환경영향평가는 있는데 왜 국민들의 안녕을 살피는 행복영향평가는 없는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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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55 ㅣ 2019.03.25



〈270〉

최 원 열
언론인(前 국제신문 논설위원)


약동의 계절인 3월이 왜 이 모양인가. 신록으로 푸릇푸릇해야 할 풍경이 온통 잿빛으로 물들었으니 하는 말이다. 요즘 날씨를 보라. 먼 산이 뿌연 안개를 머금은 듯하고,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여기저기서 재채기를 해대고, 마스크로 코와 입을 가리기에 바쁘다. 그 고약한 미세먼지가 눈과 귀, 피부로 스며들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는데 말이다.
 미세먼지와 극도로 불편한 동거를 해야 하는 불편한 진실에 숨이 턱 막힌다. 그것은 어느새 우리의 삶을 전방위적으로 조여오고 있다. 미세먼지가 나쁨 단계에 들어서는 순간 생활이 완전히 달라진다. 이른바 선택의 자유를 빼앗기게 되는 것이다. 밖으로 외출을 하지 못한 채, 창문을 꽁꽁 닫고 지내야 한다.
 미세먼지가 당장 생명과 직결된 큰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으나 야금야금 삶을 갉아먹는 침묵의 살인자임을 우리는 알아야만 한다. 초미세 먼지에 하루 동안 노출되면 담배 5개비를 피운 것과 같다고 한다. 이 계산에 따르면 3월 들어 미세먼지가 가장 심했던 5일간 갓난아기를 포함한 전 국민이 담배 1갑 정도씩 피운 셈이다. 초미세 먼지 농도가 매우 나쁨일 때 1시간 야외 활동을 하면 담배 연기를 1시간 20분, 디젤차 매연을 3시간 40분 마신 것과 같다는 연구도 있다.
 지난 5일 도시별 대기질 지수를 보면 서울과 인천이 세계 1, 2위로 공기가 최악의 상태를 보였다. 부산도 당당하게(?) 10위권에 들었다. 상황이 이러니 국민들은 생활 전반에 깊숙이 침투한 미세먼지로 인한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오죽했으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 중 하나가 이민이었을까. 드디어 우리나라에 미세먼지 난민이 등장하는 징조가 아닌지 심히 걱정된다. 어디 그 뿐인가. 미세먼지는 경제도 멍들게 하는 골칫덩어리다. 밖에 나가지를 않으니 소비, 특히 쇼핑수요가 확 줄어들 밖에.
 정부는 지금 당장 나서야 마땅하다. 국민이 세금을 내는 이유가 뭔가.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기 때문이다. 생명에 비하면 재산은 아무 것도 아니다. 우리는 며칠간 물 없이 버틸 수 있어도, 공기가 없다면 단 몇 분도 견딜 수 없다. 그만큼 대기질이 중요하다. "미세 먼지가 너무 심해 숨쉬기도 힘든데, 정부가 하는 거라곤 안전 문자 보내는 것 말고 뭐가 있느냐"는 불만을 새겨들어야 한다. 신선한 공기를 마음껏 숨 쉴 수 있는 자유가 행복의 전제조건임을 명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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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66 ㅣ 2019.02.26

최 원 열
언론인(前 국제신문 논설위원)


황금돼지해라고 떠들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해빙의 계절이 성큼 다가왔다. 매섭게 몰아붙이던 차디찬 바람은 따스한 봄의 기운에 이미 전의를 상실했다. 무릇 계절이란 과거를 밀어내고 앞날을 오게 하는 존재가 아니던가.
올해 화두로 대통령은 어려운 경제를 꼽았다. 하지만 건강을 잃으면 그깟 돈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데 머리만 싸매고 방콕할 바에야 밖으로 나가 쏘다니자. 혹시 아나. 기상천외한 아이디어가 불쑥 떠오를지. 마치 베토벤이 산책하다 교향곡 6번 전원의 악상을 떠올렸듯이 말이다.
필자는 기를 쓰고 살빼기 하는 다이어트를 싫어한다. 나중에 몸을 망치기 십상이기에. 대신 기를 쓰고 걷기를 강추한다. 왜냐고? 거기엔 아주 매력적이지만 심오한 철학이 배어있기 때문이다.
도대체 걷기에 어떤 매력이 있기에. 무엇보다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손쉽게 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평상복 차림으로 얼마든지 걸을 수 있기에 돈 들 일이 없다. 건강 면에서도 최고의 유산소 운동이다. 길만 있으면 된다. 그리고 땅의 기운을 마음껏 들이켜면서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면 건강을 보너스로 챙길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절대 간과해선 안 된다. 걷기에는 느림의 철학이 묻어있고 도(道)가 숨 쉬고 있음을. 느리고 단순한 삶, 즉 슬로 라이프(slow life)의 중요한 축이 바로 걷는 행위다. 느림의 철학자로 유명한 피에르 쌍소는 "현대사회는 느림이라는 처방이 필요한 환자다. 느림은 삶의 매 순간을 구석구석 느끼기 위해 속도를 늦추는 적극적인 선택이며 오래된 포도주처럼 향기로운 삶"이라고 갈파했다. 걷기 예찬의 저자 다비드 르 브르통은 세계를 느끼는 관능에의 초대라는 촌철살인의 표현으로 걷기를 정의했고. 그는 우리가 걸음으로써 비로소 시간의 노예에서 시간의 주인으로 원상회복된다고 강조한다.
그렇다. 걷기는 일상 속에서 도 닦기를 실천하는 일이다. 몸과 정신을 아우르는 이 성스러운 운동을 결코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되겠다. 걷기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면서 마음의 문을 활짝 열자.
걸으면서 충만한 삶의 내음을 만끽하자. 걷고 또 걸으면 몸은 건강해지고, 마음은 도를 닦게 되니 지복이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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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65 ㅣ 2019.02.26


매달 절찬리에 연재해 오던 행복 만들기 칼럼 필자가 제272호 발행을 계기로 변경된다.
행복 만들기 칼럼은 창간호부터 제200호까지 부산 출신 평론가인 김종욱 한국자원봉사연합회 이사가 맡아 왔다. 201호부터 268호까지는 강동수 소설가(경성대 교수·前 국제신문 논설위원)가 칼럼을 이어오다 지난해 12월 부산문화재단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그만두게 됐다.
이에 따라 2019년 2월호 통권 272호 행복 만들기 칼럼은 최원열 前 국제신문 논설위원이 바통을 이어받아 독자들에게 다양한 세상살이 이야기를 들려줄 전망이다.
최 위원은 영남대와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학업을 마치고 국제신문 복간 멤버로 1988년 입사한 이래 사회부·문화부·경제부 등에서 일선 기자생활을 두루 거쳤다.
2005년부터 3년간 편집국 부국장을, 2008년부터 2014년까지는 논설위원과 문화사업국장(2011년)으로 재직했으며, 1997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주관하는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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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100 ㅣ 2018.12.27

 다시 한 해가 저문다. 늘 그렇듯 연말이 되면 흔적 없이 사라진 시간의 궤적이 아쉽고 안타까워진다. 해낸 일도 별로 없는데 시간은 왜 이리 금방 흘러가버린 것일까. 지난해 이맘 때 나는 뭘 하고 있었을까. 생각나지 않는다. 의식하지 못하는 새 시간이 죽은 곤충의 껍데기 같은 잔해를 남기고 저만치 달아난 걸 느낄 때 나는 속절없어진다. 내년엔 우리 나이로 쳐서 나이 앞자리에 6자가 붙게 되기 때문이어서 더 애틋한 마음이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며칠 전, 40년 가까이 사귀어온 묵은 친구 두엇과 망년회랍시고 만났다. 소주잔을 부딪치면서 올 한 해 살아온 감회를 나누고 새해에도 건강하게, 열심히 살아보자고 서로를 격려했다. 청춘시절 말갛고 고운 얼굴이었던 친구들의 하얗게 세어가는 머리카락과 하나 둘 늘어나는 주름살을 바라보며 나는 마음이 짠해졌더랬다. 그래도 함께 늙어가며 속내를 펼쳐 보일 벗이 있으니 또 얼마나 위안이 되는 것인지. 
 지나가 버린 한 해를 꼽아보면 이룬 것이 없어 아쉬운 마음이 됐다가도 그래도 크게 아픈 곳 없이 버텼고 큰 탈 없이 가족을 건사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면 감사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게다가 내 개인적으로는 소설가랍시고 지난 가을엔 책도 한 권 냈으니 그만하면 되지 않았나, 너무 욕심 낼 건 없다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니 이것도 나이가 가르쳐 준 지혜일까. 글쎄, 그런 평범한 아쉬움과 만족감이 우리네 장삼이사가 한 해를 보내고 맞을 때 느끼는 감회가 아닐까.
 소소한 개인사를 넘어 나라 전체로 보면, 이런저런 일이 많은 한 해였다. 연초부터 북쪽에서 불어온 훈풍은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하는 국민들에게 큰 기대를 불어넣지 않았나. 우리 대통령과 북쪽의 젊은 지도자가 세 번이나 만나고 북미정상회담도 열려 완전한 평화가 금방이라도 다가올 것 같았다. 하지만 세상일이란 또 그만한 시간과 인내가 필요한 법이라 지금은 숨고르기에 들어간 형국이다. 내년엔 더 큰 진전이 이뤄질 것이라 기원하는 마음이 된다.
 무엇보다도 경제가 풀리지 않아 국민들의 마음에 휑하니 찬바람이 불어친 것, 특히 젊은이들이 취업난으로 어깨를 움츠릴 수밖에 없었던 건 기성세대의 한사람으로서 미안하고 가슴 아픈 일이었다. 아무쪼록 새해엔 내 아이들을 포함해 젊은이들이 좋은 일자리를 얻어 기를 펴고 사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
 어쨌든, 2018년은 또 그만한 크기로 인류사에 한 흔적을 남겨놓고는 시간의 망각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흘러가는 그 시간은 지상에 머물러 사는 모든 개인들이 흘린 땀과 눈물과 환호와 비탄까지 짊어지고 있을 것이다. 시간 속에 새겨진 개인사의 이력은 참으로 미소한 것이지만, 그 미세한 실금들이 모여서 세상의 지도를 만들고 역사의 벽화를 그린다는 점에서 소중한 것. 그래서 올 한 해 우리가 그은 작은 실금을 들여다보고 새로운 한 해를 맞는 성찰의 시간이 필요할 터이다. 내년엔 부디 우리 모두에게 소확행, 작지만 확실하고 행복한 시간이 마련되기를 기원해 보는 한 해의 끝자락이다.


강 동 수
소설가·경성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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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122 ㅣ 2018.11.28

오래 전에 통영의 동피랑 마을에 가 본 적이 있다. 바다를 낀 산동네 마을의 벽과 담장에 예쁜 그림을 그려 넣은 것을 보고 낡은 마을도 이렇게 꽃단장을 하니 확 달라지는구나 하고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 여기저기 도시 재정비 사업의 하나로 예쁜 마을이 생겨났던 거다. 나는 부산의 감천마을, 산복도로 이바구길, 중앙동의 또따또가에도 가 봤고 마산의 창동 거리나 전주의 벽화마을도 구경했던 적이 있는 터다.


 내 기억으로는 도시재생사업이란 이름으로 전국의 각 지자체가 산동네의 마을 가꾸기 사업을 시작한 게 20년 쯤 전인 성 싶다. 1970년대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갖가지 도시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나. 교통 혼잡, 생활인프라 부족에다 도시빈민 문제까지 발생하면서 1980년대 들어 도시재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사정도 기억한다. 하지만 그때는 도시재개발이란 것을 도심에 있는 빈민촌을 헐어내 번지레한 아파트나 상가를 짓는 것으로나 여길 때였다. 그러니 쫓겨나가는 빈민들의 저항이 거세 그 또한 사회적 문제가 됐던 것이고.


그래서 2000년대 들어서면서 물리적인 도시 재개발 보다는 기존의 주거지에 문화예술적 인프라를 덧입히고 생활환경을 정비하는 도시재생 개념이 등장했던 거다. 몇몇 지자체의 성과를 기초로 해서 2013년엔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자 각 지자체가 우후죽순처럼 이 사업에 뛰어들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부작용도 없지는 않다는 후문이다. 관광자원을 만들어 내겠다는 의욕이 지나치게 앞선 나머지 주민들의 동의와 참여를 얻는 데 소홀한 경우가 더러 있다고 한다. 이를테면 한옥마을로 유명한 서울의 북촌은 국내외 관광객이 너무 몰리는 바람에 정작 주민들이 사생활 노출 등 생활 불편을 호소한다고 들었다. 게다가 어떤 곳에서 벽화마을로 유명해졌다 하면 너도 나도 베끼기 식으로 마을 담벼락에 그림을 그려 넣는 바람에 특색 없는 정체불명의 벽화마을이 우후죽순 식으로 생기기도 했다.


나아가 주민들의 일상적 생활환경을 개선하기 보다는 문화예술을 단순한 도구로 이용해서 수박 겉핥기식 치장에만 치중한 나머지 오히려 마을 주민이 도시재생을 반대하고 나서는 사례도 없지는 않다고 한다. 또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라고 해서 일껏 마을을 되살려 사람이 찾아드는 곳으로 만들었더니 건물주가 임대료를 대폭 올려 정작 그곳을 일군 예술가가 되쫓겨 나오는 현상도 생겨났다.


 언젠가 신문에서 동래구 온천동 역을 비롯해 부산의 7곳이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사업 공모에 당선됐다는 기사를 읽은 기억이 있다. 그러니 부산에서도 도시재생 사업이 더 활발해질 모양이다. 도시재생을 통해 슬럼화한 마을이 새 얼굴을 찾고 주민의 삶이 쾌적해지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 결과로 관광객이 찾아 주민 생계에 보탬이 되면 금상첨화일 터. 어쨌든 다른 지역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타산지석 삼아 꼼꼼하고 체계적인, 그리고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사업을 추진해 주었으면 하는 게 한 시민의 바람이다.


강 동 수
소설가·경성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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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146 ㅣ 2018.10.29

올해는 별일 없이 넘어가나 했더니 10월에 태풍 콩레이가 부산에 몰아쳤다. 그나마 치명적인 피해는 주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피해를 당하신 분들로선 무슨 배부른 소리냐고 혀를 차시겠지만, 갓 피어나던 집 마당의 은목서 꽃잎이 비바람에 우수수 떨어진 것은 좀 아쉬웠다.


10월에 태풍이 오는 건 아예 없지는 않지만 드문 일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 미국 플로리다에선 허리케인이 몰아쳐 30여 명이 사망하고 50명 가까이 실종된 데다 2만 명 이상의 이재민이 났다니 콩레이는 거기 대면 온순했던 셈이다.  어쨌거나 살아갈수록 기상 이변이 심해져 가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된다. 다들 아시는 대로 지난여름은 얼마나 더웠던가. 게다가 올 겨울 추위가 만만치 않을 거라는 장기예보도 나온 터다.


그런데, 내게는 태풍이 준 뜻밖의 선물(?)도 있었다.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 있던 옆집의 모과나무가 바람을 맞는 바람에 예닐곱 개의 모과가 우리 집 마당에 떨어져 뒹굴고 있었던 거다. 채 익지 않아 시퍼렇긴 했지만 그래도 알이 꽤 굵었다. 주워서 옆집에 돌려주려 했더니 "익지도 않은 채 떨어진 건데 가지려면 가지시라"고 하는 것이었다.


돌덩이처럼 단단한 모과를 썰어내느라 용을 쓰는 아내에게 익지도 않은 걸  뭐 하러 그렇게 힘들여 썰고 있느냐고 핀잔을 줬다. 아내는 "아깝잖아요"하고 한 마디 하더니 잘게 채썰어낸 모과를 유리병에 차곡차곡 담고 설탕을 붓는 것이었다. 나는 핀잔 준 것도 잊어버리고는 "거, 이왕이면 모과주를 담지 그래"하고 주책없이 참견을 했다. 아내는 나를 슬쩍 흘겨보더니 집 근처의 마트에서 소주를 사와서 또 다른 유리병에다 술을 담그는 것이었다.


며칠 후 책상 맡에 앉아 청탁 받은 원고를 쓰고 있는데 아내가 유리잔에 뭔가를 담아 왔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갈색의 액체가 담겨 있었는데, 바로 그 모과로 만든 차였다. 시음용이라는 거다. 채 익히지도 않은 것이었지만 그래도 향긋한 향기가 물씬했다.


한 모금 마셔보니 특유의 새콤한 맛이 입안을 감도는 것이었다. 태풍 덕분에, 아니 이웃 덕분에 이 가을과 겨울엔 가끔 모과차를 마시는 행운을 누리게 된 셈이다. 게다가 향긋한 모과주를 맛 볼 생각을 하니 벌써 목젖이 짜르르해진다.
모과차를 마시다 문득 쓸모없음의 쓸모 있음이란 말이 떠올랐다. 잘 가꿔지고, 잘 만들어진 완성품이 가득 찬 세상이지만, 익기도 전에 떨어진 모과가 안겨준 작은 지락(至樂)도 있는 것이다.


어디 과일만 그렇겠는가. 사람도 매한가지인 것을. 똑똑하고 영악한 사람들이 판치는 세상이지만, 그래도 어딘가엔 어수룩한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오래 사귀어 볼수록 덜 여물고 덜 영악한 사람이 인간미를 풍기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이다. 좀 부족해 보이는 사람이라도 업수이 볼 게 아니라, 잘 도닥이면 얼마든 한몫을 하는 것을. 모과차 한잔의 향기에 작은 행복을 느끼는 밤,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강 동 수
소설가·경성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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