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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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326 ㅣ 2010.06.30

유월의 숲은 녹음으로 단단히 무장했다. 대부분의 식물들은 생존에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 먼 곳까지 줄기와 뿌리를 뻗는다.

 

까칠한 가시를 세우는 두릅나무, 몸 자체를 톱니처럼 깔쭉깔쭉하게 만든 억새, 화려한 관능미 대신 눈곱만한 꽃을 달고 숨어사는 야생초, 호리호리한 줄기를 얕보이지 않으려고 질긴 겉껍질로 감싼 덩굴나무······

 

생존을 위한 도구가 꼭 클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유월의 숲은 이제 무한경쟁에 뛰어들 준비를 마쳤다.

 

그 중에서도 담쟁이는 비장하다. 혼자서 높이 올라가지 못하는 담쟁이는 담벼락에 붙어서 길게 뻗어나가거나 다른 식물을 감고 올라간다. 살아남기 위해, 햇빛을 받기 위해서는 어디든 악착같이 붙어야 한다.

 

그래서 담쟁이는 개구리 발가락 같은 흡반을 준비했다. 바다 속 문어나 쭈꾸미가 생존을 위한 사냥용의 흡반이 필요했다면 담쟁이에게는 어디든 강력하게 붙어서 공존해야할 덩굴손이 필요했다. 생존과 공존은 엄연히 다르건만 담쟁이는 기생식물처럼 무엇에든 단단히 결속되어야 했다.

 

악착같은 담쟁이. 그러나 움켜진 손엔 담벼락의 흙부스러기 하나 제대로 붙어있지 않다. 담쟁이는 맨손으로 절벽을 타고, 키 큰 소나무를 타고, 신갈나무를 탄다. 담쟁이는 맨손이라서 더욱 대견하다. 넘을 수 없는 벽, 오를 수 없는 꼭대기를 향해 말없이 올라간다. 공수래공수거. 마치 인생 공부를 제대로 한 동량처럼 그렇게 살아간다.

 

담쟁이는 여럿이서 혼자인 듯 줄을 지어 나아간다. 대륙을 횡단하는 철새들처럼 앞서거니 뒤서거니 힘을 모아 나아간다. 담쟁이 잎 하나가 또 다른 잎을 밀어주고 천천히 모두가 하나인 듯 땅을 덮고 벽을 덮는다. 마치 스크럼을 짜듯 서로의 어깨를 내어준다.

 

담쟁이의 또 다른 이름 하나는 '지금(地錦)'이다. 땅을 덮는 비단이라는 뜻이다. 모든 줄기가 위로만 올라가려고 할 때 옆으로 퍼져서 빈 곳을 메우는 줄기가 있다. 악착같이 올라가는 줄기와 촘촘히 빈 곳을 채우는 줄기가 있어서 담쟁이 덤불은 더 푸르고 더 풍성하다.

 

비단으로 덮인 건물의 외벽이 부럽다면 담쟁이 덩굴하나 뚝 꺾어다 담벼락 밑에 심어보자. 담쟁이는 대한민국 땅 어디에다 꽂아도 잘 살아난다.

 

유월에는 담쟁이가 되고 싶다. 그래서 갑작스레 마주친 담벼락을, 나무를, 바위를 소리 없이 푸르게 넘고 싶다. 숲 속이나 사람 사는 세상이나 비장한 그 무엇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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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260 ㅣ 2010.05.27
 

 국가끼리 기업끼리 상대와 협상을 잘하라고 말한다. 협상은 서로의 의견이 소통되어야 하고 소통은 한쪽의 주장이나 이익만 챙긴다면 협상 성공은 어렵다.


공평하게 잘된 협상이라도 시간이 지나고 보면 손해를 당하는 쪽이 있게 마련인데 당장 급하다고 멀리 보지 않고 결정하는 편이 항상 피해를 입는다. 그러함에도 자기들 협상은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도랑치고 가재 잡고 꿩 먹고 알 먹고 식으로 잘되었다고 자가 판단을 하는데 세상 일이 나에게만 좋게 되도록 전개되지는 않는다.


포수가 사냥하려고 깊은 산으로 들어갔다. 짐승이 지나갈 길목 큰 바위 뒤에 몸을 숨기고 오랫동안 기다린 보람이 있었든지 커다란 호랑이 한 놈을 발견하였다. 좀 더 가까이 오면 쏘겠다고 겨낭하고 방아쇠 당길 준비를 하고 있는데 호랑이도 포수가 눈에 들어왔다.


위기일발, 호랑이가 말했다. "총질은 하수요, 협상합시다. 포수 당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당신의 소원을 들어 주겠소."


호랑이는 영물이다. 사람의 소원을 들어 줬다는 얘기도 많다. 포수는 총을 거두며 "나는 호피 코드를 입고 싶다."


"그것이라면 내가 가진 것이니 들어 줄 수 있습니다. 나의 제안은 지금 배가 고픕니다. 우리 서로 타협합시다."


포수와 호랑이는 마주 앉아 협상 실천을 의논하였다. 한 시간 호랑이는 혼자서 어슬렁어슬렁 계곡을 올라갔다. 그 놈은 배가 불렀다. 사냥꾼은 그의 소원대로 호피 코트를 입은 셈이다.


어리석은 사람의 소원은 허황하다. 영리한 사람은 현실을 알고 미래를 생각한다. 협상의 파트너는 어리석은 자와 영리한 자, 약한 자와 힘 있는 자가 마주 앉는다.


영리한 자나 힘 있는 자는 양보하는 것 같은데 시일이 지나고 결과를 보면 실리를 거둔다. 영리하다고 어리석은 자를 속이는 것도 아니고 힘 있다고 약자를 위협하거나 빼앗는 것도 아니어서 협상은 이루어진다. 그런데 결과는 왜 누이 좋고 매부 좋고가 아니고 한쪽이 유리하게 되었는가.


이유는 영리한 자는 협상에서 손해를 봤지만 이후에 극복하려고 더 노력했기 때문이고 힘 있는 자는 자기 내부에 힘 솟는 샘을 가지고 있다.


힘은 안으로부터 나온다. 밖으로 힘을 구할수록 점점 약해진다. 그러므로 소원성취하는 자는 당장의 협상에서 이득을 챙기기 보다는 힘을 길러서 미래에 성취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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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268 ㅣ 2010.04.27
 

 엉금비탈로 갈 때는 몸을 납작 낮추어 보자. 그러면 산을 오르기가 한결 수월하다.


가파른 오르막 산길에서는 인간도 미물처럼 네 발로 걸어보자. 그러면 위태롭게 기어가는 산개미의 오체투지가 눈에 들어온다.


일용할 양식, 한 톨의 알갱이를 위해 열심히 바닥을 기는 미물들이 보인다. 그들에게 '바닥을 기는 것'이란 절실한 삶의 몰두다.


바닥은 더 이상 내려갈 수 없는 곳, 밀리고 밀려 더는 내려 갈 수 없는 곳이다. 인간은 바닥에 이르면 소외와 굴욕을 떠올린다. 실패에 익숙하지 못한 사람일수록 그것을 견디기 어려워한다.


그러나 바닥만 보던 미물은 그딴 것에 관심이 없다. 흙바닥이든, 눈 바닥이든, 온 몸으로 견뎌내며 나아갈 뿐이다. 실낱같은 팔다리로 세상을 쳐들고 가는 산개미의 삶이 어쩌면 인간의 삶보다 더 경건해 보인다.


살다보면 누구나 궁지에 몰릴 때가 있다. 절망이 악마처럼 다가와 속삭이면 인간은 '축복'이라는 말에 목을 맨다. 하늘의 축복, 땅의 축복, 존재하는 그 어느 잡신(雜神)의 축복인들 마다할 수 있을까. 이런 지경에 이르면 인간은 소외와 굴욕을 견디지 못해 극단으로 치닫는다.


최근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우리나라가 1위라는 통계가 나왔다. 하루에도 평균 35여명이 자살한다. 적어도 '잘 사는 방법', '행복하게 사는 방법'에 대해 말해야 할 사람들이 극단의 방법으로 세상을 등졌다.


전직대통령, 인기 연예인, 재벌가의 CEO, 교장 선생님…, 급기야 그들을 모방하는 베르테르 효과까지. 바야흐로 '자살하는 사회'가 도래했다.


그러나 이제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자살하는 사회에 딴지를 걸고, 살아남는 방법을 깨달아야 한다. 그것이 소중한 축복이다. 살 맛 나는 세상, 즐거운 세상, 윤택한 세상이 아니라도 살아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나는 지금 엉금비탈에 서서 산개미의 경건한 오체투지를 오랫동안 바라보고 있다. 그래, 그래야 한다. 바람 부는 비탈일수록 납작 몸을 낮춰야 한다.


바닥 맛을 알려면 바닥과 가까이 가 보는 거다. 인생의 바닥 맛을 본 자, 훨씬 깊어진 가슴으로 굳세게 일어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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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266 ㅣ 2010.03.30
 

 봉사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인품도 훌륭하면 자방자치단체 선거에 출마하여 지역사회발전을 위하여 수고하셨으면 좋겠는데 정당에서 공천을 주겠다고 하건마는 머리 흔들고 두 손으로 사양하고 온몸을 뒤돌아서는 사람이 더러 있다.


평안감사도 하기 싫으면 그만 이라는 옛말도 있지만 경쟁이 전쟁 같은 이 시대에 명예와 감투를 사양하는 사람이 있다하여 더욱 존경스럽게 보았더니 실속 말인즉 비례대표라면 받아주겠다고 하더란다. 그런 사람이 누구인지 그런 사람을 밀어주는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하다면 아래 콩트를 읽어 보기를 권한다.


정원에 수영장이 있는 호화저택의 돈 많은 영감님께서 많은 손님 초청하여 칠순 잔치를 했다. 그런데 잔치를 열기 전에 수영장에 무시무시한 악어와 물뱀 독사 수십 마리를 넣어놓고 하객들에게 말했다.


"용감한 사람을 찾습니다. 이 수영장을 헤엄쳐서 건너가는 사람에게 내 재산의 절반을 주겠습니다. 농지를 좋아하신다면 이 넓은 평야 내 소유 농장을 전부 드릴 수 있습니다. 이것도 저것도 싫다면 무남독녀 하나뿐인 내 딸과 결혼하도록 하겠습니다. 용기 있는 분?"


영감의 제안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한 청년이 독사 우글거리는 수영장에 뛰어들더니 헤엄쳐서 수영장을 가로질러 건너편으로 기어올랐다. 악어와 뱀들에게 물리지 않았으나 혼이 빠진듯하고 숨을 거세게 헐떡였다. 주인 영감은 그 청년의 용기를 칭찬하고 약속대로 하겠다면서 무엇을 선택하겠느냐고 물었다.


"내 재산의 50%를 받겠는가?"

"받지 않겠습니다."

"그럼 내 농장을 가지겠는가?"

"아니오!"


청년은 호흡하기 힘들었지만 단호하게 거절하였다. 하 요 녀석 봐라. 무남독녀 딸과 결혼하면 모든 재산 물려받을 수 있다고 계산했구나.


"그럼 내 딸과 결혼하겠다는 것이냐?"

"싫습니다!"


참석한 모든 사람이 놀랐고 주인은 더욱 황당 어리둥절하였다.

"그렇다면 무엇을 원하는가?


청년은 눈에 열기를 발하며 주변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내가 지금 원하는 것은 나를 수영장으로 떠밀어 넣은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고 싶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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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293 ㅣ 2010.03.02
 

 '얼씨구', '좋다', '으이', '그렇지' 등의 추임새는 감탄사이다. 예술작품을 접한 청중의 탄성이다. 이는 소리판의 즉흥예술이며, 소리꾼과 청중을 황홀경으로 이끌어 한데 어우러지게 하는 특수 언어다.


추임새란 '추어주다'라는 말로서 '칭찬'과 '참여'의 뜻이다. 소리를 잘하면 '잘한다'하고 치켜세워주고, 흥이 나면 '얼쑤' '좋지' 등으로 화답한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없던 힘까지도 불어넣어주는 것이 추임새다.


살아가면서 판소리 말고도 추임새를 넣어야 할 때는 많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지 않는가. 사람이 돈 안들이고 남을 즐겁게 하는 일은 추임새를 넣는 일이다. '옳지' '그렇지' 등의 추임새는 양악의 박수와도 같아서 사람을 환장하게 한다.


박수는 추임새 중에서도 으뜸이다. 소리꾼이 물을 마시거나 가사가 막혀 당황하고 있을 때 박수를 보낸다. 이럴 때는 흥을 돋우기보다 위안하고 격려해 주는 것이다. 소리를 아는 사람이 박수도 잘 친다. 따라서 인생을 아는 사람이 남의 고통에 관대하다.


노련한 고수는 의도적으로 '이럴 때 박수를 치는 것이여' 하고 청중의 추임새를 이끌어 내기도 한다. 주로 감동의 극적 효과를 위한 기술이지만, 박수소리와 함께 판은 제대로 어우러지게 된다. 무대와 객석이 한꺼번에 카타르시스를 경험하는 순간이다.


하지만 소리판에서 일반 청중은 언제 어떻게 추임새를 넣어야 할지 잘 모른다. 소리꾼이 공연 전에 '추임새를 많이 넣어 달라'고 부탁을 해도 입이 잘 벌어지지 않는다. 우리가 일상에서 마음과 달리 칭찬을 잘 하지 못하는 것과 비슷하다. 칭찬도 용기와 훈련이 필요하다.  추임새가 들어갈 때는 '좋다고 느껴지는 바로 그때'라고 한다. 소리꾼의 소리가 방해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얼-쑤', '좋다'로 반응하면 된다고 한다.


일상생활에서 칭찬도 마찬가지다. 조금 서툴면 어떤가. 남을 치켜세우고, 격려하고, 서로 소통하는 추임새라면 우물쭈물하지 말고 힘차게 넣어 볼 일이다. 좋다고 느껴지는 바로 그때를 놓치지 말고.


얼쑤! 동래. 어디 한 판 신나게 어울려 볼까.


 ※ 행복 만들기 칼럼이 이번 호부터 달라집니다. 김종욱 한국자원봉사연합회 이사 칼럼이 홀수 달에, 강숙련 수필가 칼럼이 짝수 달에 게재되니 많은 애독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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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251 ㅣ 2010.01.26

 자기가 하는 생각이나 일은 옳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자기보다 미흡하거나 틀렸다고 판단하고 막무가내 밀어붙이는 사람을 두고 리더십이 있다 하거나 독재자라고 한다. 결과가 좋으면 훌륭한 리더요 잘못되면 독재자가 된다.

훌륭한 리더가 있으면 그 조직은 번성하고 자기 목표만 내세우는 리더를 만나는 조직은 불행한 집단이다. 좋은 리더는 많은 사람의 뜻을 따르기 때문에 일의 진척이 늦은 반면에 독재적 추진가는 일의 완성은 빠르지만 추진 중에 시끄럽고 결과도 단단하거나 아름답지 않다.

어려울 때 타인에게 의논하고 일을 맡기면 책임 회피한다고 비판 받겠지만 부족할 때 힘 빌리는 것은 도둑질 외에는 잘하는 짓이다.

강철왕 카네기의 소년시절 일화에 토끼 키우는 얘기가 있다. 카네기는 선물로 토끼를 받아 기분이 좋았는데 이 토끼가 새끼를 여러 마리 낳았다. 많은 토끼의 먹이 마련하기가 힘들었다. 그는 친구들을 불러놓고 말했다.

"친구들, 이 토끼들에게 너희들 이름을 달아보자. 누구의 토끼가 가장 잘 자라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친구들은 마치 자기 토끼라도 생긴 듯이 저마다 풀을 많이 뜯어 와서 자기 이름이 붙은 토끼에게 정성껏 풀을 먹였다. 어린 친구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여 문제를 해결한 카네기의 지혜에서 훌륭한 리더가 될 자질을 보게 된다.

예상대로 뒷날 카네기는 철강업자로 성공한다. 사업이란 항상 순탄한 것이 아니어서 카네기도 어려운 고비가 여러 번 있었다. 한 번은 강철 레일을 개발하였으나 팔리지 않는 실패였다. 그는 어린시절 토끼풀 친구들을 생각했다. 카네기는 지금 강철 레일을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이 에드거 톰슨이라는 정보를 알았다.

카네기는 피츠버그에 큰 제강소를 건설하면서 제강회사 이름을 '에드거 톰슨 제강소'라고 명명하였다. 톰슨은 철강업계의 떠오르는 태양 카네기가 자기를 알아주었으므로 자기 이름이 붙은 제강소로부터 강철 레일을 구입하기로 계약하였다.

어린 시절 친구들을 기분 좋게 해놓고 빠르게 좋은 성과를 얻었던 간단한 지혜가 거창한 사업에서도 그대로 먹혀들어갔으니 어려울 때는 힘 있는 자가 먼저 양보하면 양보라는 것은 힘 약한 자에게 먼저 주는 것이니, 주고 받아내는 리더가 필요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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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262 ㅣ 2009.12.29
 

 별 볼일 없는 사람이 무료하여 점을 쳤다. 철학관 주인은 흥분하여 큰 소리로 말했다.


"정신 바짝 차리시오. 굉장한 돈뭉치가 당신을 향해 달려오고 있어요!"


점쟁이 말을 듣고 요행 충격을 받은 그는 아내에게 알리려고 집을 향하여 차를 운전하다가 현금 수송트럭과 충돌하였다. 참으로 신통한 점쟁이라 하겠다.


올 겨울은 따뜻할 것이라는 예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지구 온난화와 많은 징조들, 그 징조를 밑받침하는 이론들이 초겨울을 따뜻하게 하였다. 그러나 겨울은 역시 겨울이다.


12월 중순 지나면서 갑자기 추워지더니 서남해안에 폭설이 내리고 전국이 꽁꽁 얼어붙으면서 부산이 영하 4도. 그렇지만 바람만 불어주지 않으면 부산 추위는 견딜만하다. 연세 많으신 어른들은 자기들 젊었던 시절 생각하고 요즘 사람들 이 정도 추위에 너무 호들갑스럽다고 한다.


의식주 생활이 그렇다. 난방시설도 없고 좋은 내복이나 외투도 없었지만 얼음 꽁꽁  언 논에 가서 썰매 타고 고드름 분질러 먹고 눈싸움하면서도 땀 흘렸다.


가볍고 보온 잘된 요즘의 옷을 상상이나 했던가. 이름이 좋아 온돌방이지 문틈으로 찬바람 들어와 윗목의 자리끼 숭늉이 얼음되었던 시절에 전기 보온밥통, 전자레인지, 가스용 주방기구들이며 돌리거나 누르면 쏟아지는 뜨거운 물이 있을 줄 상상이나 했던가.


십리길 등하교 논둑길 칼바람은 귀마개를 뚫고 들어오고 고무신과 양말은 왜 그렇게 쉽게 구멍이 났던지. 그게 60년 전 생활이었다. 그래도 쇠죽 끓여 먹이고 숙제하고 진학했다.


그 시절 누가 잘 살았겠는가. 6·25 전쟁판에서 살아남은 것이 행복이요, 추위쯤에 나서지 못했다면 살아있었다 하더라도 오늘의 따뜻함을 누리지 못했으리라.


겨울은 간다. 쉽게 따뜻하게 가더라도 세 번 추위는 있다. 학생들 상급학교 가겠다고 입학시험 치는 날이 추웠고, 동지 때는 동지 한파 강추위가 있다. 동짓날이 추워야 풍년이 든다고 했다.


이 추위가 닥치기 전에 서릿발 때문에 보리뿌리가 떠오르는 것을 막고 보리가 웃자라는 것을 방지한다고 보리밟기를 한다. 추위 겪지 않고 웃자란 보리알이 없듯이 사람도 시련 겪어야 알 찬 사람이 된다.


세 번째 추위는 입춘 추위다. 소한 대한 다 지냈으니 얼어 죽을 아들놈이 없다고 큰 소리 쳤던 아버지가 입춘 추위에 돌아가셨다는 옛말이 있다. 추위 이기고 건강한 새해 맞으시기를 바랍니다.

 ※ 자리끼 : 밤에 자다가 마시기 위하여 잠자리의 머리맡에 준비하여 두는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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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387 ㅣ 2009.11.27
 

 지방마다 축제가 있고 축제는 문화잔치요 잔치는 흥겹고 흥을 돋우는 데는 농악이 제일이다. 농악이라 하면 아득한 옛날부터 사용한 말일 것 같지만 일제시대 총독부에서 권장한 말이요 본래 우리나라 사람들은 농악을 풍물·풍물굿이라 했다.


풍물이 농경사회에서 생긴 것이니 농민의 음악이란 뜻으로 농악이라 불러도 좋겠지만 없던 말을 일본 사람들이 농업수탈 방법으로 농산물 장려운동 하면서 원각사의 협률사라는 단체가 농악이란 말을 만들어 썼다.


우리 민속놀이를 말살하려고 풍물놀이를 못하게 하면서도 농악을 하겠다면 총독부가 공연을 허가하였으므로 풍물(굿)이란 말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풍물굿에서 굿이란 말은 무속, 미신과 관계있는 것 같아서 굿 대신에 놀이라고 하지만 본래 굿의 의미는 모인다는 뜻이요 모여서 공동체의 일을 의논하고 공동체의 소원을 함께 기원하고 신명을 돋게 하는 과정을 굿이라 하였다.


근래에 와서 사물놀이를 풍물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으나 사물놀이는 꽹과리, 장구, 징, 북 네 가지 악기만 가지고 논다고 사물놀이요 1978년 남사당패 놀이를 익힌 김덕수, 이광수 같은 분들이 공연하면서 붙인 이름이다.


사물놀이는 앉아서 연주하고, 풍물굿에서 하는 연희가 없다. 무동, 대포수, 스님이 등장하는 놀이가 없다. 소고잽이가 몸을 뒤집을듯하며 빙글빙글 도는 자반뒤지기, 열을 지어 앞으로 나갔다 뒤로 물렀다하는 진법짜기, 상모 위에 다린 긴 끈을 돌리는 상모돌리기도 없으며 무대 위에 앉아서 자기네들만 치고 두들긴다.


풍물굿에는 악기가 더 있다. 꽹과리, 장구, 징, 북, 소고, 나발, 태평소 등이다. 꽹과리를 놋쇠로 만든다고 쇠, 매주, 깽새기라고도 하는데 풍물판을 이끄는 악기다. 부산사람들은 풍물놀이를 매구친다고도 한다. 맨 앞에서 지휘자 노릇을 하므로 상쇠라 하고 지신밟기할 때는 고사장이요 판굿에서는 진풀이를 이끌고 동제에는 제관이 되기도 한다.


징, 장구, 북은 누구나 알고 있겠고 소고는 법고, 버꾸라고도 하는 작은북이다. 소고잽이가 상모나 고깔을 쓰고 채상모가 달린 전립을 썼을 때는 힘찬 춤가락과 신기한 상모 돌리기를 한다.


나발은 경상도에서는 나무로 만든 것으로 '고동'이라 하고 전라·충청도에서는 쇠로 만든 것이라 나발이라 했다.


태평소는 원추형으로 날나리라 하고 성량이 가장 높다. 문화제에서 풍물패가 행진할 때 악기 이름 묻는 이가 있어서 이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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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255 ㅣ 2009.10.27
 

 옛날이나 지금이나 사람들의 제일 소망은 건강하고 오래 사는 것이다. 권세 있으나 일찍 죽으면 권세 언제 어떻게 쓸 수 있으며 지식이나 돈이 많아도 병원 드나들기를 못난 사위 처가 찾기처럼 잦다면 그 학문이나 재물은 차라리 없는 것만 못하다.


그래서 건강하고 장수하겠다고 감기 예방주사 맞겠다는 사람들의 차례 줄서기가 끝이 없고 기다리다가 지쳐서 죽은 사람이 신종 독감에 걸려 죽은 사람보다 많다고 한다.


의학이 발달되지 않았던 옛날, 어느 나라의 임금께서 전국의 명의들을 불러놓고 건강장수 비결 책을 저술하라고 명령하였다. 권당 5백 페이지 상중하 세 권을 엮어 바쳤더니 임금께서 노발대발 하셨다.


"이 책 읽다가 죽겠구나! 내용을 요약하여 한 권으로 아니 한 줄로 적어 오라!"


서양에서 온 의사는 'A cool head and a warm feed live long'이라 적었고 중국에서 온 의사는 '頭寒足熱' 한국 의사는 '머리는 차갑게, 발은 따뜻하게' 세 사람 모두 같은 의견이었다.


따뜻한 기운은 아래에서 위로 올라간다. 발이 더워지면 온 몸의 혈액순환이 순조로워지고 신진대사 잘 될 것이며 피로가 빨리 풀릴 것이다.


 임금은 흡족하여 "짐도 이 비결을 이미 알고 있었노라. 세 명 의원이 같은 답을 썼으니 더욱 확신하게 되었다." 칭찬하고 후하게 상품을 하사 하였다.


대궐을 나오면서 중국 의사가 서양 의사 말했다. "내가 당신의 답안을 보고 썼으니 내 상품을 당신에게 드리겠소."


서양의사는 사양하면서 "1등 답안은 중국 의사 당신입니다. 임금께서는 가장 짧은 답을 요구하셨는데 당신은 네 글자로 답하였으니 당신이 1등입니다."


상품을 나눌 생각은 없으면서 입으로만 상대를 칭찬하고 있다가 아무 말 없이 미소만 짓고 있는 한국 의사에게 물었다.


"선생도 우리와 같은 답을 제출 했더군요. 우리 답안지를 곁눈질로 읽고 쓰셨는가요?"


아주 불쾌하고 모욕적인 질문이었다. 그렇지만 대답은 조용히 단언하였다.


"당신들은 사람의 육체에 관하여 썼지요. 나는 임금이시여 아래 사람 백성을 따뜻하게 하시오 나라의 머리인 임금께서는 냉철한 판단으로 정치하시옵소서. 그렇게 하면 왕과 백성 모두가 건강 장수할 것입니다. 그런 뜻으로 답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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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259 ㅣ 2009.10.13
 

 가을이 온다. 가을은 결실 수확의 계절이요 세시행사의 절정은 추석이다. 요즘 사람들은 추석이 오면 벌초, 성묘, 차례만 생각하고 자기 집안 대소사를 위한 명절로 지내는데 원래 추석은 근로정신 함양 부족의 단결과 경쟁의식 고취, 백성들의 사기를 돋우고 내년의 풍년과 나라의 부강을 기원하는 등 여러 가지 의미가 포함된 날이다.


근로정신이나 부족의 단결에 관하여 삼국사기에 기록된 내용은 신라 유리왕 9년 나라 안 6부의 부녀자들을 두 편으로 갈라 두 왕녀를 각 편의 지도자로 하고 음력 7월 16일 기망(旣望)부터 길쌈을 해서 8월 보름까지 베를 짜게 하였다.


완성된 베의 품질과 양을 비교하여 승부를 판정하면 진편에서 음식을 차려 이긴 편을 대접하였다. 달 밝은 밤에 임금과 신하들 수많은 서라벌 백성들이 지켜보는 광장에서 왕녀와 부녀자들이 강강술래 부르고 춤추며 밤새도록 놀았는데 그날은 '가배'라 했고 이 말이 우리말로 변하여 '가위'로, 달 크다고 큰 '한'이 붙어 '한가위'가 되었다.


수확의 계절이라 먹을거리도 풍성하여 속담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가윗날과 같아라.' '설에는 옷을 얻어 입고 추석에는 먹을 것을 얻어먹는다.'고 했는데 한가위의 대표적 음식은 송편과 햅쌀로 빚은 술 신도주를 조상님께 먼저 바치고 친척과 이웃끼리 교환하여 먹었다. 송편은 가족끼리 둘러 앉아 예쁘게 빚었는데 솔잎을 깔아 맛도 좋고 보기도 좋다.


현대 학자들이 송편 빚은 우리 선조들의 혜안을 높이 평가하는데 솔잎은 살균물질 피톤치드가 다른 식물의 10배 정도 많이 포함되어 있어 유해성분의 섭취를 막아주고 고혈압, 위장병, 중풍, 천식, 신경통 등의 약재로 쓰인다고 한다.


한가위에 마시는 술을 백주(白酒)라 하고 신도주라 하는 것은 햅쌀로 만들었다(新稻酒)는 의미이다.


지금은 달에 갔다 온 사람이 있으니 옛날이야기가 되었지만 달 밝은 마당에 멍석을 깔고 앉아서 왼쪽이 토끼요, 오른쪽이 절구라는 조카 녀석에게 꿀밤을 먹이며 오른쪽이 토끼요, 왼쪽이 절구라는 아재비가 있어서 한가위 달은 보는 사람 생각대로 저마다의 심상을 그려보게 한다.


서양 사람들은 달을 동전 같다 해골 같다 마귀할멈이 있다 하고, 미친 사람은 달의 염기를 받았다고 하는데 우리는 아름답게 풍요의 상징으로 보고 있으니 다행이요 행복한 마음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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