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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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273 ㅣ 2010.10.06

일 년 사계절 산이 아름답지 않는 철이 있으리오마는 가을 산은 색()이 들어서 풍만하고 바람이 불어 생각하게 하며 낙엽이라도 밟을라치면 세상 어려움 멀리하고 속인을 벗는 듯하다.

 

우리나라 사람은 그중에서도 부산 사람들은 산복을 타고 났다. 다른 나라의 산들은 도시에 멀리 떨어진 대평원의 끝에 있거나 높고 험준하여 등산하기 어렵지만 백두대간의 끝 부산의 산들은 능선이 부드럽고 남녀노소 산책할 수 있는 숲길들이 많다.

 

진산인 금정산을 해운대의 장산이 마주하고 있고 황령산 구덕산 승학산 철마산으로 병풍같이 이어져 가덕도에 이르면 연대봉(459m)이 바다에 떠 있다.

 

전국의 명산들이 가을이면 붐비지만 부산의 산들은 일 년 365일 부산 사람들의 공원이 된다. 원색 등산복장은 산에 오르는 사람들을 움직이는 꽃으로 조화한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 등산복 등산화 수출이 세계 제일이다.

 

눈에 보이는 산세나 사람의 겉모양은 알지만 속내는 알기 어렵다. 산에 가면 꼭 정상에 올라야 하는 사람이 있고 숲 좋고 물 흐르면 앉으며 양사언의 시조 종장을 비난한다.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하더라" 높이 올라가면 뭐하냐 청문회 없는 여기도 좋다.

 

어쨌거나 산에 가는 사람은 장수 한다고 공자님도 논어에서 가르치셨다. 지자(知者)는 물을 좋아하고, 인자(仁者)는 산을 좋아한다. 지자는 움직이고 인자는 조용하다. 지자는 즐겁게 살고 인자는 장수한다.(子曰 知者樂水 仁者樂山 知者動 仁者靜 知者樂 仁者壽)라고.

 

산에 간다고 모두 어진 사람이겠느냐마는 동행하는 사람의 성정이 선한분이라면 산행은 더욱 즐거울 것이다. 아무리 아름다운 사람과 등반하더라도 내일 모레면 이혼할 부부간이라면 그 산도 좋게 보이지 않을 것이요 헐벗고 험한 악산이라도 사랑하는 친구와 동행하면 좋은 산, 즐거운 산행이 될 것이다. 그러니까 좋은 산은 있으니까 사람을 골라서 동행하라.

 

산과 인간의 관계는 걱정하지 말고 인간들끼리의 관계에서 내가 나무에 속삭이는 바람처럼 계곡의 흐르는 물처럼 풀잎에 맺힌 이슬처럼 그런 것들을 포함하고 있는 산처럼 살아야 할 것이다. 너무 도덕적으로 썼기에 요즘 호색한들에게 산신령께서 산 이름으로 경고하는 썰렁한 한담이 있다.

 

10대 인생은 금강산이다. 경치는 명승이나 총 맞아 죽을 수도 있다. 20대는 설악산이다. 사계절 다 좋으나 산세가 험하다. 30대는 지리산. 산 좋고 숲 좋고 계곡 깊고 물 많은 산이다. 40대는 서울 북한산. 시간 있으면 아무나 오른다. 50대는 서울의 남산. 가까이 있어서 올라가지 않는 산. 60대는 동산. 산이 낮아서. 70대는 에베레스트. 올라갔다가 내려올 때 죽는 사람도 있다. 80대는 북망산이라 정말 신통한 산 이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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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269 ㅣ 2010.08.27

할 수만 있다면 귓속에서 뱅뱅 맴도는 말들을 꺼내고 싶다. 까맣고 단단한 것들, 더러는 아직 여물지 못해 파삭파삭한 것들. 그것들이 귀지가 되어 고시랑거리는 모양이다. 꼼지락 꼼지락, 옴죽 옴죽 되살아나는 근지러움. 참을 수 없는 이 불편함.

 

돌 깎는 공장에 가면 돌가루가 날리고 말[] 깎는 공장에 가면 말[]가루가 날린다. 광부들은 폐에 쌓인 돌가루 때문에 직업병을 앓는다. 사람들의 말[]가루는 딱지처럼 귀에서 엉긴다. '말로서 말 많으니 말 말을까' 하면서도 어느새 귀지는 진폐처럼 쌓인다. 그리고 그 속에서 뭐가 꿈틀거리는지 자꾸 근질거린다.

 

서양인의 귀지는 지루성이고 동양인의 귀지는 건성이다. 한국인의 귀지가 대개 마른 것인 반면에 일본인의 귀지는 지루성과 건성이 섞여있어 아프리카계와 몽골인의 혼혈임을 알 수 있다고 한다. 내 귀에서 고시랑거리는 귀지는 몽골계도 아프리카계도 아닌 말 공장의 분진임에 틀림없으려니 혈통과는 상관이 없다. 굳이 분류한다면 밴댕이소갈딱지와 사촌쯤 될 것이다.

 

흔히들 '삭여 들어라'고 한다. 웬만하면 좋은 쪽으로 해석하라는 말이다. 삭여 듣지 못해 눌어붙은 말 부스러기가 각질이 되었을 터인즉 소가지 나쁜 사람의 경우 좀 더 자주 귀를 후벼야 하나 보다. 팔순의 시어머님은 노인성 난청이다. 그 분과의 전화통화는 늘 동문서답이다.

 

"어무이, 저녁 드셨어요?"

"그래, 보일러 잘 돌아간다."

"몸은 좀 어떠셔요?"

"하모! 하모!"

 

이런 경우는 기껏 보청기를 권하는 수밖에 의사도 별무처방이다. ()기막힌 세월 탓으로 속수무책 귀를 닫으신 당신 앞에서 늘 민망하다.

 

하지만 나 언제 단 한 번이라도 그 분의 귀 막힌 세월을 위로한 적 있었던가. 햇볕 잘 드는 창가에 앉아 내 무릎에 당신 머리를 뉘고 귀 한번 시원히 파 드린 적 있었던가. 행여 나의 조심성 없는 말 폭탄에 고막이나 상하지 않았으면 다행이다.

 

옛날 중국 요나라의 허유는 은자(隱者)를 자처하며 살던 중, 천하(天下)나 구주(九州)를 맡아달라는 임금의 청을 듣자 영천 맑은 물에 귀를 씻고 산으로 들어갔다.

 

차라리 귀를 씻음으로 자신을 지켰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허유의 귀 씻은 물이 더럽다하여 자신의 말에게도 먹이지 않았던 소부의 일갈 앞에서 고개가 숙여진다. 스스로 은자임을 드러내어 은근히 명성을 얻고, 임금으로부터 정권이양의 제안을 받았다면 이미 진정한 은자가 아니라는 말이다.

 

은자란 자신이 은자임을 자처하지도 않으며, 혹여 그러지 못해 귀 씻을 일이 생겼다면 그 물은 더욱 더럽다는 말이다.

 

이제 나는 귀만 더러워졌노라고 투덜거릴 수도 없게 되었다. 허유나 소부를 흉내 낼 위인도 못되는 주제에, 하릴없이 귀지를 후벼 파다가 병원신세나 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차라리 시어머님처럼 동문서답이나 할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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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227 ㅣ 2010.07.29

직장인들의 휴가와 학생들 방학이 겹쳐서 국내외로 피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로 공항 기차역 버스터미널이 붐비는 계절이다. 여행지의 시설이 편리하고 고급으로 꾸며져 있다지만 '집 나서면 고생'이라는 옛말은 영원한 명언이다.

 

그러함에도 우리가 여행을 좋아하는 것은 일상에서의 탈출을 계획 준비하는 과정, 온갖 고생을 다하고 왔으면서도 뒷날에 남은 추억은 아름답기 때문이다.

 

시간이 없어서 못 간다는 사람은 지나치게 빡빡한 삶을 사는 분들이고 경제적으로 어려워 갈 수 없다면 정보에 어두운 분들이다.

 

집에 죽치고 앉아 있어도 하루 일이만원은 쓰이는데 그 돈이면 먼 곳은 아닐지라도 관광회사들이 전세버스에 세 끼 식사, , 과일, 음료수가 나오고 괜찮은 선물도 준다.

 

모처럼 친구들 모여서 함께 가자는데 자기는 그곳에 가봤다면서 웬만한 곳은 모두 섭력했다는 표정으로 불참 동행하지 않겠다는 밉상도 있고 참담했던 경험을 알려주는 친구도 있다.

 

싸구려 여행 따라 갔다가 건강식품 보약 판매장에 끌려가서 바가지 쓰고 왔다. 여행 잡치고 돈 버린다. 아들과 며느리의 핀잔도 받게 된다. 그 사람들 묘하게 꼬드긴다.

 

"아들이 부모님 여행 갔다 오시라고 돈 드렸지요. 그 아들 효자입니다. 아들 딸 여럿 있는데 그 아들만 딱 부모님 생각한단 말입니다. 다른 자식들은 경제적 여유가 없어요. 돈 부친 아들도 어렵기는 같지요. 어머님 아버님께 그 돈 드리려고 더 열심히 일해서 번 돈입니다. 특별 근무를 하고 자기 쓸 돈 아껴서 고생해서 드린 돈입니다. 고맙다 하고 그냥 받아 자시는 부모님 있습니까. 더 땀 흘려 일한 아들에게 어머님들 보약 한 첩 보내면 아들과 며느리가 얼마나 고마워하겠습니까. 자아, 보약 한 첩 값이면 한 달분 드립니다."

 

어쩌고저쩌고 유혹 설명을 하는데 물정 모르는 할머니 할아버지들 권매 강매에 어쩔 줄을 모르신다. 걱정도 팔자다. 안사면 그만이라지만 입장과 체면 난처하게 만든다.

 

어쨌거나 아들 며느리 손자에게 선물을 준비한 할머니들은 기분이 좋다. 골골대며 하루 여행에도 따라 나서지 못한 영감 생각하며 보약 구입한 할머니는 일생에 제일 기분 좋은 날이다.

 

돌아오는 버스에서 흘러간 유행가에 맞춰 남실남실 춤추는 모습은 보기도 좋다. 어디서 저런 흥이 나왔을까 할머니들의 미력(微力)이요 잔력(殘力)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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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286 ㅣ 2010.06.30

유월의 숲은 녹음으로 단단히 무장했다. 대부분의 식물들은 생존에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 먼 곳까지 줄기와 뿌리를 뻗는다.

 

까칠한 가시를 세우는 두릅나무, 몸 자체를 톱니처럼 깔쭉깔쭉하게 만든 억새, 화려한 관능미 대신 눈곱만한 꽃을 달고 숨어사는 야생초, 호리호리한 줄기를 얕보이지 않으려고 질긴 겉껍질로 감싼 덩굴나무······

 

생존을 위한 도구가 꼭 클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유월의 숲은 이제 무한경쟁에 뛰어들 준비를 마쳤다.

 

그 중에서도 담쟁이는 비장하다. 혼자서 높이 올라가지 못하는 담쟁이는 담벼락에 붙어서 길게 뻗어나가거나 다른 식물을 감고 올라간다. 살아남기 위해, 햇빛을 받기 위해서는 어디든 악착같이 붙어야 한다.

 

그래서 담쟁이는 개구리 발가락 같은 흡반을 준비했다. 바다 속 문어나 쭈꾸미가 생존을 위한 사냥용의 흡반이 필요했다면 담쟁이에게는 어디든 강력하게 붙어서 공존해야할 덩굴손이 필요했다. 생존과 공존은 엄연히 다르건만 담쟁이는 기생식물처럼 무엇에든 단단히 결속되어야 했다.

 

악착같은 담쟁이. 그러나 움켜진 손엔 담벼락의 흙부스러기 하나 제대로 붙어있지 않다. 담쟁이는 맨손으로 절벽을 타고, 키 큰 소나무를 타고, 신갈나무를 탄다. 담쟁이는 맨손이라서 더욱 대견하다. 넘을 수 없는 벽, 오를 수 없는 꼭대기를 향해 말없이 올라간다. 공수래공수거. 마치 인생 공부를 제대로 한 동량처럼 그렇게 살아간다.

 

담쟁이는 여럿이서 혼자인 듯 줄을 지어 나아간다. 대륙을 횡단하는 철새들처럼 앞서거니 뒤서거니 힘을 모아 나아간다. 담쟁이 잎 하나가 또 다른 잎을 밀어주고 천천히 모두가 하나인 듯 땅을 덮고 벽을 덮는다. 마치 스크럼을 짜듯 서로의 어깨를 내어준다.

 

담쟁이의 또 다른 이름 하나는 '지금(地錦)'이다. 땅을 덮는 비단이라는 뜻이다. 모든 줄기가 위로만 올라가려고 할 때 옆으로 퍼져서 빈 곳을 메우는 줄기가 있다. 악착같이 올라가는 줄기와 촘촘히 빈 곳을 채우는 줄기가 있어서 담쟁이 덤불은 더 푸르고 더 풍성하다.

 

비단으로 덮인 건물의 외벽이 부럽다면 담쟁이 덩굴하나 뚝 꺾어다 담벼락 밑에 심어보자. 담쟁이는 대한민국 땅 어디에다 꽂아도 잘 살아난다.

 

유월에는 담쟁이가 되고 싶다. 그래서 갑작스레 마주친 담벼락을, 나무를, 바위를 소리 없이 푸르게 넘고 싶다. 숲 속이나 사람 사는 세상이나 비장한 그 무엇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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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236 ㅣ 2010.05.27
 

 국가끼리 기업끼리 상대와 협상을 잘하라고 말한다. 협상은 서로의 의견이 소통되어야 하고 소통은 한쪽의 주장이나 이익만 챙긴다면 협상 성공은 어렵다.


공평하게 잘된 협상이라도 시간이 지나고 보면 손해를 당하는 쪽이 있게 마련인데 당장 급하다고 멀리 보지 않고 결정하는 편이 항상 피해를 입는다. 그러함에도 자기들 협상은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도랑치고 가재 잡고 꿩 먹고 알 먹고 식으로 잘되었다고 자가 판단을 하는데 세상 일이 나에게만 좋게 되도록 전개되지는 않는다.


포수가 사냥하려고 깊은 산으로 들어갔다. 짐승이 지나갈 길목 큰 바위 뒤에 몸을 숨기고 오랫동안 기다린 보람이 있었든지 커다란 호랑이 한 놈을 발견하였다. 좀 더 가까이 오면 쏘겠다고 겨낭하고 방아쇠 당길 준비를 하고 있는데 호랑이도 포수가 눈에 들어왔다.


위기일발, 호랑이가 말했다. "총질은 하수요, 협상합시다. 포수 당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당신의 소원을 들어 주겠소."


호랑이는 영물이다. 사람의 소원을 들어 줬다는 얘기도 많다. 포수는 총을 거두며 "나는 호피 코드를 입고 싶다."


"그것이라면 내가 가진 것이니 들어 줄 수 있습니다. 나의 제안은 지금 배가 고픕니다. 우리 서로 타협합시다."


포수와 호랑이는 마주 앉아 협상 실천을 의논하였다. 한 시간 호랑이는 혼자서 어슬렁어슬렁 계곡을 올라갔다. 그 놈은 배가 불렀다. 사냥꾼은 그의 소원대로 호피 코트를 입은 셈이다.


어리석은 사람의 소원은 허황하다. 영리한 사람은 현실을 알고 미래를 생각한다. 협상의 파트너는 어리석은 자와 영리한 자, 약한 자와 힘 있는 자가 마주 앉는다.


영리한 자나 힘 있는 자는 양보하는 것 같은데 시일이 지나고 결과를 보면 실리를 거둔다. 영리하다고 어리석은 자를 속이는 것도 아니고 힘 있다고 약자를 위협하거나 빼앗는 것도 아니어서 협상은 이루어진다. 그런데 결과는 왜 누이 좋고 매부 좋고가 아니고 한쪽이 유리하게 되었는가.


이유는 영리한 자는 협상에서 손해를 봤지만 이후에 극복하려고 더 노력했기 때문이고 힘 있는 자는 자기 내부에 힘 솟는 샘을 가지고 있다.


힘은 안으로부터 나온다. 밖으로 힘을 구할수록 점점 약해진다. 그러므로 소원성취하는 자는 당장의 협상에서 이득을 챙기기 보다는 힘을 길러서 미래에 성취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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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242 ㅣ 2010.04.27
 

 엉금비탈로 갈 때는 몸을 납작 낮추어 보자. 그러면 산을 오르기가 한결 수월하다.


가파른 오르막 산길에서는 인간도 미물처럼 네 발로 걸어보자. 그러면 위태롭게 기어가는 산개미의 오체투지가 눈에 들어온다.


일용할 양식, 한 톨의 알갱이를 위해 열심히 바닥을 기는 미물들이 보인다. 그들에게 '바닥을 기는 것'이란 절실한 삶의 몰두다.


바닥은 더 이상 내려갈 수 없는 곳, 밀리고 밀려 더는 내려 갈 수 없는 곳이다. 인간은 바닥에 이르면 소외와 굴욕을 떠올린다. 실패에 익숙하지 못한 사람일수록 그것을 견디기 어려워한다.


그러나 바닥만 보던 미물은 그딴 것에 관심이 없다. 흙바닥이든, 눈 바닥이든, 온 몸으로 견뎌내며 나아갈 뿐이다. 실낱같은 팔다리로 세상을 쳐들고 가는 산개미의 삶이 어쩌면 인간의 삶보다 더 경건해 보인다.


살다보면 누구나 궁지에 몰릴 때가 있다. 절망이 악마처럼 다가와 속삭이면 인간은 '축복'이라는 말에 목을 맨다. 하늘의 축복, 땅의 축복, 존재하는 그 어느 잡신(雜神)의 축복인들 마다할 수 있을까. 이런 지경에 이르면 인간은 소외와 굴욕을 견디지 못해 극단으로 치닫는다.


최근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우리나라가 1위라는 통계가 나왔다. 하루에도 평균 35여명이 자살한다. 적어도 '잘 사는 방법', '행복하게 사는 방법'에 대해 말해야 할 사람들이 극단의 방법으로 세상을 등졌다.


전직대통령, 인기 연예인, 재벌가의 CEO, 교장 선생님…, 급기야 그들을 모방하는 베르테르 효과까지. 바야흐로 '자살하는 사회'가 도래했다.


그러나 이제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자살하는 사회에 딴지를 걸고, 살아남는 방법을 깨달아야 한다. 그것이 소중한 축복이다. 살 맛 나는 세상, 즐거운 세상, 윤택한 세상이 아니라도 살아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나는 지금 엉금비탈에 서서 산개미의 경건한 오체투지를 오랫동안 바라보고 있다. 그래, 그래야 한다. 바람 부는 비탈일수록 납작 몸을 낮춰야 한다.


바닥 맛을 알려면 바닥과 가까이 가 보는 거다. 인생의 바닥 맛을 본 자, 훨씬 깊어진 가슴으로 굳세게 일어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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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245 ㅣ 2010.03.30
 

 봉사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인품도 훌륭하면 자방자치단체 선거에 출마하여 지역사회발전을 위하여 수고하셨으면 좋겠는데 정당에서 공천을 주겠다고 하건마는 머리 흔들고 두 손으로 사양하고 온몸을 뒤돌아서는 사람이 더러 있다.


평안감사도 하기 싫으면 그만 이라는 옛말도 있지만 경쟁이 전쟁 같은 이 시대에 명예와 감투를 사양하는 사람이 있다하여 더욱 존경스럽게 보았더니 실속 말인즉 비례대표라면 받아주겠다고 하더란다. 그런 사람이 누구인지 그런 사람을 밀어주는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하다면 아래 콩트를 읽어 보기를 권한다.


정원에 수영장이 있는 호화저택의 돈 많은 영감님께서 많은 손님 초청하여 칠순 잔치를 했다. 그런데 잔치를 열기 전에 수영장에 무시무시한 악어와 물뱀 독사 수십 마리를 넣어놓고 하객들에게 말했다.


"용감한 사람을 찾습니다. 이 수영장을 헤엄쳐서 건너가는 사람에게 내 재산의 절반을 주겠습니다. 농지를 좋아하신다면 이 넓은 평야 내 소유 농장을 전부 드릴 수 있습니다. 이것도 저것도 싫다면 무남독녀 하나뿐인 내 딸과 결혼하도록 하겠습니다. 용기 있는 분?"


영감의 제안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한 청년이 독사 우글거리는 수영장에 뛰어들더니 헤엄쳐서 수영장을 가로질러 건너편으로 기어올랐다. 악어와 뱀들에게 물리지 않았으나 혼이 빠진듯하고 숨을 거세게 헐떡였다. 주인 영감은 그 청년의 용기를 칭찬하고 약속대로 하겠다면서 무엇을 선택하겠느냐고 물었다.


"내 재산의 50%를 받겠는가?"

"받지 않겠습니다."

"그럼 내 농장을 가지겠는가?"

"아니오!"


청년은 호흡하기 힘들었지만 단호하게 거절하였다. 하 요 녀석 봐라. 무남독녀 딸과 결혼하면 모든 재산 물려받을 수 있다고 계산했구나.


"그럼 내 딸과 결혼하겠다는 것이냐?"

"싫습니다!"


참석한 모든 사람이 놀랐고 주인은 더욱 황당 어리둥절하였다.

"그렇다면 무엇을 원하는가?


청년은 눈에 열기를 발하며 주변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내가 지금 원하는 것은 나를 수영장으로 떠밀어 넣은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고 싶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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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267 ㅣ 2010.03.02
 

 '얼씨구', '좋다', '으이', '그렇지' 등의 추임새는 감탄사이다. 예술작품을 접한 청중의 탄성이다. 이는 소리판의 즉흥예술이며, 소리꾼과 청중을 황홀경으로 이끌어 한데 어우러지게 하는 특수 언어다.


추임새란 '추어주다'라는 말로서 '칭찬'과 '참여'의 뜻이다. 소리를 잘하면 '잘한다'하고 치켜세워주고, 흥이 나면 '얼쑤' '좋지' 등으로 화답한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없던 힘까지도 불어넣어주는 것이 추임새다.


살아가면서 판소리 말고도 추임새를 넣어야 할 때는 많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지 않는가. 사람이 돈 안들이고 남을 즐겁게 하는 일은 추임새를 넣는 일이다. '옳지' '그렇지' 등의 추임새는 양악의 박수와도 같아서 사람을 환장하게 한다.


박수는 추임새 중에서도 으뜸이다. 소리꾼이 물을 마시거나 가사가 막혀 당황하고 있을 때 박수를 보낸다. 이럴 때는 흥을 돋우기보다 위안하고 격려해 주는 것이다. 소리를 아는 사람이 박수도 잘 친다. 따라서 인생을 아는 사람이 남의 고통에 관대하다.


노련한 고수는 의도적으로 '이럴 때 박수를 치는 것이여' 하고 청중의 추임새를 이끌어 내기도 한다. 주로 감동의 극적 효과를 위한 기술이지만, 박수소리와 함께 판은 제대로 어우러지게 된다. 무대와 객석이 한꺼번에 카타르시스를 경험하는 순간이다.


하지만 소리판에서 일반 청중은 언제 어떻게 추임새를 넣어야 할지 잘 모른다. 소리꾼이 공연 전에 '추임새를 많이 넣어 달라'고 부탁을 해도 입이 잘 벌어지지 않는다. 우리가 일상에서 마음과 달리 칭찬을 잘 하지 못하는 것과 비슷하다. 칭찬도 용기와 훈련이 필요하다.  추임새가 들어갈 때는 '좋다고 느껴지는 바로 그때'라고 한다. 소리꾼의 소리가 방해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얼-쑤', '좋다'로 반응하면 된다고 한다.


일상생활에서 칭찬도 마찬가지다. 조금 서툴면 어떤가. 남을 치켜세우고, 격려하고, 서로 소통하는 추임새라면 우물쭈물하지 말고 힘차게 넣어 볼 일이다. 좋다고 느껴지는 바로 그때를 놓치지 말고.


얼쑤! 동래. 어디 한 판 신나게 어울려 볼까.


 ※ 행복 만들기 칼럼이 이번 호부터 달라집니다. 김종욱 한국자원봉사연합회 이사 칼럼이 홀수 달에, 강숙련 수필가 칼럼이 짝수 달에 게재되니 많은 애독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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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228 ㅣ 2010.01.26

 자기가 하는 생각이나 일은 옳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자기보다 미흡하거나 틀렸다고 판단하고 막무가내 밀어붙이는 사람을 두고 리더십이 있다 하거나 독재자라고 한다. 결과가 좋으면 훌륭한 리더요 잘못되면 독재자가 된다.

훌륭한 리더가 있으면 그 조직은 번성하고 자기 목표만 내세우는 리더를 만나는 조직은 불행한 집단이다. 좋은 리더는 많은 사람의 뜻을 따르기 때문에 일의 진척이 늦은 반면에 독재적 추진가는 일의 완성은 빠르지만 추진 중에 시끄럽고 결과도 단단하거나 아름답지 않다.

어려울 때 타인에게 의논하고 일을 맡기면 책임 회피한다고 비판 받겠지만 부족할 때 힘 빌리는 것은 도둑질 외에는 잘하는 짓이다.

강철왕 카네기의 소년시절 일화에 토끼 키우는 얘기가 있다. 카네기는 선물로 토끼를 받아 기분이 좋았는데 이 토끼가 새끼를 여러 마리 낳았다. 많은 토끼의 먹이 마련하기가 힘들었다. 그는 친구들을 불러놓고 말했다.

"친구들, 이 토끼들에게 너희들 이름을 달아보자. 누구의 토끼가 가장 잘 자라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친구들은 마치 자기 토끼라도 생긴 듯이 저마다 풀을 많이 뜯어 와서 자기 이름이 붙은 토끼에게 정성껏 풀을 먹였다. 어린 친구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여 문제를 해결한 카네기의 지혜에서 훌륭한 리더가 될 자질을 보게 된다.

예상대로 뒷날 카네기는 철강업자로 성공한다. 사업이란 항상 순탄한 것이 아니어서 카네기도 어려운 고비가 여러 번 있었다. 한 번은 강철 레일을 개발하였으나 팔리지 않는 실패였다. 그는 어린시절 토끼풀 친구들을 생각했다. 카네기는 지금 강철 레일을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이 에드거 톰슨이라는 정보를 알았다.

카네기는 피츠버그에 큰 제강소를 건설하면서 제강회사 이름을 '에드거 톰슨 제강소'라고 명명하였다. 톰슨은 철강업계의 떠오르는 태양 카네기가 자기를 알아주었으므로 자기 이름이 붙은 제강소로부터 강철 레일을 구입하기로 계약하였다.

어린 시절 친구들을 기분 좋게 해놓고 빠르게 좋은 성과를 얻었던 간단한 지혜가 거창한 사업에서도 그대로 먹혀들어갔으니 어려울 때는 힘 있는 자가 먼저 양보하면 양보라는 것은 힘 약한 자에게 먼저 주는 것이니, 주고 받아내는 리더가 필요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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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240 ㅣ 2009.12.29
 

 별 볼일 없는 사람이 무료하여 점을 쳤다. 철학관 주인은 흥분하여 큰 소리로 말했다.


"정신 바짝 차리시오. 굉장한 돈뭉치가 당신을 향해 달려오고 있어요!"


점쟁이 말을 듣고 요행 충격을 받은 그는 아내에게 알리려고 집을 향하여 차를 운전하다가 현금 수송트럭과 충돌하였다. 참으로 신통한 점쟁이라 하겠다.


올 겨울은 따뜻할 것이라는 예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지구 온난화와 많은 징조들, 그 징조를 밑받침하는 이론들이 초겨울을 따뜻하게 하였다. 그러나 겨울은 역시 겨울이다.


12월 중순 지나면서 갑자기 추워지더니 서남해안에 폭설이 내리고 전국이 꽁꽁 얼어붙으면서 부산이 영하 4도. 그렇지만 바람만 불어주지 않으면 부산 추위는 견딜만하다. 연세 많으신 어른들은 자기들 젊었던 시절 생각하고 요즘 사람들 이 정도 추위에 너무 호들갑스럽다고 한다.


의식주 생활이 그렇다. 난방시설도 없고 좋은 내복이나 외투도 없었지만 얼음 꽁꽁  언 논에 가서 썰매 타고 고드름 분질러 먹고 눈싸움하면서도 땀 흘렸다.


가볍고 보온 잘된 요즘의 옷을 상상이나 했던가. 이름이 좋아 온돌방이지 문틈으로 찬바람 들어와 윗목의 자리끼 숭늉이 얼음되었던 시절에 전기 보온밥통, 전자레인지, 가스용 주방기구들이며 돌리거나 누르면 쏟아지는 뜨거운 물이 있을 줄 상상이나 했던가.


십리길 등하교 논둑길 칼바람은 귀마개를 뚫고 들어오고 고무신과 양말은 왜 그렇게 쉽게 구멍이 났던지. 그게 60년 전 생활이었다. 그래도 쇠죽 끓여 먹이고 숙제하고 진학했다.


그 시절 누가 잘 살았겠는가. 6·25 전쟁판에서 살아남은 것이 행복이요, 추위쯤에 나서지 못했다면 살아있었다 하더라도 오늘의 따뜻함을 누리지 못했으리라.


겨울은 간다. 쉽게 따뜻하게 가더라도 세 번 추위는 있다. 학생들 상급학교 가겠다고 입학시험 치는 날이 추웠고, 동지 때는 동지 한파 강추위가 있다. 동짓날이 추워야 풍년이 든다고 했다.


이 추위가 닥치기 전에 서릿발 때문에 보리뿌리가 떠오르는 것을 막고 보리가 웃자라는 것을 방지한다고 보리밟기를 한다. 추위 겪지 않고 웃자란 보리알이 없듯이 사람도 시련 겪어야 알 찬 사람이 된다.


세 번째 추위는 입춘 추위다. 소한 대한 다 지냈으니 얼어 죽을 아들놈이 없다고 큰 소리 쳤던 아버지가 입춘 추위에 돌아가셨다는 옛말이 있다. 추위 이기고 건강한 새해 맞으시기를 바랍니다.

 ※ 자리끼 : 밤에 자다가 마시기 위하여 잠자리의 머리맡에 준비하여 두는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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