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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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334 ㅣ 2012.03.27

3월 중순도 지났는데 꽃샘바람이 차갑고 잦다. 아파트 마당 잔디밭에 할머니가 쑥을 캐고 있다. 봄소식은 꽃소식보다 냉이 달래 쑥과 같은 나물의 맛으로 확인 된다.

 

산나물 채취하는 사람이 없으니 비닐온상에서 재배한 나물이지만 장년층은 옛 맛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자기 입맛이 고급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이해하면서 봄나물을 찾는다.

 

냉이의 약간 쓴 듯 하면서면도 달짝지근한 맛이나, 달래는 뿌리에서 풍기는 쏘는 맛이 입안에 스며야 제 맛인데 온상 재배한 것은 맛이 싱겁다. 그러나 깨끗하게 손질을 했으니 푸른빛이 진하고 미끈하고 길고 굵다. 산나물에 비하여 수분이 많아 흐물흐물하고 향미와 영양소가 농축된 것이 적으니 싱거울 수밖에.

 

시장 통으로 가는 길가에 할머니 몇 분이 자기가 들에 나가서 캔 쑥이라며 사라고 하는 데 쑥국은 된장 풀어 넣는 양에 따라 맛이 다르고 쑥절편 쑥인절미도 요즘은 떡집에서 색깔 곱게 빚어냈지만 쑥의 향미는 느껴지지 않는다.

 

지금은 배가 불러서 맛 타령을 하지만 50년 전만해도 초근목피는 식량이었다. 가을 추수한 식량은 바닥이 나고 초봄에 보리는 아직 여물지 않았을 때 산야에 돋아나는 나물들은 맛있고 영양가 있는 식량이었고 나물 캐는 처녀들의 정감도 스미어 있었다. 이런 민요를 흥얼댔으니까.

 

한푼 두푼 돈나물, 쑥쑥 뽑아 나싱개,

이개 저개 지창개, 잡아 뜯어 꽃다지,

오용조용 말매물, 칩다 꺾어 고사리,

이영꾸부정 활나물, 돌돌 말아 고비나물

길게가면 길겡이, 만병통치 삽주나물

사시장춘, 대나물

 

초봄 새로 돋아나는 나무순 중에서 두릅, 참죽순, 참죽잎이 나물거리인데 두릅은 고유의 향기가 있으나 요즘 그 맛이 덜한 까닭은 가지를 꺾어다 온상에서 싹을 트게 하였기 때문이다. 살짝 데쳐서 고추초장에 찍어 먹으면 봄향기를 씹는 듯 하다. 일찍 나온 두릅은 값이 너무 비싼 것 같지만 눈요기로도 입에 침이 고이게 한다.

 

참죽잎은 가볍게 데쳐서 말렸다가 소금 간을 한 찹쌀물을 발라 참깨를 뿌려 한 번 더 바짝 말려 저장해두고 먹을 때마다 기름에 튀겨내면 안주와 밑반찬으로 일품이다.

 

산나물들은 영양소와 비타민이 들어있거니와 그 향기와 맛을 잊을 수 없고 봄에 생겨난 것이라 자연의 생동하는 기운으로 돋아난 만큼 먹은 사람에게도 그 기와 활력을 주는 훌륭한 자연식약품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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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269 ㅣ 2012.02.28

아파트 입주자대표 선거를 했는데 얼마 전 부녀회장 했던 분이 당선되었다. () 대표들만 모여서 단지 전체의 대표를 뽑았는데 법이 개정되어 입주 세대주들이 직접선거로 선출하였다.

 

누가 출마했는지 모르겠고 선거하는 날 여행 중이어서 투표도 못했는데 입주민 92%가 투표했고 득표 90%로 이상하게 북한선거 비슷한 수준의 통계로 당선자가 발표되었다. 당선 됐으면 그만이지 투표도 하지 않는 사람이 이상하게 당선됐다고 비난하면 되겠는가.

 

이유는 당선자가 2년 전인가 부녀회장 하면서 일일장터를 열었을 때 상인들에게서 찬조 받은 수입금, 재활용품 수거하고 얼마쯤 받았던 수입 계산이 애매하였고 그래서 반대파 부인들의 성토로 중도에 물러났던 분인데 억울하다고 호소하면서 이번에 체면 회복한다고 출마하여 예상을 뒤엎고 당선되었기 때문이다.

 

결과를 보고 해설한다면 당선자는 공격적 선거운동을 했다. 타인의 주장은 모두 틀렸다 하고 심지어 자기가 부녀회장 때 주장했던 것까지 상대방이 하겠다고 하면 무조건 반대했던 것이 심심했던 주민들을 공감하게 했었나 보다.

 

"어느 동 대표 옷 입는 것 보면 그 수준을 알만하다."거나, "주차장의 승용차를 보면 주민 수준을 알겠다."거나, 상가 점포에 진열된 상품을 보면 "그 여자 헤어 어디서 했는지 수준을 알겠다." 등등 입을 열면 수시로 변하는 자기의 잣대로 수준 저하라고 평가했다.

 

이번에 회장 당선되었다고 단지 내에 살고 있는 여고동창 선후배들이 모여 축하 점심 먹고 몇 명은 백화점으로 쇼핑 갔다. 김 여사가 화장품을 선택하면 "광고만 요란했지 저질이더라." 이 여사가 스카프를 골랐더니 "컬러가 나이보다 젊다. 망측스럽잖아." 박 여사가 등산용 모자를 골랐는데 "노인 냄새다. 자연에 가면 밝은 원색을 써야 된다고."

 

좋게 들으면 세심하게 돌봐주는 것 같으나 지적받는 당사자는 저질이요, 망측스럽지요. 노인으로 찍히는 게 싫은 것이다. 어쨌거나 박 여사는 그 모자를 사기로 했다.

 

점원이 손님을 꼬드겨야 하는데 이 아가씨가 또 숙맥이었다. "제가 보기에도 이 모자가 참 어울립니다. 그런데 저 친구 되시는 분이 노색이라고 하셨는데요."

 

박 여사는 똑똑하게 말했다. "이 모자는 늙은 내가 쓰는 거라고요." 그리고 지갑 속의 카드를 내면서 점원의 귀에 대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 "저 여자가 노색이라면 최고의 찬사야. 저승 귀신용이라는 말이 나오기 전에 빨리 계산하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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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275 ㅣ 2012.01.30

음력 설날이 생신인 아버지가 부산에 있었고 아들은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였다. 아들이 생각해보니 아버지 생신을 챙겨 드린 기억이 없다. 설날 차례상이 생신 밥상이 되었으므로 음식은 풍성하였으나 조상에게 바치는 음식이지 태어난 생일에 먹는 미역국은 없었다.

 

그래도 아버지는 기분 좋아 하셨다.

 

"동갑내기 친구들 중에서 나보다 생일 빠른 친구가 없으니 내가 형이고 연말연시 그 바쁠 때 엄마는 해산한다고 누워 쉴 수 있었으니 나는 효자야."

 

말씀은 그렇게 하시지만 당신만의 생일상을 한 번 받았으면 그런 생각도 있었을 것이다. 서울 사는 아들이 부산 아버지께 생신 선물이라도 해야겠기에 무엇을 선물할까 고심하다가 어머니께 물었더니 즉각 대답이 나왔다.

 

"발 디딤판이 자동으로 나오고 등판이 뒤로 젖혀지고 안마기도 장치된 안락의자가 좋을 것이다. 생일 밥이야 한 끼 때우면 그만 아니냐. 네 아버지 연세에는 그런 것이 몸에 좋겠다."

 

아들은 경제적으로 부담스럽지만 어머니 뜻을 따라서 물건을 주문하고 부산 집으로 부쳤다. 그리고 음력설에 부모님 계신 고향집으로 왔더니 아버지는 "그 참 좋은 선물이었다. 너도 어려울 텐데 그 의자 받고 내가 감동했다니까. 그런데 말이야."

 

말은 아주 흡족하다고 하시지만 뒤끝이 애매하게 들려서 불편한 것이 있느냐고 여쭈었다. "아니야, 아주 좋아. 그런데 이 좋은 의자를 어디서 샀느냐?"

 

"왜요? 그 의자에 무슨 이상이라도 있습니까?" 아들은 혹시 아버지가 값비싼 의자이니까 반품하고 돈으로 돌려받을 궁리를 하시는지 의심하였다.

 

"아니, 아니다." 하시더니 "이 의자와 똑 같은 것을 하나 살까 싶다."

"뭐 하게요?"

"이번에는 내가 쓸 의자가 필요해서 그런다."

 

형편이 넉넉하지 못하여 의자 하나만 구입한 것이 아버지를 더욱 불편하게 하였다. 두 분이 종일 의자에 앉아계시지도 않을 것인데 한 분이 비우면 당신께서 이용하시면 될 것인데. 아들은 참으로 입장 난처하였다.

 

어머니는 오래전부터 그 편한 안락의자를 소망하고 있었겠지. 그러니까 아들의 물음에 자기 생각을 대답했을 것이다. 부모님의 경우니까 아들은 좋은 일 하고도 죄송스럽다.

 

그러나 우리 세상에는 남을 생각해주는 척하고 자기 이익만 노리는 사람들이 많다. 올해는 선거에 나서는 사람들이 우리를 위한다면서 얼마나 허풍을 불어댈 것인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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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303 ㅣ 2011.12.29

망년회(忘年會)라는 말은 사라지고 송년회(送年會)가 많이 쓰인다. 잊어버리자고 망년회라 했는데 잊으려 잊으려 해도 나쁜 일은 잊혀지지 않으니 흉한 일들은 연말에 너 스스로 물러가라고 당부하는 뜻이 송년에 담겨 있다.

 

오후 5시경 도시철도 노약자 좌석에 않은 노신사 두 분의 대화. 연세가 많아서 청력이 약해졌는지 맞은편까지 소리가 들린다.

 

"일 년에 한 번 모이는 망년회를 왜 낮에 모이느냐. 점심 한 그릇 먹고 헤어지다니, 늙어가니까 모임도 재미가 없어."

"왜 일 년에 한 번이야? 매달 모였잖아. 12월 모임이라서 송년회라 했겠지. 우리 나이에 하는 일도 없으니 추운 밤에 모이는 것보다 밝은 낮에 모이는 것도 좋아요."

"주책이야, 노래방으로 왜 끌고 가는 거야!"

"몸 아프다 병치레 얘기나 정치판 욕하고 있느니 노래방 가서 옛날 노래 한 곡 뽑았는데 목이 확 터지는 기분이다."

"주책바가지들이야. 나는 노래 안 했다."

 

자기를 제외하고는 모두 주책들이고 하는 일들도 틀렸다고 성난 표정으로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친구들 노래할 때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기분 풀지 않았으니 자네만 오늘 행사 재미없다는 거야. 낮에 모이는 것도 좋고 노래방 가는 것도 좋다. 자기는 기분이 좋다고 하는 사람은 얼굴도 덕성스럽게 보였다.

 

한 해를 보내면서 마음 정리를 어떻게 할까. 이 어려운 시대, 유럽의 선진국들도 나라 살림이 거들 나고 하루가 멀다 하고 쿠데타 세계인데 우리나라는 수출이 세계 9등이다. 국민들이 일 많이 했고 좋은 상품 많이 만들었기 때문이다.

 

산천은 아름답고 음식도 제값에 맛이 있고 자기 형편에 맞는 아파트라면 얼마나 편리한 공간이냐. 자유도 만끽한다. 공무 집행하는 경찰서장을 때려도 국회의사당 발언대에서 최루탄을 던져도 되는 이 지구상에 둘도 없는 우리나라 좋은 나라. 이런 것들이 내가 일해서 낸 세금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생각하면 2011년은 다사다행하게 살았던 것이다.

 

그러나 일할 사람이 없어 외국인 근로자 150만 들어와도 일자리 없다하고 일자리 없으니 일 못했고 수입 없으니 세금 못 냈고 그러니 불만이요 불평이다.

 

그러면서도 이 추운 겨울에 잘 살고 있으니 참으로 슬기로운 국민의 나라인데 그러나 밝아오는 2012년으로 이 괴상한 자유와 파행적 슬기는 따라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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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302 ㅣ 2011.11.29

어제했던 말과 오늘 주장하는 말의 내용이 전혀 다르지만 그때 그때 분위기에 맞추어 열혈 사자후로 민중을 이끌어가는 그리하여 그 어리석은 민중들을 끝내는 절망의 바다에 빠지게 하는 재주를 가진 지도자들이 있다.

 

프랑소아 라블레(1494-1553)가 쓴 팡타그류엘·1535에 파뉴르쥬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사악한 거짓말쟁이, 그러자면 총명하고 기지가 있으며 대망의 꿈도 있으나 그보다 더 현명하거나 아주 우매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그의 소망은 무망이 되었다.

 

배를 타고 가는데 수많은 양()을 갑판에 실은 상인 단도노를 만났다. 상의도 입지 않고 셔츠차림으로 팔짱을 끼고 상인을 무시 하는듯한 표정인 파뉴르쥬를 비웃어주었다. 모욕감을 느낀 그는 즉각 기지를 발휘하여 복수한다.

 

단도노의 양들 중에서 제일 큰 양을 비싼 값으로 사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바다에 던져버렸다. 양들은 우두머리를 맹목적으로 따라하는 습성이 있어서 다른 모든 양들도 바다에 뛰어 들었다. 단도노는 최후의 양의 꼬리를 잡았으나 결국 양에 끌리어 바다에 빠져 죽었다.

 

자신의 체면을 위하여 수많은 양들과 상인 단도노를 죽음에 이르게 하고 복수했다고 만족하는 이런 인간을 우리는 존경하지 않고 오히려 그 잔꾀에 속아버린 어리석은 양들을 불쌍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파뉴르쥬의 양()'이라는 교훈적 잠언이 생겼다.

 

자신의 야망을 위하여 자기가 아는 지식, 양들은 우두머리 양을 맹목적으로 따른다는 습성을 들추어내고 결과는 모두를 죽음에 이르게 하면서 쓸쓸하게 웃는 파뉴르쥬를 원망한 것인가. 많이 가졌다고 더 많이 벌어보겠다고 자기만을 위하여 가지지 못한 자를 비웃은 상인 단도노의 잘못은 결과에서 벗어날 수 있겠는가.

 

그런 인간들은 도처에 있다. 유식을 겸한 선동이 있고 재력을 이용하면 세상의 법망을 빠져나갈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진 자들은 세균과 같아서 완전 박멸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방관할 수는 없지 않는가. 양들이 각성해야 된다. 언제나 주위가 녹음방초 우거진 평원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물 깊고 파도 거센 바다가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양떼를 이끄는 목동은 선하고 용감한 다윗보다는 지켜주지는 못하면서 사랑하는 척 하면서 이용하고 팔아먹고 나락으로 유인하는 거짓 목동이 있다는 것을 양들이 알아야 한다.

 

푸르타코스의 영웅전에도 이런 말이 있다. "로마인들아, 이상한 목동에 떼를 지어 끌려가고 있는 양들과 같구나." 로마는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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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265 ㅣ 2011.10.28

일 년 365일 글을 멀리할 날이 있겠느냐마는 가을만큼 책 읽기 좋은 계절이 없다 하겠다.

 

책 읽으면 예를 알게 되고 지혜로운 삶을 살게 된다면서도 책 때문에 어리석은 치() 그것도 삼치(三癡)가 된다는 옛말이 있다.

 

내용인즉 남에게 책을 빌려달라는 것은 바보, 남에게 책을 빌려주는 것도 바보짓, 빌려 온 책을 돌려주는 것도 바보라는 말이다. 삼치의 반대쪽에는 장서(藏書), 애서(愛書), 독서(讀書) 3()가 있는데 요즘 세상에는 3치도 3가도 찾아보기 어렵다.

 

3치를 비웃으며 애장(愛藏)한 산강재(山康齋) 변영만(1889~1954) 선생은 자기 손에 들어 온 책마다 호 산강재를 새긴 장서인()을 찍고 남에게 절대 책을 빌려주지 않았는데 변명하기를 '아끼는 책은 사랑하는 여인과 같다.

 

자기가 사랑하는 여인을 친구나 후배에게 넘겨줄 수 없는 것과 같이 자기의 애서를 남에게 빌려줘 정조를 더럽힐 수 없지 않은가.' 희귀본인 책이 자기보다 더 이용될 수 있는 전문가에게는 양여도 하였다.

 

사회단체나 학생생활기록부에 취미를 적는 난이 있는데 독서가 취미라고 기록한 사람이 많다.

 

정말 별다른 취미생활이 없는 무미건조한 생활을 하시는 분이 독서를 취미라고 기록한 것은 이해하지 않을 수 없으나 교수나 학생이 독서라 적고 자기는 열심히 공부만 하노라고 그러는 것은 마치 미화원이 청소를, 버스기사가 드라이브를 취미라고 답하는 것과 같다.

 

아버지가 호학하셔서 집이 비좁도록 애장서가 많았는데 아들 대에 오니 책이 필요 없는 세상이 되었다. 스마트 폰으로 손가락만 까딱거리면 백과사전이 만과사전으로 펼쳐진다. 대중교통 차 안에서 책 읽는 사람이 없다.

 

아들 녀석이 아버지의 장서들을 고서적상에 야금야금 팔아먹는데 구입하는 서적상 주인이 아주 오래된 헌 책인데도 본래 책값의 열배나 올려주는 책이 있고 가격표지 금박 인쇄된 고가의 책은 원래 책값의 10% 밖에 주지 않았다.

 

이유를 물었더니 값을 후하게 계산한 책은 표지만 넘기면 아버지 성함을 적고 선생님 혜존(惠存)이라 쓰고 그 밑에 저자 아무개라는 사인이 있기 때문이라 하였다. 아들 녀석 '이제 횡재수가 터졌구나.' 기뻐하면서 아버지 서고에서 값나갈 책을 두 권 뽑아서 표지 다음 속표지에 사인하였다.

 

책은 '햄릿' 아버지 이름 적고 저자 섹스피어 드림, 또 한 권은 '()의 기원' 저자 찰스 다윈 드림. 고서적상 주인은 그 두꺼운 책으로 녀석의 머리통을 후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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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261 ㅣ 2011.10.05

한비자(韓非子)의 설림편(說林篇)에 나오는 이야기. 긴 장마와 폭우로 곳곳에 재난이 났는데 어느 부자의 대저택 담장도 무너졌다. 장마가 언제 끝날지 몰라서 담장 수리를 미루고 있는데 아들이 말했다.

 

"아버지 우리 담장을 빨리 수리합시다. 다시 쌓지 않으면 도둑이 들어올 것입니다."

 

외출했다가 귀가하는데 이웃집 노인을 만났다. 수인사 끝에 아들의 말과 똑같은 충고를 하였다. 하루 이틀 그대로 지냈는데 말이 씨가 된다더니 어느 날 도둑이 들어와서 돈 될 만한 재물과 세간을 몽땅 쓸어 갔다. 도둑을 당하였지만 기왕 당한 것을 어쩌랴 하면서 아들은 선견지명이 있는 녀석이라고 대견스럽게 보았다.

 

그러나 똑 같은 말로 걱정해주던 이웃집 노인에게는 도둑놈과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닐까 의심하였다. 똑같이 걱정하고 조언하였지만 듣는 사람에 따라서 하나는 선견지명이요 다른 이는 의심암귀(疑心暗鬼) 당사자가 되는 것이다.

 

근래 몇 년 동안 신용금고에 신용이 없고 저축은행에 저축한 돈이 날아 가버린 사건이 연속되고 있다. 국가에서 허가하고 보증하는 은행이요, 금융 감독기관들이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니 국민들은 믿고 저축하였을 것이다.

 

영리한 사람들 중에서는 "이자 많이 주면서 거두어들인 돈들이 구름 같은 사업하는 사람들에게 대출되고 있으니 곧 산통이 날 것이다. 돈은 권세 있는 자들이 먹고 잡혀가는 사람은 일이년 입 다물고 있으면 환자라는 이유로 노인이라는 구실로 다 출옥한다. 해를 입은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피해 있기가 교도소만큼 좋은 곳이 없다. 그래서 국립호텔에 머물다가 나왔다는 소리도 한다."

 

점쟁이처럼 선견지명이 있다고 칭찬하는 사람은 없다. 이 난리가 어디서 누구들의 꾀에서 시작되었고 어떤 힘이 방패가 되었고 누가 먹었다는 것을 검사 판사보다 시민들이 다 알고 있는 것 같다.

 

사실이 그렇지 않더라도 지금까지 일어났던 일들의 행적과 결과가 그러하였기 때문이다. 워낙 큰 바위가 버티고 있으니 소시민들 자기들끼리 싸운다.

 

"시위하지 말라. 당신들 소란 때문에 처리가 늦어진다."고 한다.

 

계속하여 터지니까 70대 노인이 영업 정지된 은행의 내려진 철재 셔터를 두드리며 외쳤다.

 

"내 돈 못 찾아도 좋다. 어떤 놈들이 묵었는지 밝혀라. 그놈들 재산 모두 거두면 서민 저축 청산하고도 남는다. 법은 어디로 갔느냐. 법치하는 놈들이 묵었으니 손 못 대는 것 아니냐!"

 

이 노인의 울분을 의심암귀라고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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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399 ㅣ 2011.08.30

일 년 중 제일 큰 명절은 추석이다. 설날처럼 춥지 않고 오곡백과를 추수하였으니 물질은 풍요하고 마음도 맑고 넓어져 조상님께 추원보본(追遠報本)하니 예절의 날이다.

 

차례(茶禮)나 성묘(省墓)에 술이 있어야 하는데 요즘은 청주, 소주에 양주까지 등장하지만 옛날에야 막걸리였고 집집마다 술을 빚어도 영남에서는 동래 산성 막걸리를 제일 좋은 술이라 하였다.

 

요즘 막걸리는 누룩을 쓰지 않고 양조장에서 찐 밀가루에 백국균을 뿌려서 만든 입국( )을 사용한다. 전통 누룩을 사용하는 것보다 공정이 쉽고 생산비도 적게 들어 1960년부터 우리나라 양조장들은 이 방법을 쓴다. 그러나 산성토산주는 전통 누룩으로 막걸리를 만드는 유일한 양조주이다.

 

산성 누룩에 대한 기록으로 '조선주조사' 1907년 재정고문부가 조사한 것을 보면 경상남도에서 사찰 승려의 부업으로 누룩을 제조 판매하였는데 동래부의 범어사는 100명의 승려가 있어 해마다 2300석의 밀을 사용하여 누룩을 만들어 부산지방에 판매하였다.

 

이후 일제시대 주세법이 시행되면서 전국에서 누룩을 사용하지 못했으나 동래산성 마을 사람들은 논밭이 적은 산골이라 누룩을 만들어 파는 것으로 생계를 이었다.

 

산성 아낙네들이 30리가 넘는 산 아래 구포장이나 동래장에서 생밀을 구입하여 맷돌에 갈아서 둥글납작하게 디뎠다. 공기가 통하지 않는 뜨뜻한 흙방에 군불을 지펴서 곰팡이를 피운다. 다른 지방에서는 삼복더위에 누룩을 만드는데 동래산성 마을에서는 14개절 만든다. 생업이었기 때문이다.

 

요즘 사람들은 막걸리나 탁주는 같은 술, 다른 이름으로 아는데 엄격히 구분하자면 탁주가 원주요, 탁주에서 청주를 걸러냈거나 청주가 포함된 그대로인 술에다 적당량의 물을 섞어 자루나 체에 걸러낸 것을 막걸리라 한다.

 

물을 섞었으니 알코올 도수가 68도로 낮다. 그러나 산성마을 토산주는 일반 막걸리보다 2도 정도 높다. 그래서 술이 진하고 일반 막걸리보다 구수한 누룩향이 입안에 돌고 텁텁한 맛이 혀에 감긴다.

 

청주(淸酒)는 맑은 술이다. 술독에 고두밥과 누룩을 넣고 버무려 발효 숙성시키면 밥알에 든 녹말이 삭아 알코올로 바뀌고 쌀 껍질만 남은 밥알들이 동동 떠오른다. 이것이 동동주. 알코올 도수는 1416. 이름대로 술맛은 맑고 투명하니 부자들이 마신 술이요 조상 제사에 올리는 제주(祭酒)의 으뜸이었다.

 

동래 산성 막걸리에 이런 연유가 있고 그래서 부산의 막걸리가 많이 팔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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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253 ㅣ 2011.07.27

인품 고매하고 일은 성실하게 하며 왕을 충성으로 모시는 시민이 있었다. 세상은 그의 삶과는 정반대로 부정과 부패로 썩어가고 견제할 수 있는 윤리도덕이란 말은 사라진 옛말이 되었다.

 

그는 울분으로 이런 세상에 살 수 없어서 속세에서 멀리 떨어진 깊은 산 동굴에서 살기로 했다. 산신령은 이 착한 사람이 측은하여 그의 소원을 물었다.

 

"착한 자여, 당신의 소원을 들어주겠다. 미운 자나 부도덕한 사람이라도 징벌하란 부탁은 들어줄 수 없다. 오히려 당신이 부탁하는 갑절로 미운 자에게 혜택을 주겠다. , 당신의 소원 세 가지를 말하여라."

 

"신령님 감사합니다. 생활하기 불편하오니 호화스럽지는 않더라도 저택을 주옵소서."

 

"그렇게 하겠다. 그러나 약속대로 너가 미워하는 도사에게는 두 개의 저택을 주겠다. 두 번째 소원은 무엇인가?"

 

"산으로 들어가면 돈은 필요 없을 줄 알고 맨손으로 왔는데 가끔 사람들 모이는 장터에 가는 수가 있습니다. 백 냥의 현금이 필요합니다."

 

그에게는 당장 백 냥이 주어졌고 미워하는 도사에게는 이백 냥이 주어졌다.

 

"감사합니다. 마지막 세 번째 소원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런 기적이 이루어지다니 정말 까무러칠 만큼 놀랍습니다. 세 번째 소원은 너무 놀라서 나를 반만 죽여주시옵소서."

 

세상이 그렇다. 내가 하는 일이 너무 힘들더라도 내가 돈이 없어 생활이 궁핍하여 자녀 공부시키기 힘들더라도 그래서 외롭고 멸시 당하더라도 살아가야 하고 살아갈 수가 있다.

 

그러나 땀 흘리지 않고 나를 속여서 편하게 살아가는 자가 있다면 공부 많이 하여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먹물들이 지난 허가 난 도둑놈 면허장을 가지고 살아가는 자들을 볼 때 그런 자들끼리 짜고 치는 고스톱 판에 서민 졸자들이 몰라서 속아서 땀과 눈물 젖은 푼돈을 제공하며 살아 온 것을 알았을 때, 그때 정말 죽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내가 왜 죽냐. 저 부당하게 돈과 권력의 조직들을 부셔놓고 죽어야지. 내가 왜 죽냐! 그렇지만 내가 저들을 물리칠 힘이 없다. 법이 있지 않느냐 하시는데 법은 당신들의 법일 뿐이다.

 

정말이지 산신령이라도 강림하셔서 무지렁이 소원 들어 주셨으면 그것도 나를 잘 살게 해달라는 것이 아니다. 나를 반쯤 죽여주시고 저들에게는 내 몇 배의 덕을 베푸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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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254 ㅣ 2011.05.30

6월이 되면 반공의 달이라 하고 6·25를 잊지 말자는 행사가 곳곳에서 개최되었는데 요즘은 반공이란 말은 찾기 어렵고 친북 종북 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말하는 세상이 되고 있다.

 

공산주의 하던 나라들이 붕괴되었는데 무엇이 두려워 지금도 반공하자는 것이냐 하겠지만 세상일에 불만 불평 부정적인 사람들이 의지하는 논리와 행동을 보면 트로츠키의 영구혁명론 5대 원칙을 실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로츠키(1879~1940)는 러시아의 혁명가로 볼세비키와 10월 혁명에 무장봉기하였다. 레닌과는 독일 강화문제로 대립했고 스탈린의 일국사회주의에 반대하여 추방되고 멕시코에서 암살을 당하였다.

 

레닌과 스탈린에 쫓겨났다고 사상이 다른 것은 아니고 권력투쟁에서 졌을 뿐이다. 70년 전에 죽은 그를 새삼 끄집어내는 것은 트로츠키의 망령이 이 나라에서 슬금슬금 활개를 펴고 있음을 알아야 된다는 이유에서다.

 

트로츠키는 앞에 나서지 않고 조금 어리석은 친구에게 완장 둘러주며 세뇌한다.

 

첫째 적을 만들어와 편을 가르게 한다. 가진 자 못가진 자, 배운 자 못 배운 자, 경영자와 노동자, 이 종교와 저 종교, 어떤 조직이건 구성원을 편 가르게 하고는 둘째, 동지와 적으로 구별한다.

 

셋째 혁명은 보수를 분쇄하는 것이다. 보수는 지금까지 영화를 누려온 집단이다. 보수를 지탱하는 저력은 보수언론이다. 보수를 변명하고 개혁을 방해하는 보수언론을 공격하라.

 

넷째, 법과 원칙은 공론에 불과하다. 기득권 세력들의 방패요 창이다. 그들이 만든 법과 원칙에서 틈새를 발견하여 선전하라. 다섯째, 우군은 철저히 지원하고 적은 멸망 때까지 공격하라.

 

그렇게 하더라도 이론가는 나서지 말고 완장 차고 나선 행동대원에게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라.

 

예를 들자면 농노에게 완장을 채워라. 그리하면 그 머슴은 자기 주인 지주부터 죽창으로 징벌할 것이다. 피를 보는 쾌감. 그 쾌감은 다시 울분을 만들고 그래서 정의는 승리한다고 그대는 새 역사의 창조자가 된다고 뒤에서 지하에서 조종하는 사람이 있다.

 

성공하면 등단하여 이용한 행동대원에게 누명을 씌우고 실패하면 자기가 부려먹은 행동대원들의 실적을 고발한다. 숨어 있었으므로 동지를 배신하였으므로 입신양명 할 수는 있겠지만 사악한 배신에는 배신이 따른다.

 

친북 종북을 자랑처럼 외치는 자들의 뒤에는 트로츠키의 망령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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